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흉터 치료를 위해 찾은 한의원에서 '미용침' 시술을 권유받았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회복이 아닌, 혈관이 막혀 피부가 썩어 들어가는 '괴사'라는 끔찍한 진단이었습니다. '미용침'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한의사의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를 형사 고소하여 검찰 송치까지 이끌어낸 기록입니다.
의뢰인 A씨는 흉터 치료를 목적으로 한의원을 방문하여 '미용침' 시술 상담을 받았습니다. A씨는 과거 팔자주름 부위에 보형물을 삽입한 이력이 있었기에, 상담 과정에서 이 사실을 한의사에게 명확히 고지하고 해당 부위 시술 시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습니다. 한의사는 문제가 없다는 듯 시술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시술 직후부터 끔찍한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A씨의 얼굴은 검붉은 색으로 변해갔고, 참기 힘든 통증이 몰려왔습니다. 다음 날 불안한 마음에 한의원을 다시 찾았지만, 한의사는 "시술 중 혈관을 건드려 출혈이 퍼진 것"이라며 단순 멍이나 부기 정도로 치부하고 안심시켰습니다.
증상은 급속도로 악화되었습니다. A씨는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그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필러 부작용으로 인한 혈관성 괴사'. 필러가 혈관을 막아 피부 조직으로 가는 산소와 영양 공급이 차단되어 피부가 썩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혈관 폐색은 즉각적인 필러 용해 주사 등의 응급 처치가 필요한, 분초를 다투는 '골든타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의사의 안일한 태도와 치명적인 오진으로 A씨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A씨의 얼굴에는 영구적인 흉터와 피부 구축이 남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외모 변화로 인해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진단까지 받는 등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한의사가 행한 시술이 '미용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사와 한의사가 명확히 구분된 면허 범위를 준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필러 시술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명확한 판례(2011도16649)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필러 시술은 전적으로 서양의학의 원리에 따른 시술일 뿐 한의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한의사의 필러 시술행위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적 이론인 경락이나 기혈 순환과는 무관하게, 인체에 이물질을 주입하여 용적을 변화시키는 행위는 현대의학의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본 사안에서 피고소인인 한의사는 '미용침'이라는 모호한 명칭을 사용했지만, 그 실질은 A씨의 피부에 '필러'를 주입한 행위였습니다. 이는 한의사에게 허가된 의료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행위이며, A씨의 동의 역시 '안전한 한방 시술'이라는 기만적인 설명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법 위반 사실에만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를 입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피고소인은 여러 단계에 걸쳐 이 주의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습니다.
첫째, '무면허 시술 감행의 과실'입니다. 피고소인은 한의사로서 필러 시술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나 훈련, 그리고 관련 부작용 처치에 대한 임상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미용 시술이라는 이유로 불법적인 시술을 감행한 것 자체가 중대한 과실입니다.
둘째, '환자 고지 무시 및 위험 방치 과실'입니다. A씨는 시술 전 보형물 이력을 명확히 알리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기존 보형물이 있는 부위에 필러를 주입할 경우, 혈관 압박이나 염증 반응 등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예견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피고소인은 이러한 위험성을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셋째, '치명적인 오진과 응급조치 기회 상실의 과실'입니다. 시술 직후 환자가 명백한 괴사 징후(극심한 통증, 피부색 변화)를 호소했음에도, 이를 '단순 출혈'로 오진하여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과실입니다. 이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할 의료인의 기본 책무를 방기한 것입니다.
의료 소송, 특히 형사 고소는 '증거'가 모든 것을 말합니다. 병원 측은 의료기록을 수정하거나 진술을 바꾸며 책임을 회피하려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승패를 가른 것은 바로 사건 직후 확보한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A씨는 시술 직후 문제가 발생하자 한의사와의 통화 내용을 녹취했습니다. 이 녹취 파일에는 한의사가 스스로 자신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충격적인 발언이 담겨 있었습니다. "제가 마무리 작업으로 필러 성분을 약간 썼거든요." 이 자백은 피고소인이 향후 "필러가 아닌 한약 성분이었다" 또는 "리쥬란힐러 같은 다른 성분이었다"고 주장할 모든 퇴로를 차단하는 '스모킹 건'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녹취를 기반으로 고소장을 치밀하게 구성했습니다. 또한, 피고소인의 통화 내용 중 "한두세 분 정도가... 빨리 좀 끝내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한 몇 분 정도를 위해서 그냥 하나를 최근에 구한 거거든요"라는 진술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A씨 외의 다른 환자들에게도 상습적으로 불법 시술을 해왔음을 시사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해당 한의원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광고 자료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미용침'이라는 이름으로 불법 시술을 지속적으로 광고해 온 정황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실수가 아닌 계획적이고 상습적인 불법 의료행위임을 입증하는 자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증거 제시는 수사관이 사건의 중대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치밀한 고소장 작성과 일관된 조사 대응의 결과, 경찰은 피고소인의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및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모두 충분히 입증된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불법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합당한 형사 처벌이 내려지도록 하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형사 처벌만으로는 A씨가 입은 흉터와 정신적 고통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민사소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에 저희는 형사 절차 진행과 동시에, 대학병원 신체감정 결과와 향후 치료비 추정 내역 등을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구 항목에는 이미 지출된 치료비는 물론, 향후 흉터 제거 및 재건 치료에 소요될 막대한 비용, 그리고 얼굴의 영구적인 흉터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형사 절차에서 '기소 의견 송치'라는 결정을 받아낸 것은, 이어지는 민사 재판에서 상대방의 불법행위와 중대한 과실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저희는 가해자의 불법을 명확히 입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의뢰인이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이끌어내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