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이 적막하다. 카톡 창도 마찬가지다. 조용한 카톡 창에 유독 한 명이 계속 톡을 보낸다. 엄마다.
사교적이고 주변 사람을 챙기기 좋아하는 엄마는 집에만 들어오면 잔소리꾼으로 변한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반드시 무엇을 하라는 엄마 잔소리가 평생 듣기 싫었다. 그 잔소리는 내가 마흔다섯이라는 나이를 먹을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제발 그러지 좀 말라고 난생처음 엄마한테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평생 엄마 눈치를 봤는데, 엄마가 내 눈치를 보는 게 이상하지만 편했다. 그렇게 한동안 엄마는 조용했다.
그렇게 조용하던 엄마가 며칠 전부터 연락을 한다. 연락을 하는 이유는 마스크 때문이다.
시작은 엄마가 다이소에서 30명에게만 파는 마스크를 27번째로 사게 되었다는 톡으로 시작되었다. 수고하셨다고 답했다.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좋아해 드렸다.
그렇게 톡을 보내기 시작한 엄마는 매일 어디에서 몇 개의 마스크를 샀다는 톡을 보냈다. 나는 그 톡이 나가서 마스크를 사라는 말인 줄 알았지만 모른 척했다.
마스크 구매 5부제가 발표 나자 엄마는 또 톡을 보냈다. 그런 발표가 있는지 모르던 나에게, 엄마는 큰일 날 사람이라는 듯, 작은 아이는 생년이 6으로 끝나니 월요일에 가야 하고, 큰 아이와 나는생년이 4로 끝나니 목요일에 가라는 톡을 보냈다. 알았다고 하고 "고마워요. 엄마."이렇게 톡을 보냈다.
엄마가 오늘도 톡을 보냈다. 약국을 갈 때 가족 관계 증명서나 등본이나 여권을 가져가야 할 수 있으니 꼭 챙기라는 거다. 지금까지는 계속 알았다고만 하다가, 마스크가 아직 50장 정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 했다. 그 말에 엄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한 장에 만원 주고도 못 사니 꼭 사라고, 엄마는 내 눈치를 보느라 참고 참던 말을 결국 했다.
예전 같으면 짜증이 났을 법 한데, 갑자기 뭉클하기도 하고 울컥하다. 동네 약국 돌아다니며 마스크 두 장씩 사서 손주들 주려고 챙기고 있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저 열심에, 저 힘에 내가 컸구나 싶다. 나 걱정해주는 사람은 엄마뿐인데 내가 참 감사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