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성병 전파 혐의, 과학적 진실로 무혐의 입증하기
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법정은 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격전지가 되곤 합니다. 특히 성병 전파와 같은 혐의는 법률적 처벌 이전에 사회적 낙인과 심리적 고통을 동반하기에,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는 것은 단순한 법률 대리를 넘어선 인간적인 책임감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 사건은, 과학적 증거와 치밀한 법리 분석만이 어떻게 한 의뢰인의 삶을 구원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 벼락처럼 찾아온 '성병 상해' 고소: 한 남자의 절규
의뢰인 A씨는 소개팅 앱을 통한 일시적인 만남 이후, 상대방 B씨로부터 상상치도 못한 고소장을 받았습니다. '성병 전파로 인한 상해' 혐의였습니다. B씨는 A씨가 자신에게 특정 성병 A와 B를 옮겨 급성 신우신염까지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형사와 민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며, A씨는 순식간에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A씨가 저를 찾아왔을 때, 그는 깊은 좌절감과 억울함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연인 관계도 아니었고, 그저 짧은 만남이었을 뿐인데, 자신의 인생이 한순간에 파탄 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저는 A씨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단순한 법적 방어를 넘어 이 사건의 복잡한 의학적·역학적 쟁점을 파고들어야만 억울함을 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물리적 접촉이 있었는가? 의학적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 고의나 과실이 존재하는가?
2. 증거의 덫: 고소인의 '24시간 발병' 주장을 해체하다
고소인 B씨의 진술 중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마지막 성관계 후 단 24시간 만에 급성 증상이 나타났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만약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A씨의 혐의는 짙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주장이 감염 역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저는 즉시 대한민국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국제 감염병 역학 문헌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고소인이 주장한 특정 성병들의 병원체가 인체에 침투하여 임상 증상을 유발하기까지는 의학적으로 확립된 최소 잠복기(며칠에서 수주)가 필수적임을 과학적으로 논증할 수 있었습니다.
24시간 만의 발현은 의학 교과서를 뒤집는 주장이며, 이는 곧 주장된 성관계가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고소인의 감정적인 진술 대신, 과학적 사실을 수사기관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3. 법무부 공문서: 국가가 보증한 '완벽한 알리바이'
이 사건을 해결한 결정적인 '신의 한 수'는 바로 물리적 접촉 부재의 입증이었습니다. 고소인이 특정한 성관계 일시가 명확해지자, 저는 주저 없이 의뢰인의 법무부 발급 출입국 사실증명서를 최우선으로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A씨는 고소인이 주장하는 성관계 일시가 되기 전에 이미 대한민국을 출국하여 해외에 체류 중이었음이 국가가 관리하는 최고의 공신력을 가진 공문서를 통해 명백히 확인되었습니다.
"고소인의 주장은 물리적으로 허위입니다. 의뢰인은 해당 시점에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이 증명서는 수사기관에 제출되자마자 고소인의 주장을 근본부터 뒤흔들었습니다. 가해 행위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완벽한 증명은 혐의 성립 불가라는 결론에 이르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경로였습니다.
4. 인과관계의 역전: 누가 누구에게 옮겼는가?
저는 알리바이 입증에 더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의학적 인과관계를 다각도로 부정하는 전략을 병행했습니다. 의뢰인과 고소인의 성병 PCR 검사 결과지를 입수하여 균주 불일치와 다수 균주 검출 여부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고소인에게서 검출된 다수 균주가 의뢰인에게는 없었으며, 양측의 균주도 상호 불일치했습니다. 이는 감염 역학적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핵심 증거였습니다. 더 나아가, 저는 의뢰인의 과거 치료 이력을 제시하며, 오히려 의뢰인이 고소인으로부터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인과관계의 방향성을 역전시키는 이 논리는, 최소한 의뢰인이 유일하고 명확한 감염원이라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명'을 수사기관이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5. 무혐의, 억울함을 벗은 그들의 최종 결과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은 변호인의 결정적 알리바이 입증, 의학적 잠복기 모순 증명, 그리고 고의/과실 부재에 대한 법리적 논증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고소인의 주장에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판단했으며, 의뢰인 A씨에게 혐의없음(불송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성병 전파 혐의가 법률, 의학, 역학이 융합된 매우 특수한 사건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의뢰인의 감정적인 호소만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으며, 전문 변호사가 사건 초기부터 과학적 증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법리적으로 정교하게 포섭하는 전략만이 억울함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성공 사례입니다.
성병 관련 형사 고소 사건은 시간 싸움입니다. 사건 초기부터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여 과학적이고 법리적인 방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승부를 결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