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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블루 Aug 18. 2023

마음을 고치는 이야기

마음은 무엇인가요?

마음은 무엇일까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 감정, 기억, 인지 등 지능과 의식의 단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어떤 대학교 심리 대학원 입시 면접에서 “마음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온 적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마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심리학과 입시 면접 질문에 답은 “뇌”였다고 하네요. 네. 그렇습니다. 심리학에서 마음을 고치는 일은 뇌를 고치는 일입니다.  

   

세상을 인지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게 하는 모든 일이 뇌에서 일어납니다. 마음이 고장 나서, 다시 말해,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기 어렵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려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적절치 못한 의사결정을 하고, 상황에 알맞게 대처할 수 없게 되는 모든 일이 뇌에서 문제가 생겨서 그렇습니다. 마음이 잘 작동하면 잘 생각하고, 잘 느끼고, 잘 판단하고, 또 잘 행동합니다.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마음을 이야기할 때, ‘뇌’를 말하는 것은 더욱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요즘은 마음을 말할 때, 더 많은 것들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캔더스 퍼트라는 학자는 몸 안에 모든 분자가 서로 소통하고 있으니 그 분자들 사이의 소통까지 마음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이런 의견은 다소 급진적이지만, 요즘은 마음을 언급할 때, ‘신경계’까지는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시 정리하여 말하면, 마음은 뇌와 신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마음은 ‘두개골 안에 자리 잡혀있는 뇌, 몸 전체에 가지처럼 뻗어져 있는 신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뇌와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연구해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들이 있습니다. 


뇌와 신경계가 정상으로 작동할 경우, 사람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 목표는 자연스럽고 반사적이라는 면에서 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중 하나가 생명 유지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아실현을 하는 것입니다. 생명을 유지하려는 본능은 생명을 가진 생명체에게서는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인데, 자아실현의 본능은 여타의 종에게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특별한 것입니다. 자아실현이 안 될 때 사람들이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자아실현이란 것이 사람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본능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건강한 마음이라면 생명을 유지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본능을 충족하는데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문제는 마음이 병들어 건강하게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때입니다. 마음이 병들면 인지, 정서, 사고, 행동 등에 문제가 생깁니다. 세상의 다양한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유리한 정보 대신 불리하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정보에만 집중하게 되거나, 부정적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조절을 해서 줄여나가거나 긍정적 감정으로 전환이 어렵고, 논리적이고 합리적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관계없는 것들을 연결해서 엉뚱한 결정을 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종의 본능인 생명을 유지하는 일도 자아실현을 이루는 일도 점점 소원해집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거나(좋은 대인관계는 정서 조절과 삶의 질에 결정적입니다),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나 자극에 자신을 노출하거나, 건강에 나쁜 식습관, 운동 부족, 여러 가지 중독과 같은 행동 문제를 고치지 못하는 것, 원하는 목표가 있으나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증상으로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지지 못한 모든 것들도 마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병든 마음이 회복되고 좋아지면 생명 유지나 자아실현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지는 삶을 살게 됩니다. 알코올 중독 환자가 술을 끊고, 게임 중독으로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사람이 직업을 갖게 되고, 대인기피나 발표 불안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학생이 학교로 돌아가게 됩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사람이 자신에게 좀 더 적합한 직업을 찾을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마음이 건강해지면 삶의 방향이 더욱 건강하고 충만한 쪽으로 전환됩니다.     


마음을 고치는 심리상담을 저는 ‘돕는 일’로 보는데, 그 돕는 일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성장’을 돕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율’을 돕는 것입니다. 마음이 ‘성장’하도록 도우면, 이 마음은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성숙하고 정확하게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은 사고와 언어 능력이 개입하는 영역으로 마음이 성장하면, 성숙한 의사결정, 지혜로운 목표 설정 등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마음이 잘 ‘조율’하도록 도우면, 내적 충동이나 외적 자극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외부 환경과 잘 지내고 자신의 감정 조절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신경계에 부담이 될만한 충동이나 자극을 경험해도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충동이나 자극이 생기기 이전 상태로 몸의 상태가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건강한 마음은 충분히 성장한 조율이 잘 되는 마음입니다. 앞에서 드린 마음의 정의를 들어 말하자면, 충분히 성장하고 조율이 되는 뇌와 신경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실에서 만나는 마음은 성장이 덜 되어있고, 조율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경우입니다. 마음 성장에는 문제가 없는데 커다란 스트레스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조율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만으로도 치료 반응이 좋아, 자신의 생명 유지와 자아실현을 위한 쪽으로 삶의 방향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게 됩니다.     


뇌와 신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삶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어떻게 유지하고 또 자아실현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가를 보고 그 기능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한 마음을 가져도 생명 유지와 자아실현이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 처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건강한 마음이 결국 그 환경의 압박과 제한을 뚫고 생명력과 자기실현경향성을 발휘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환경이 제한해도 마음이 제한하지 않으면 발휘될 것은 발휘됩니다. 널빤지가 쌓여있는 목재 더미 아래에서 싹이 터서 겹겹이 쌓여있는 나무 널빤지를 비집고 줄기가 자라고 뿌리가 내리는 경우들을 수도 없이 목격합니다. 마음을 고치는 이야기는 그렇게 마음을 고쳐나간 마음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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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고치는 이야기는 정신과 치료실에서 마음을 고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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