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하 학폭) 피해자의 복수극'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서 학폭 장면을 보는 게 힘겨웠다. 굳이 왜 이런 불편한 장면을 넣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현실은 이보다 더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학폭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고데기 열 체크'도 2006년 실제 했던 사건임을 알게 됐다.
두 명의 학폭 피해자와 인터뷰를 했다.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겪었던 폭력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성인이 돼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언어와 신체 폭력으로 이어지던 학폭을 견디지 못해 학교 건물에서 몸을 던졌으나, 다행히 수술에 성공해 지금은 대학생이 돼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중학교 3년 내내 학교 폭력을 당했는데, 매년 반만 바뀌었을 뿐 그를 괴롭힌 건 언제나 학급의 1/3 가량의 같은 반 친구들이었다고 했다. 사실상 집단 따돌림을 당했던 것. 그들이 한 가해는 '빵 셔틀'에서 시작해 돈을 빼앗거나, 주차장에서 집단 폭행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에게 학폭 피해 이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물었다. 공통된 건 두 사람 모두 학폭 피해 지원을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그렇게 또 다른 피해를 지원하면서 이겨내고 있는 듯싶었다. 학교 폭력 피해자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는데,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두 사람이 모두 그때 자신의 모습에 후회한다고 했다.한 차례도 폭력에 반항하지 않고 그저 힘의 논리로 겨뤄보지도 않고 받아들인 것. 그게 후회된다며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친구는 의자를 던져서라도 가해 학생들에게 반항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깐 시간이 지났지만 학폭은 여전히 그들에게 상처로 남았고, 그 가해 학생들을 용서했다고 했지만 시간을 되돌리면 조금이라도피해를 주고 싶은 듯했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결정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가벼웠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든다. 두 사건의 가해학생들에 대한 처분도 그랬다. 한 사건의 경우 가해자들이 받은 건 교사에게 받은 체벌 그리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적어 내는 선에서 끝났다. 또 다른 사건은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당사자는 알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그럼에도 당시 그들이 가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건 피해 이후 자신 앞에 놓인 풀지 못한 숙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여기서 멈추면 대학도, 그 이후 자신의 미래도 무너져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지금이 시간이 흘러 그 사이 학폭 관련 처벌은 강화됐지만 가해자들이 여전히 성인이 아닌 학생이기에 '퇴학' 처분까지 받는 일은 매우 드물고,대다수는 생활기록부에도 남지 않는 가벼운 1~3호 처분으로 끝난다.
이 기사를 쓰면서 [더 글로리]의 작가가 딸에게 받았다는 그 질문을 많이 받았다. '자식이 학폭 가해자나,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취재를 하다 보면 대부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뭔지 확신이 있었는데, 학폭은 그런 확신이잘 들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의 세계에서 '동물의 왕국'과 같은 힘의 논리가 지배되지 않도록 학폭예방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 가해를 한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처분이나 처벌이 필요한 지는 솔직히 답을 내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