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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Nov 14. 2022

생존할 것인가? 삶을 살 것인가?

Surviving?Living?전쟁을 끝나지 않는  불안정 양가애착

높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 중에는 불안정 양가 애착 유형인 사람들이 있다. 불안정 양가 애착은 애착 유형 중 하나로, 양육자가 수용적이거나 거부하는 행동을 일관성 없이 아이에게 보여주었을 때 아이가 갖게 되는 반응이다. 변덕스러운 어머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어머니에 대한 불신은 대상에게 집착하게 하는 행동을 하게 하거나 조절되지 않는 불안감을 만들어 낸다. 


불안정 양가 애착 유형이 경험하는 높은 각성 상태란, 무언가가 나를 위협할 것 같은 환경에서 경험하는 반사적인 반응들이다.  근육은 긴장하고, 눈이 커지고,  호흡은 가빠지고,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해진다. 이 반응들은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들로, 문제는 위협이 한 차례 지나가도 불안정 양가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또 다른 위협을 찾아 다시금 높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삶은 흡사 전쟁을 치르고 있는 병사의 삶과 같다.


높은 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힘은 의식적 수준에서 일어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에 스스로 또는 의지적으로 극복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위험하고 불안하고 자극적인 것들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안전하고 안정감이 느껴지고 안락한 것들은 시시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시시하게 느껴진다" 말은 평온한 환경 속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불안을 숨기려는 위장 언어이다. 


여기서 '위험하고 불안한 자극적인 것에 빠져든다'는 것은 재미있고 신나는 자극에 관심을 보이는 기질적인 성향과는 차이가 있다. 재미있고 신나는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만족감과 안도감을 느끼며 시간이 지나면 몸이 이완되고 편안해지는 감각을 느낀다. 반면, 위험하고 불안한 자극에 몸의 주파수가 맞추어진 사람들은 몸의 감각이 이완의 방향으로 전환되기가 어렵다.  


이들이 자신을 아프게 하고 괴롭히는 것들을 끊어내기 어려운 것은 이 고통스럽고 반복적이고 짜증 나는 자극들이 높은 각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높은 각성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보이는 이들은 이 자극들에 집착하며 이 자극들을 운명이나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하기도 한다.


이 끈질긴 힘은 어린 시절 주양육자와의 관계에서 기원한다. 채워지지 않는 애정 욕구, 양육자가 원하는 것을 충족하지 못하면 버려질 것 같다는 두려움은 아이를 늘 긴장하게 만들고 눈치 보게 만드는데, 이때 불안정 애착의 씨가 뿌려진다.  긴장하고 눈치 보는 것이 익숙해진 몸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도 긴장하고 눈치를 본다.  긴장하는 감각들은 '실수 없이 잘해야 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아', '실수하면 나를 비난하고 나를 떠날 거야'와 같은 왜곡되고 편향적인 생각들과 연합되기도 한다. 


불안정 애착 유형의 사람들의 치료 목표는 그들이 삶을 생존(surviving)하는데 그치지 않고 풍요롭게 살아가도록(living) 돕는 데 있다. 생존이 삶의 목표가 되면 상당히 제한된 삶을 살게 된다, 이기거나 지거나, 살아남거나 죽거나, 공격받거나 공격하기와 같은 이분법식 사고를 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살아남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식 사고는 타인과 함께 성장한다거나, 내가 먼저 선의로 다가가 베풀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행동들을 막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연결되어 느끼는 안락감이나 안정감, 몸 깊은 곳까지 느껴지는 평화로움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이들을 상담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그들의 삶에서 불필요하게 높은 각성을 일으키고 있는 자극들을 찾아 줄이거나 조절하면서, 동시에 건강하고 안정적인 유대감을 느낄 때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분석적, 역동적인 개입을 병행할 수 있다면, 불안정 애착 유형이 시작된 기원과 그 기원이 남겨준 관계 패턴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해하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불안정 양가 애착 유형인 사람들이 역기능적인 관계 패턴에서 벗어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시점은 유해한 관계를 정리하고 자신을 자신답게 살아가도록 돕는 관계들로 주위를 채워나가는 선택을 하는 시점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를 살펴보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불만족, 긴장감, 불안과 초조를 주로 경험하며 고통스럽다면,  그럼에도 그 관계들을 이어나가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이 고통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는 조절할 수 있는지, 또는 나를 자극하는 이 관계들이 진정 자신의 삶에 유익한 것인지도 살펴보자.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고 싶은가? '살아남기' 이외에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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