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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공정성을 위한 제척·기피·회피 제도 이해하기

by 안영진 변호사

우리 헌법과 민사소송법은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해 법관의 자격과 신분, 재판의 공개 등 기본 원칙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추상 규정만으로는 재판의 공정성을 완벽히 담보할 수 없으므로, 법관과 사건 당사자 사이에 특수한 관계가 존재할 때 해당 법관이 재판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척·기피·회피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들 제도의 개념과 적용 절차, 그리고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왜 중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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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척·기피·회피 제도의 기본 개념


제척은 법률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할 경우, 해당 법관이 자동적으로 특정 사건의 심리에서 배제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법관이나 그 가족이 사건 당사자와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이미 사건과 관련한 증언 및 감정을 한 경우, 제척 사유에 해당되어 사건 배당 단계부터 제외됩니다.


기피는 제척 사유 외에 당사자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법관의 참여를 막기 위해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단, 기피 신청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당사자의 주관적 불만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회피는 법관 자신이 스스로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재판에서 물러나는 제도입니다. 회피의 경우 별도의 재판 절차 없이 상급 법원의 감독권자 허가를 받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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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척의 원칙과 적용 사례


제척은 법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이유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을 때 적용됩니다.


적용 사유: 법관이나 그 가족, 또는 전 배우자가 사건 당사자와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을 경우, 또는 법관이 이미 사건 관련 증언이나 감정을 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절차 및 효과: 사건 배당 단계에서 제척 사유가 인지되면 해당 법관은 배당에서 제외됩니다. 만약 제척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관이 사건에 관여했다면, 그 판결은 상고나 재심의 대상이 되어 재판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구제수단이 됩니다.


이처럼 제척 제도는 처음부터 공정한 재판 환경을 마련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며, 법원의 신뢰성 유지에 기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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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피의 절차와 특징


기피는 당사자들이 법관과 사건 사이에 잠재적 불공정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신청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신청 요건: 기피 신청은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되어야 하며, 기피 사유와 이를 입증할 자료가 함께 제출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객관적인 사실 여부를 판단합니다.


신청 시기: 재판 과정 중 당사자가 변론이나 준비 절차에 들어가기 전, 즉 초기에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미 변론이 진행된 후에 기피 신청이 접수될 경우, 소송 지연이나 절차상 문제로 인해 기피 신청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실무적 처리: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본안 소송은 기피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정지되지만,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나 종국판결이 선고된 후에는 소송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판의 효율성과 공정성 간의 균형을 도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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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피의 의미와 실제 운영


회피는 법관 자신이 객관적인 판단 능력에 의문이 생겼을 때 자발적으로 재판에서 물러나는 제도입니다.


자발적 판단: 법관은 자신과 사건 사이의 이해충돌이나 잠재적 불공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심리 절차 없이 상급 법원의 감독권자에게 회피 허가를 요청합니다.


실무 처리: 실무에서는 회피 절차가 사건 배당이나 재배당 과정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감독권자의 허가만 있으면 회피가 인정되므로, 후에 진행되는 재판 행위에 대한 무효나 취소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회피 제도는 법관 스스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법관 개인의 판단과 사회적 책임 의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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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도적 효과와 재판 공정성 확보


제척·기피·회피 제도는 재판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로,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옵니다.


공정성 유지: 법관과 사건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나 잠재적 불공정 요소가 미리 배제됨으로써, 재판 과정 전반에 걸쳐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합니다.


사법 신뢰 증대: 당사자들이 재판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불신을 해소하고, 법원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여 사법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입니다.


절차적 안전장치: 만약 법관의 불공정 판단이 있었다면, 그 판결은 상고나 재심 등의 구제 절차를 통해 다시 한 번 심리되어 올바른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합니다.


이처럼 제척·기피·회피 제도는 단순히 법관의 배제를 넘어서, 재판 전체의 공정성과 법치주의를 지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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