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자전거 도로야

나는 가끔 너무 성급하게 오해하는 것 같아

by 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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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데, 오늘은 좀 늦게 퇴근해서 날이 어둑어둑 했거든. 글쎄 나는 입추가 지난 것도 몰랐지. 친구가 아침에 문자로 알려줘서 알았어. 얼마 전까지는 8시가 넘어도 환하더니 이제 7시 반만 지나도 어두워져.



배가 고파서 페달을 빨리 밟았어. 고픈 배로 견디는 시간이 늘어나면 여지없이 꼭 과식을 하게 돼. 적당히 먹으려던 다짐들이 다 소용이 없게 되거든. 오늘은 바람도 안 불었는데 자전가가 왠지 앞으로 잘 안나갔어. 후끈하지도 않는데, 이마에선 땀이 후두둑 떨어지고



그때 맞은 편에서 라이트를 킨 자동차가 다가오는 거야. 여긴 한강인데? 자전거 도로인데? 이 자동차는 뭐지 속으로 생각했어. 짜증도 났어. 자전거도 빠르지만 차는 더 빠르잖아. 근데 가까이 다가가니 차가 아니라 자전거더라. 친구와 함께 나란히, 사이의 거리와 속도를 나란하게 맞춰서 달리는 자전거 둘.



나는 가끔 너무 성급하게 오해하는 것 같아. 그리고 너무 빨리 화를 내고, 포기하고, 지쳐버려.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다 안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자동차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를 자동차라고 생각하고 무력해져.



그래도 이번엔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자전거여서 다행이야. 스쳐 지나가면서 알게 돼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세상에는 지켜야할 게 왜 이렇게 많을까. 사실 지키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일일지도 몰라. 지키는 건 정말 별 거 아닌데, 지키지 않는 사람을 한 명 발견하면, 그 쉬운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려. 결국 나에게 좋은 일들은, 나를 위해 기꺼이 하면 좋을 텐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렵게 됐을까. 알면서도 잘 안고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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