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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Dec 05. 2016

기억과 예감, 그 사이. 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2007년 개봉했을 때 설렘 가득했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하게 했죠.

기억과 예감 그 사이에서 주인공들의 하루를 치우침 없이 중립적으로 바라본 애니메이션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이 영화를 다시 본 계기는 순수했던 이야기가 다시 보고 싶었고,

러닝 타임이 1시간인 이 영화는 출근길,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 좋은 영화였어요.


기억이라는 것

요즘 생각해보면 정말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그 사이에 틈틈이 기록되는 것 같아요.

어떤 순간은 빠르게 흘러간 것 같고, 기억도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

어떤 순간은 천천히 흘러간 것 같고, 또렷하게 남아있죠.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처럼 흘러간 하루에도 초속 5cm로 살랑살랑 떨어진다는 벚꽃의 낙화와 같이 천천히 흐르는 순간이 있어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금과 조금 먼 미래를 가까이에서 보지 않고 멀리서 바라봅니다.



그리운 사람, 그리고 그리운 동네에 대한 끌림이 만들어낸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누군가의 존재, 그 장소의 존재가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 속에 놓여있는 우리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의 청소년이 나오고

어떻게 보면 개방되었다고 하겠지만 닫혀있는 세계에 살았던 주인공 그리고 그 세계를 살았던 우리.

학교

전차

편의점

좁은 언덕

지금처럼 빠르게 주고받는 메일이 아닌 편지로 주고받는 서로의 감정

하루의 소중함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잡아내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시간, 공간이 담겨있는 초속 5센티미터는 시간을 풍경화의 일부로 만들어냅니다.


도시와 시골을 주고받으면서 

둘이 아닌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들을 보여주면서 

계절을 담고 있는 풍경이 사람의 존재를 작게 만들어버립니다.


신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에서는 항상 감정이 어떤 물질들이 일상이 된 삶에서 만들어내는 감수성이 나오는데요. 감성을 잘 꺼내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 나오는 날씨는 주인공의 마음을 보여주고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에서 오는 상실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 독특한 감수성 그리고 표현.

외로움을 느끼는 주인공들을 그냥 주지만 먼 미래, 낯선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는 열어 놓았어요.


갑자기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운명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죠.

그리운 시간에 대한 분위기를 먼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느낌하고 같게 그리는 초속 5cm

아카리에 대한 기억은 고독하게 느껴지는 우주의 존재감과 누군가를 만난다는 예감이 있어요.

기억은 늘 아름다운 벚꽃이 떨어지는 과거이고

주인공들의, 또 우리의 지금 이 현실은 벚꽃처럼 눈이 내리는 겨울이죠.


이 차가운 계절을 사는 주인공의 시선은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에 대한 예감 사이에 

지금 이 일상을 거의 가운데 두면

평생 추억을 갖고 있겠지만 그 추억의 대상 때문에 힘들지 않게 될 것이에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는 타카키와 아카리가 어릴 때 함께 걸은 기찻길이 나오는데요.

서로 알아본 듯 멈칫하게 되고 

뒤를 돌아보면 그 사람도 뒤돌아 볼 것이라 생각했지만

전철이 지나간 그 자리에는 아카리는 없었어요.

타카키는 미소를 띠고 갈 길을 가는데요.

이 장면에서 새로운 시작을 암시했어요.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내 인연은 어디에...


04.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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