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이지만 고맙습니다

나보다 5미터 앞에 달리는 당신

by 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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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1:45 퇴근.


피곤하니까 버스를 타고 얼른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따릉이를 탑니다. 어제 본 글이 하나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면서 연애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문화생활도 하고 취직 준비도 하고 취미에 운동까지 하는 사람이 진짜 대단해보였다. 나는 공부하고 누워만 있어도 힘든데.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니 내가 공부만으로 지친 이유는 운동하지 않아서고, 저 모든 걸 다 한 사람은 운동하기 때문에 다 할 수 있는 거였다."


따릉이를 타거나 걸어 한강을 건넌 적이 있습니까? 도로와 대교를 잇는 횡단보도들은 보행 신호 버튼을 직접 눌러줘야 해요.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면 초록불이 들어옵니다. 그러면 그때 건너가는 거예요. 예전에 한 번은 그걸 몰라서, '신호등이 왜 안바뀌지?'하고 하염없이 기다린 적도 있어요.


자전거를 타고 갈 땐 그 버튼을 찾아 누르는 게 사실 좀 귀찮은데, 그럴 때 나보다 5미터에서 10미터 정도 앞서 가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습니다. 나보다 먼저 건널목에 도착하는 그 사람이 버튼을 하나씩 눌러주 거든요. 나는 그러면 그가 터준 길을 따라 가면 돼요. 나보다 조금 앞서 달리는 사람.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그 뒷모습이 든든합니다.


오늘은 나보다 먼저 가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 뒤를 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건널목 마다 멈춰서 보행 신호 버튼을 눌렀어요.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귀가 조금 시렸는데,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이 작은 일이 뭐라고 뿌듯한 마음이 들더라니까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달리는 일이 익숙하지만, 익숙한 만큼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되는 날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내 삶은 나보다 늘 5에서 10미터 먼저 달리는 사람 때문에 편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엄마의 얼굴도 떠오르고 할머니의 얼굴도 떠올랐어요. 이제는 둘 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늘 내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제는 내가 속도를 낼 타이밍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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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월급날!) 플레이리스트


주주클럽 - 보고 싶다는


아이아 아이아 아이아 아이 아아아 아이아아아 보고 싶다는 너의 전화를 받고 널보러 집을 나서는 그 순간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알 수 없는 아름다운 그애와 서로 마주쳤었어 난 (너에게 한번도 느낄 수 없었던) 영화 속에서나 있을것 같았던 사랑을 나는 느꼈어 니가 이런 날 어떻게 생각할까 너에게 이런 얘기를 아마 못 할거야 너와 나 어떤 수많은 얘기들과 하지만 어떤 우리의 추억들이 아름답지 않았던건 아냐 하지만 난 이순간 정말 사랑을 느꼈었어 난 (너에게 한번도 느낄 수 없었던) 영화 속에서나 있을 것 같았던 사랑을 나는 느꼈어 느꼈었어 느꼈었어 느꼈었어 어어우 어어우 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