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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Apr 21. 2016

앵콜요청금지 재발매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밴드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

브로콜리너마저를 우연히 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죠.


계피의 목소기가 좋았기 때문일까요.



지난 8일, 브로콜리너마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첫 EP였던 '앵콜 요청 금지'가 재발매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그리고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으며 들으면 좋을 노래들을 생각하는데

가을방학부터 시작되어 계피의 곡으로 채워지고 있었고,

지난번 갔던 브로콜리너마저의 셋리스트가 생각나서 멜론의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어요.


아침에 책을 읽는 2시간 동안 브로콜리너마저를 듣기 위해서.



2007년 대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늦은 밤에 찾아 듣던 브로콜리너마저였기에 EP의 재발매 소식은 반가웠습니다.

예약 구매를 해야 했는데 못해서 아쉽지만요...


앨범이 홈레코딩으로 제작되었기에 많이 들었던 앨범들과는 많이 달랐기에 오래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꾸준히 뷰티플 민트 라이프나 그린플러그드 등 음악 페스티벌을 통해 만날 수 있었기에 그때만 기다렸던 것 같아요.



멜랑콜리하면서 가사도 쏙쏙 들어오고 음악이 너무 좋아 꾸준히 히트를 쳤던 브로콜리너마저.


EP 앵콜요청금지 2007


100% 순수한 감성을 전했던 앵콜요청금지.


말 

끝 

앵콜요청금지 

마침표 

청춘열차 

안녕 이렇게 여섯 곡을 듣고 있다 보면 이들이 전하는 감성에 그냥 붙들리고 귀에 계속 맴돌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죠.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상처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 상처를 마데카솔을 발라주듯 보듬어주는 곡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1집 보편적인 노래 2008


2008년 '보편적인 노래'가 발매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봄이 오면

두근두근

속좁은 여학생

2009년의 우리들

안녕

편지

앵콜요청금지

보편적인 노래

유자차

이렇게 열두 곡을 들으며 20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일상이 담긴 에세이 같은 가사와 따뜻한 음으로 함께 보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2집 졸업 2010


브로콜리너마저의 멤버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 생각들이 담긴 1집 때보다 조금 더 힘이 있고 성숙한 곡들이 담긴 '졸업'이 나왔습니다.


들을수록 좋아지는 

감성을 공유하던 브로콜리너마저라는 친구와 함께 성숙해지기 시작했어요.


열두시 반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변두리 소년 소녀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울지마

마음이 문제

이젠 안녕

할머니

환절기

졸업

다섯시 반 

이렇게 열한 곡을 듣고 있으면 

새벽에 갑자기 이유 없이 우울해졌을 때, 지치고 힘든 나를 다독여주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는 이 앨범에서 브로콜리너마저가 정점을 딱 찍어버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아무리 들어도 먹먹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가만히 방바닥에 앉아 벽에 머리를 대고 듣고 있으면 

처음 들었을 때 그대로 지금도 들으면서 울컥하면서 다 듣고 나면 치유가 되죠.

곡 하나하나 다 너무 좋아 명반입니다.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 2012

시간이 흘러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돌리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지며


브로콜리너마저도 힘든 순간이 있었습니다.


계피의 탈퇴가 있었고

많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었죠.


그러면서 팬들은 계속 브로콜리너마저를 듣고 싶어 했기에

지금 있는 멤버들은 녹음을 시작합니다.


처음 발매된 앨범과는 미묘하게 다른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편곡과 연주가 많이 깔끔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보컬도 더 발전되었다는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기에 

소장하고 싶은 앨범이 되었죠.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 나와 함께 해주는 브로콜리너마저가 되었죠.


숨바꼭질 2012
EP 1/10 2012

2012년 추운 겨울밤, 그 느낌 그대로 담은 1/10이 발매됩니다.

여름밤을 담았던 2집 졸업에 이어 추은 겨울을 더 차갑고 쌀쌀하게 느끼는 곡으로 채워져 있죠.


막차 

숨바꼭질 

1/10 

손편지

이렇게 네 곡을 듣고 나면 추운 겨울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 앉아 또 감성에 녹아버립니다.

들을수록 반하고 빠져드는 브로콜리너마저.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은 처음 들었을 때, 뜨끔하면서 나를 그냥 확 안아주고 토닥토닥해줬다고 하면

시간이 흘러 다시 듣게 되었을 때는 내 마음을 다 들려주고 싶은 가까운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귀에 한 번에 감겨드는 멜로디,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감성이 너무 잘 어울리는 브로콜리너마저.

마음속의 말을 그대로 뱉어내는 것이 아니고 

머릿속에서 내가 고민하고 되뇌던 것과 같이 많이 되내어 압축해서 하는 가사.

그랬기에 더 감성적인가 봐요.


비가 내리는 목요일 새벽, 아침.

나도 조금 힘들기 때문에 더 찾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재발매를 너무 환영합니다.


따뜻한 봄과 서늘한 가을, 페스티벌에서 두 손 흔들며 들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rrpiApmMTQ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문화콘서트 난장



21.0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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