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는 신체 접촉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무술이기에 수련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상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특히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나 골절과 같은 중상은 피해자에게 막대한 치료비 부담은 물론 노동 능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타격을 입힙니다. 이러한 사고가 법정으로 향했을 때, 법원이 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기준은 일반적인 과실 사고와는 확연히 다른 궤적을 그립니다. 최근 하급심 판례들은 격투기 운동 중 발생한 사고에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명확한 법리적 잣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축구, 농구, 유도, 주짓수와 같이 상대방과 격렬하게 부딪히는 스포츠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그 운동에 내재된 통상적인 부상 위험을 이미 예견하고 수용했다고 간주됩니다. 이를 법리적으로는 허용된 위험 또는 위험의 인수라고 부릅니다. 이 원칙에 따라 법원은 가해자가 해당 종목의 규칙을 준수하고 경기 흐름상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행위를 했다면, 설령 결과가 참혹하더라도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실제로 창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사건을 살펴보면, 가해자가 시도한 기술이 주짓수 교본에 정확히 기재된 정형적인 기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주짓수의 특성상 그라운드 상황에서는 다양한 변칙적인 움직임이 수반될 수밖에 없으며, 가해자의 행위가 상대방을 해치려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스포츠의 범주 내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순히 다쳤다는 결과론적인 해석보다는 당시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을 지켰는지가 핵심입니다.
반면 피해자가 승소하여 손해배상을 받은 대구지방법원의 사례는 가해자의 행위가 스포츠의 본질적 목적에서 명백히 벗어났음을 입증한 경우입니다. 해당 사고는 자유로운 대련 상황이 아니라 특정한 기술을 반복 숙달하는 수업 시간 중에 발생했습니다.
기술의 공방이 이미 마무리되어 원고가 피고의 등을 누르며 방어에 성공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기술 연습이라는 취지를 도과하여 무리한 힘을 가하며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차이는 현장을 관리하던 관장의 중단 지시 이행 여부였습니다. 지도자가 위험을 직감하고 구두로 중단을 명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공격을 지속하여 상해를 입혔다면, 이는 더 이상 스포츠의 범주에 머무르는 행위가 아니라 위법한 가해 행위로 간주됩니다.
법원은 피고가 지도자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상대방의 오금을 무리하게 꺾은 행위를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과실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연습의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이었는지와 지도자의 명시적 통제가 있었는지가 재판의 향방을 가르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됨을 시사합니다.
피해자들은 사고의 책임을 가해자뿐만 아니라 체육관 관장에게도 묻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체육시설 운영자에게 부과되는 안전배려의무의 범위를 무한정 넓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관장이 사고 전 충분한 준비 운동을 시켰는지, 평소 안전 교육을 실시했는지, 그리고 사고 직후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대구지방법원 사건에서 관장은 사고 발생 직전 중단 지시를 내리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통제를 시도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배상 책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사건에서도 지도자가 다른 수련생을 지도하는 사이 찰나의 순간에 발생한 사고를 물리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시설의 협소함이나 보호장구 미지급 등의 주장 역시 주짓수라는 운동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채택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운영자가 통상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면 돌발적인 개인 간의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게 됩니다.
가해자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배상액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전부가 되지 않습니다. 주짓수는 본질적으로 부상 위험이 따르는 운동이므로, 피해자 역시 그 위험을 감수하고 참여했다는 점이 고려되어 책임 제한이 이루어집니다. 보통 가해자의 책임은 70퍼센트에서 80퍼센트 내외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상액을 산정할 때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노동 능력 상실에 따른 일실수입입니다. 피해자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대기업 종사자처럼 안정적인 직군에 있다면, 부상으로 인해 퇴직 시까지 잃게 될 소득과 퇴직금의 차액이 고스란히 손해액으로 계산됩니다. 여기에 이미 발생한 수술비와 향후 필요한 재활 치료비, 그리고 신체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합산됩니다.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고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손해배상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이를 정확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소견과 경제적 지표를 결합한 정교한 계산 방식이 요구됩니다.
격투기 사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일반 민사 사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입증 책임을 요구합니다. 단순히 상대방의 공격으로 인해 다리가 부러졌다는 사실 나열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당시 진행되던 수업의 성격, 관장이 부여한 기술적 제한 사항, 사고 직전의 구체적인 동선과 힘의 방향 등을 복기하여 상대방의 행위가 왜 규칙의 범위를 넘어섰는지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사고 직후의 CCTV 영상 확보는 물론, 현장에 있었던 다른 수련생들의 진술과 관장의 지도 내용에 대한 확인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초기에 수집하는 것이 승패의 관건입니다. 또한 신체 감정을 통해 부상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가해자의 행위가 가한 물리적 충격이 통상적인 수준을 초과했음을 법학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만이 불의의 사고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