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고민이 많은 학생들을 위한 글
이번 주 목요일은 2021년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있었던 날입니다. 오늘의 글 주제인 ‘대학을 꼭 가야 할까?’라는 글을 시작하기 전에, 코로나 시국에 어느 해 보다 힘들게 수능시험을 준비한 수험생 여러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오늘의 글은 ‘대학 입학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수험생들’과 ‘여전히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수험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게 되었습니다.
우선 수능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이 글을 읽으면서 성인이 되기 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한 번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능이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 가장 중요해 보이다 보니, 다수의 사람들은 수능을 준비하는 기간이 약 1년이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시험은 사실상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년 때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적절하게 섞어서 만든 시험이기에 공부를 지속성 있게 열심히 해온 학생이 아니라면 갑자기 높은 등급을 취득하기 힘든 구조의 시험이라고 전문가들은 말을 합니다. 즉, 수능이라는 시험은 과장을 더해서 말하면 약 12년간 준비를 하는 시험입니다.
모든 학생이 12년간 꾸준하게 공부에만 목숨을 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적어도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교육과 사교육에 할애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성적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의해서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판가름이 납니다.
모든 학생들이 오직 수능시험의 결과로 대학교를 입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정시로 뽑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처럼 대학의 합격이 결정되는 시험인 만큼 수능은 상당히 부담스럽고 인생에 있어서 아주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심지어 철저히 시험을 준비해왔었더라도 그날 컨디션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예상치 못한 실패를 하면 대학을 위해 준비해온 시간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시험을 우리나라는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해서 지금까지 치러왔습니다.
필자가 방금 언급했듯 많은 학생들이 '오직' 대학에 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수능을 준비합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굉장히 의아하게 여겼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성적에 맞춰서 자신이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지,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거나, 할 수 있는 학생은 소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소수의 학생들만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와 학교를 정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저 수능시험 결과를 가지고 대학 입학원서를 넣습니다. 이 말은 즉, 12년간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공부했지만, 정작 공부를 한 이유는 학생들이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1. 사회가 일류 대학에 가면 좋다고 말한다.
2.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3. 모두가 공부를 해서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학생들은 스스로 원했던 학교 나 학과가 없을 때 대부분은 수능 결과에 맞춰서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 없는 대학을 나눕니다.
이 과정 속에서 본인이 목표한 대학이나 일류 대학에 지원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 결과를 자신의 능력과 동일시시키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때 학생들은 종종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오로지 대학만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입니다.
목표한 학교를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 열정적으로 준비하셨나요? 아니면 그냥 SKY 대학교에 가는 게 취업에 유리하고 멋지니까 그 학교를 기준으로 준비하셨나요? 혹은 자신의 성적에 맞춰 최상의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선택하셨나요?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을 정할 때 학교의 유명세와 순위를 따지고, 학과를 정할 때는 그 과가 취업이 잘 되는지 미래에 전망이 있는지 따집니다. 소수의 학생들이 자신이 가고 싶은 과를 갑니다만, 그 소수의 학생들 중에서도 그 과를 가고 싶은 이유를 심도 있게 고민해서 선택하는 학생은 매우 적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무엇을 위해서 공부에 목숨을 거는지 궁금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대학을 가면 금은보화를 주고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마법사가 존재하는 것처럼, 마치 좋은 대학교를 가면 인생 전체가 순탄한 길로 걸어갈 수 있을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주로 대학 입학 후에 드러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학기를 시작하지만 이내 많은 학생들은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이제서야 어떤 학과가 자신에 맞을지 자신의 진로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고민을 하면서 조율을 시작하지만, '다들 그래, 그런 시기가 있어.'라는 학교 선배들의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취직 준비를 시작합니다.
졸업을 한 후로부터 대부분 학생들은 취업에 집중합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취직 준비를 하는 학생이 있기도 하고 아예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취업률이 높은 분야에 뛰어들거나 아니면 전문직이 아니어도 아무나 일을 할 수 있는 분야로 취직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다시 한번 취준생의 시간을 걸쳐 사회 초년생으로서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회사에 취직을 했는지가 자신의 삶을 좋다, 나쁘다 나누는 기준이 되고 지표가 됩니다.
그렇게 취직이라는 결과만 얻으면 이제 삶을 재미있게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취직은 진정한 시작임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저는 제가 앞서 언급한 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에 대해서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은 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인생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만약 독자 중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빠져있다면 이제라도 인지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공유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 고정관념은 바로 모두가 꼭 가능하다면 좋은 대학교를 가야 하고 졸업을 한 후 가능하다면 꼭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왜 좋은 대학과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강조할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 좋은 대학과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분명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좋은 대학과 대기업은 편안한 삶을 살수 있도록 돈과 명예를 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돈과 명예가 삶의 전부일까요?
대기업 취직 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회사 생활이 너무나 즐거울까요? 취직 후 나머지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대학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성적에 맞춰 학교에 입학하고, 취직이 가능한 곳에 취직하는 삶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개인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지 모릅니다.
저는 학생 여러분들에게 어떤 대학, 어떤 학과를 가야 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하기 위해서 이 글을 적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대학, 학과를 갈지 정하기 전에, 나는 대학교육이 필요한가?부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이번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 보며 자신의 삶에 먼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대학을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여러분들이 그렇게 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 말의 뜻은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지 정하고 걸어가는 것과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고 걸어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서 이미 대학을 다니거나, 올해 수능을 보셔서 지원을 하셔야 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갑작스럽게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서 불안해할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머지 삶을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 스스로 방향키를 잡으면 됩니다.
당연히 자신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방향키를 잡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작업이 어렵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주권을 그냥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즉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기업에 다니며 사회적 성공을 했을지라도 감출 수 없는 공허함이 계속해서 여생을 살아가면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은 누가 가는 것일까요? 개인마다 의견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가 대학이 필요한지 제 개인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전문지식을 배우기 위한 사람
대학교에는 다양한 과가 있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나 다닐 예정인 학교에 어떤 과가 있는지 전체적으로 한 번 확인해 보면, A라는 학과를 선택하면 A 학과에 관련된 직업을 꼭 가져야 할 정도로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과가 있습니다.
혹은 그 과에 관련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A라는 학과를 꼭 나와야 하는 과가 있습니다. (예: 의대, 수의대, 간호학과, 회계과 등등)
이처럼 모든 과가 반드시 그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 대학교를 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세상엔 이미 수많은 정보와 대학교를 제외한 교육 과정이 존재하고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개체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한 학문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면 대학을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자신의 살고 싶은 삶에 대학이 필요한 사람
대학교를 간다고 해서 꼭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교를 가면 고등학교 때와 달리 굉장히 폭넓은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의 설계한 삶에 대학교를 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동아리 활동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대학교를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꼭 하나 기억을 하셔야 하는 것은 폭넓은 사회활동, 다양한 사람 만나기, 다양한 동아리 활동은 꼭 대학교 등록금 몇백만 원씩 쓰면서 경험하실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충분히 다양한 모임과 동호회 그리고 기회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꼭 대학교라는 소속감이 필요하다면 대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설계한 삶이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면 증명된 학위는 사람들에게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의 발전된 인프라 시스템과 다양한 교육 플랫폼 덕분에 저는 이 두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학이라는 기관을 굳이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모두가 의지만 있다면 잘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글을 쓴 목적은 대학이 필요 없다 또는 대학을 안 가도 성공할 수 있다를 말하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닙니다. 대학을 가면 정말 전공에 관련된 학문을 제외하고도 정말 많고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여러분의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가고 싶은지 오직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12년간 공부를 하는 이유가 꼭 대학만을 위해서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다양하게 경험한 것들이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힌트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모아서 당신만의 인생 나침반을 만들어보세요.
그러고 나서 여전히 대학이 필요하다면, 그때 대학을 가는 것도 늦지 않습니다. 꼭 대학을 20대에 가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요.
수능이 끝나신 수험생 여러분, 이 글을 읽고 기회 삼아 당신이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한 번 심도 있게 자신을 관찰을 해보세요. 그 후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셔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언제나 여러분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현태
https://brunch.co.kr/@ahnhyeontae/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