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만큼이나 환해

여름과 겨울이 있으면 나는 무조건 겨울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by 체부


겨울이 끝나가던 지난 2월.


6시가 조금 넘어 일찍 퇴근을 하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환해서 깜짝 놀랐다. 밤늦게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벌써 오래 전에 입춘(2022.2.4)을 지났다는 말을 들었다. 벌써 입춘이 지났다니. 이제는 날이 좀 풀렸으니까 다시 따릉이를 타고 퇴근할 수 있겠다.


여름과 겨울이 있으면, 나는 무조건 겨울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달라진다. 아무래도 여름이 좀 더 좋은 것 같아. 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해가 길어서겠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퇴근 후의 시간이 나에게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고 있다. 6시가 넘어 퇴근을 해도, 일이 많아서 7시가 넘어 퇴근한다고 해도 여름의 퇴근길은 겨울에 비해서는 여전히 환하다. 퇴근 후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아직 이만큼이나 밝잖아" 하고 말해주는 가능성의 밝기. 그 밝기를 좋아하게 된 걸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무엇을 하기에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걸까? 그게 사람이 아니라면 이렇게 오후의 햇살이라도. 내가 그런 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입추는 입춘의 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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