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변호사 칼럼 - 전연인의 폭탄 문자, 스토킹입니다

by 안영진 변호사

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이별은 끝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특히 한쪽이 관계의 종료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문제는 시작됩니다. 문자가 오고, 전화가 울리고, SNS 계정이 들춰지고, 심지어 자택 앞까지 찾아오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단순히 "미련"이라고 보기엔 위험한 조짐입니다.


스토킹, 성적 욕설, 명예훼손, 협박, 그리고 잠재적인 물리적 위해까지.


이 모든 것은 한 번의 이별 이후에 시작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은 “이 정도로 경찰에 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부터 던집니다.


저는 ‘예’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바로 조치하시라고 조언합니다.



1. “그냥 답장 안 하면 되지 않나요?” — 아닙니다. 지금은 ‘대응’이 필요합니다.


전 연인의 연락을 처음엔 무시합니다. 답장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멈추겠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연락은 단순한 미련이 아닙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행위’를 명확하게 스토킹 행위로 규정합니다.


즉, 상대방이 문자, 전화, SNS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신당역 역무원 사건처럼, 단순 연락이 악의로 발전한 비극적인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경고를 줍니다.
처음에는 문자였지만, 그 끝은 살인이었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2. 성적인 모욕과 욕설이 포함되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적용됩니다


"너 같은 X은 아무한테나 다 주는 거 아니야?"
"너 그때 그놈이랑도 잤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이런 식의 문자를 받아본 적이 있나요?

이런 문장들은 단순한 감정표현이 아니라, 수치심을 유발하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 의하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을 전송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통매음 입니다.


성적인 비방, 음담패설, 음란한 사진이나 링크 전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도 추가 고소가 가능합니다.



3. “무섭고 불안해서 그냥 참았어요” —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스토킹 피해를 입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그 사람이 찾아올까봐, 보복할까봐, 더 심해질까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연락을 무시하고, 대화기록을 지우고, 스스로를 숨깁니다.


하지만 법은 침묵하는 사람을 대신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장 필요한 건 신속한 대응입니다.


스토킹 피해가 발생한 경우, 첫 단계는 형사고소와 동시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입니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가해자의 접근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를 신청하면, 상대는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됩니다. 이를 어길 경우, 수사기관은 긴급 체포도 가능하며 실질적으로 신변보호 조치가 가동됩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임시조치를 주저한다면, 민사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을 별도로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의 전략적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4. 형사처벌이 목적이라면, 모든 ‘증거’를 설계하듯 정리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개시합니다.


하지만 고소장 하나로 모든 스토킹 행위를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인과 함께 반드시 ‘범죄일람표’를 작성합니다.


범죄일람표란 다음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입니다.


발생 일시


구체적인 행위 (문자 내용, 방문, 협박 등)


해당 행위에 적용될 법조문


증거물 (녹취, 문자 캡처, CCTV 등)


이 표는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닙니다. 수사관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핵심이 되는 자료이며, 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법원은 양형 판단에 활용합니다.


한 줄짜리 문자도, 결국 법정에서는 가해자의 실형을 이끌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5. 합의할 것인가, 강한 처벌을 원할 것인가 — 선택은 피해자의 몫입니다


고소 이후 가해자는 합의를 요청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피해자는 두 갈래 선택지에 서게 됩니다.


합의 후 위자료 수령 + 집행유예 가능성 민사소송 없이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그러나 가해자는 실형을 피하고,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합의 없이 실형 선고 유도 + 민사소송 별도 진행 가해자가 구속되면, 피해자는 그 사이 신변 정리와 이사, 번호 변경 등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위자료를 받기 위해선 별도의 민사소송이 필요하며, 가해자의 감정적 반발 가능성도 있습니다.


피해자의 삶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놓고, 법률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6. 스토킹 대응, 혼자하지 마십시오 — 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한 순간입니다


스토킹 범죄는 법률상 단일 죄명이 아니라, 문자 메시지, 협박, 명예훼손, 폭행, 심지어 성범죄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찰은 하루 종일 고소인 진술만 듣지 않습니다. 제한된 조사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혐의를 명확히, 체계적으로 전달해야만 합니다.


또한,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찰, 검찰, 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술이 연결되어야만 가해자에게 실질적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초기부터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정리된 입장과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변호사가 알려주는 소송구조 완전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