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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보다홍차 Sep 14. 2021

너무 한낮의 고어

영화 '미드 소마', 2019, 아리 애스터




스웨덴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힐링영화.. (?)


스웨덴 영화제에 가고 싶었으나 이미 매진이었던 관계로 (흑ㅠㅠ) 아쉬운대로 스웨덴을 배경으로 '미드 소마'를 추천받아 '엄마랑' 같이 보게 되었다 ㅋㅋㅋ 약간의 공포영화라고 엄마에게 넌지시 말을 했으나 이내 스웨덴의 예쁜 풍경과 색감에 잠시. 영화의 장르를 잊어버리기도 하였다. 최근 봤던 '블랙 위도우'에서 플로렌스 퓨의 연기를 인상깊게 봤었는데, 다시 스크린으로 만나니 반갑기도 했다. 아무튼 러닝타임도 길고 영화 내내 불쾌함을 지울 수 없었던 영화 미드소마의 리뷰를 적어보겠다.

 


1. 작품 정보

개봉 : 2019.07.11

장르 : 공포

러닝타임 : 147분

감독 : 아리 애스터

출연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 윌리엄 잭슨, 빌헬름 브롬그렌


2. 줄거리

1) 한줄 요약 : 불행한 사건이 생겨 슬픔에 빠진 대니가 친구 펠레의 초대를 받아 90년에 한번 9일간 하지 축제가 열리는 호르가(Hårga)라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 방문해서 겪는 일들을 다루는 내용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 구체적인 줄거리 : 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퓨)의 동생은 조울증을 앓고 있다. 유독 불안함이 덮쳐오던 어느 날 밤, 대니는 계속해서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에게 연락을 한다. 그런 크리스티안을 보며 친구들은 어서 헤어지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대니의 동생은 실제로 자동차 배기가스를 호스로 연결해 가스 중독으로 자살하였고, 부모님이 계신 방까지 가스를 주입해 부모님도 죽고 말았다. 순식간에 가족이 모두 죽고 대니는 혼자 남게 된다. 관계를 끝내고 싶어하던 크리스티안은 그녀의 비극적인 소식에 차마 헤어지지 못하고 계속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던 중, 인류학과에 재학 중인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들은 펠레의 고향인 스웨덴에서 열리는 축제 '미드소마'를 참여하고 논문의 주제로 쓰고자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다.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대니는 서운해하는데, 그를 풀어주기 위한 일환으로 여행을 함께 가자 제안하였다가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친구들은 못마땅해 하지만 (스웨덴 여인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꿈꿨기 때문에..) 대니의 상황을 알고 함께 가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 예쁜 전통 의상, 축제..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는 한적한 공동체 마을이었다. 하지만 축제에 참여한 다음 날, 기괴한 의식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72세가 넘은 자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해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에 충격 받은 또다른 외부인 커플은 당장 집에 가겠다며 화를 낸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싸늘한 죽음 뿐이었다. 조금씩 공동체의 룰에 어긋난 행동을 할 때마다 점점 사라지는 친구들. 그리고 대니와 크리스티안 역시 각각 공동체 의식을 통해 겪고 싶지 않은 공포를 겪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외부인을 이곳에 데려와 인신제사를 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친구인줄 알았던 펠레는 그곳에 외부인을 데려온 후 자신 역시 함께 죽음을 맞이함으로 명예를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 대니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5월의 여왕이 되어 살아남는다. 하지만 자신의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을 제물로 지목하는데, 묘한 해방감과 웃음을 지으며 영화가 끝이 난다.




3. 감상평

1) 대니에게 '미드 소마'는 구속이었을까, 구원이었을까


갑작스레 가족을 잃어버린 대니. 그런 대니의 아픔을 이해한다며 미드 소마로 오기를 바랐던 펠레는 자신 역시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고 나눈다. 펠레도 어떠한 계기로 이 공동체에 흘러 들어와, 자신의 아픔을 채워줄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나고 이 공동체로 새로운 사람을 끌어들이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렇게 볼 때, 대니에게 이 공동체는 공포로 시작해 구원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제는 아무도 자신의 편이 없다는 절망감(심지어 남자친구 크리스티안 조차도 '마야'와 성관계를 맺는 것을 보게 되며 더욱 미치게 된다)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였고, '5월의 여왕'을 통해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5월의 여왕'은 대니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되는데 혼미한 상태에서 스웨덴어가 통하는 장면이나 점점 대니가 행복한 표정으로 변화되는 모습은 공동체에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호르가 마을은 대니를 미쳐버리게 만들면서도 어떤 해탈, 해방, 구원으로 승화되었다. 심지어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의 충격적인 씨받이 현장을 보고 울고 있는 대니에게 그 울음을 따라하는 것 역시 집단광기를 통한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위로의 방식인 것이다. 가족을 잃어버린 그녀의 아픔은 조금만 착란의 상태(마약 섭취)로 살면 새로운 가족을 얻을 수 있다. 대니는 그것을 경험하고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손짓으로 끌려들어가고 만다.

집단 광기의 위로 방식. 울음소리를 따라한다.



결국 함께 동화되어버린 대니. 오히려 이 순간만큼은 대니에게 구원이었을까.




2) 하지말란 건 하지 말자.

빠르게 스쳐간 두 사람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긴 했지만 그들은 더 끔찍하게 먼저 처단되었다. 공포영화의 대표적인 클리셰이기도 하다. 뭔가 먼저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는... 공동체의 질서를 깨뜨리는 자들은 자비 없이 단죄.  


 


3) 스웨덴 호르가 마을 공동체, 집단 광기의 무서움


엄마는 영화를 보고 미친 놈들이라고 했다 ㅋㅋ. 아무튼 이곳은 모두가 밤낮도 구분되지 않는 백야 속에서 늘 마약에 찌들어 현실과 비정상의 사이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정신착란적인 공간을 구성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어쩌면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반쯤 미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에 대한 비판인가? 아무튼 그들은 자신을 철저히 거룩하고 순결한 존재로 생각하고, 외부인을 끌어와 제물로 삼으며 씨를 이어간다. 집단 광기, 어떤 맹목적인 믿음은 진실을 가리고 몽환적이고 혼탁한 것에 더욱 마음을 쏟는다. 그것을 나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하니 더욱 비상식적인 진리가 진짜 진리가 된다. 추악한 내면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히 통제함과 자연의 순환에 맡긴다는 합리화가 이들을 불안하게 유지해주고 있다. 의심하는 순간 죽는다. 그것이 집단 광기의 무서움이다.



4. 기타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


뒤집어진 현수막은 뒤집한 세상, 뒤틀린 공간에 대한 상징



뒷배경 숲에 자살한 동생의 얼굴이 언뜻 비친다. 무서울정도의 디테일..;;



절벽에서 떨어진 할아버지는..
세기의 미소년.. 비요른 안데르센이시라는 사실..!


5. 나오며.


영화를 처음 다 보고 나서는 솔직히 불쾌하고 괜히 봤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 러닝타임도 긴데 이 긴 시간 내내 불쾌함을 줘야겠냐!라는 불만을.. 심지어는 앞으로 미디어,영화 업계에서 어떻게 일하지? 라는 고민까지 들만큼 회의적인 작품이었다..ㅋㅋ 그래도 다시 글을 써보니 해석하는 재미가 쏠쏠하게 있어서 포스팅에 공을 들였다. 일단 이슈를 만들어낸다는 것 역시 대단한 작품임을 입증한다. 또 영화 안에 숨겨놓은 복선과 디테일들 때문에 N번 반복해서 보게끔 하는 재미. 영화는 처음 볼 때가 가장 어렵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곱씹어 볼 때 더 좋다. 익숙한 영화들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서 또 새로운 영화를 찾아보고 또 익숙하게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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