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말을 하고, 글을 쓰는데 보냅니다.
서점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작가가 일상에서 발견했던 의미가 있는 말, 그리고 글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평소에 저는 '일상의 밀도'라는 주제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조금 더 들여다보면서 말과 글에서 온도를 보여줍니다.
단어가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변했는지 들려주고
이 단어가 갖고 있는 그리고 우리말이 갖고 있는 따뜻함과 차가움을 소재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떻게 보면 스치듯 지나갔을 것들에 관심을 갖고 소중함을 보여줍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슬로 라이프를 하게 되죠.
내가 쓰는 말, 글의 온도는 어떤지 계속 생각하게 했습니다.
책에 있던 글 중에서 메모한 것들을 소개해봅니다.
글은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긁다, 글, 그리움' 중에서
감정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이모션(emotion)의 어원은 라틴어 모베레(movere)다.
‘움직인다’는 뜻이다.
감정은 멈추어 있지 않고 자세와 자리를 바꿔 가며 매 순간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말한다. 이별 또한 사랑의 전개 과정이라고.
사랑이 ‘기승전결’을 거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 '감정은 움직이는 거야' 중에서
뭐든 자세히 보면 다른 게 보이는 것 같다. 강물만 해도 그렇다.
버스를 타고 달리다 새카만 한강을 한참 바라보면 알게 된다.
강 위를 떠다니는 게 물만은 아니라는 것을, 바람이 흐르고 있고, 햇살도 내려앉아 있다는 것을.
‘달팽이의 별’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달팽이처럼 촉각에만 의지해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사는 남편과 척추장애를 앓는 아내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린 가장 귀한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 가장 값진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다른 게 보여’ 중에서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이 다가올 때, 계절의 틈이 벌어질 때 사람들은 각자의 방편으로 소박한 행사를 치르곤 한다.
어떤 이는 장롱에 묵혀둔 옷을 꺼내 말끔히 손질하거나 새롭게 수선한다.
의식(衣食)으로 의식(儀式)을 거행하는 셈이다.
또 다른 이는 집 청소와 책상 정리로 마음에 묻은 얼룩을 닦아낸다.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분류하며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절의 틈새를 건너가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계절의 틈새’ 중에서
언어의 온도를 읽으며 제 말과 글에 조금 더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틈틈이 시간이 나면 일상의 밀도를 더 채워보려고 합니다.
06.03.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