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세 살부터 가야 하는 프랑스 학교, 입학 3주 소감
지난 9월 첫째 주에 만 세 살 된 첫째 아이가 의무 공교육을 시작했다. 프랑스는 지난 19년부터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이다. 이제 막 기저귀를 뗀 코찔찔이 아이들이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까지 주 5일 학교에 있어야 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프랑스의 이런 제도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아이들은 레스토랑에서 뛰어다니지 않는다는 등의 육아서적처럼, 이 같은 제도 안에서 아이들은 사회성과 예절, 독립심을 일찍 배울 수 있고, 부모들은 일찌감치 사회로 돌아가 일을 할 수 있으니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생각이 좀 달라졌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꼬마 아이가 학교에 가서 조금 군기가 팍 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짠하다. 어젯밤에는 혼자 인형놀이를 하면서 중얼중얼하길래 가만히 들어보니
‘여기는 학교야. 학교에서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어!’
라며 선생님을 따라 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다리는 학교는 공립학교다. 세 살이건 네 살이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아침에 무조건 8시 20분부터 35분까지만 교문이 열리기 때문에 절대 늦어서는 안 된다. 늦으면 혼나는 게 아니라 그냥 못 들어간다. 일터에 가야 하는 부모들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아직 초보 학부모인 나와 남편은 매일 아침 아이를 서둘러 깨우고 서둘러 아침을 먹이고, 매일 아침 ‘늦으면 안 되니까 서둘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 또 아이에게 물려주기 싫어서 정말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학교에 도착하면 어리둥절한 코찔찔이 아이들이 다들 눈만 껌뻑 껌뻑하고 엄마와 아빠 가랑이 사이로 숨는다. 공갈 젖꼭지를 테제베와 같은 속도로 빨아 재끼는 우리 애와 같은 아이들도 있고, 애착 인형을 꼭 안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 누군가는 프랑스 애들은 이런 걸 해서 귀엽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이 아이가 뭔가 불안하구나’ 하는 생각뿐이다.
오늘 아침에는 아이 입도 안 닦고 나가서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갔다. 이건 뭔가 화장실에 따듯한 물이 안 나온다. 찬물만 나온다. 아침 기온이 10도 11도 정도로 추워져 어른인 나도 손을 씻기 내키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겨울에는 아이들이 손을 아무도 안 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전기료, 가스료가 많이 올라서 올 겨울에는 1도씩 낮추는 운동이 시작될 예정인데, 교육부 산하의 우리 아이의 공립학교도 예외는 없다. 3살 아이들이 다니건 뭐 건 예외 따위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되어 좀 추운 건물인 데다가, 실내온도를 19도에 맞추던 것을 이젠 18도로 맞춘다고 교장선생님이 공지를 했다. 18도에 찬물로 손을 씻어야 한다니….
우리 아이는 생후 6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녀서 단체생활에 아주 익숙하다.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은 아이들은 하루 종일 여러 아이들과 한 곳에 갇혀 있는 것에 호된 적응 기간을 지나야 한다. 오늘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어떤 아이가 나에게 반 울먹울먹 하며 ‘우리 엄마 어디 있어?’라고 물었다.
프랑스 공교육이 위기라는 말이 많다. 교사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겨우 3주밖에 지나지 않았고, 앞으로 15년이나 남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이가 걱정이라기보다 내가 일을 하면서 학부형을 잘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이번 주말 아침에는 찬 가을 기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꼭 안아주고 늦잠도 같이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