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먹는 점심과 낮술
브레이크 타임이 일반화된 이탈리아에서 끼니때를 놓치면 굶기가 십상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테르미니(Termini)역에서 12시에 출발했더니 오후 2시 반이 되어서야 아씨시(Assisi)역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지나기도 했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긴장감도 한몫을 했는지 급격하게 허기가 찾아왔다. 기차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다 보니 오후 3시가 훌쩍 넘어섰다. 이탈리아의 점심시간은 보통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2시 30분까지라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몇 없는 역 근처의 레스토랑이 모두 닫혀있었다.
당장이라도 뭐든 입에 넣고 싶을 만큼 배가 고팠지만 역 앞 맥도날드에서 만큼은 먹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 것이 많은 이탈리아에서 소중한 한 끼를 대충 때우고 싶지 않았고, 결국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숙소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배고픈 상태에서 장을 보고 이동해 짐을 풀고 음식 준비를 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인내력이 필요했다. 그나마 새로운 도시의 마트를 구경하는 재미와 아름다운 아씨시의 풍경은 인내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숙소! 우리는 이탈리아어로 아그리투리즈모(agriturismo)라고 불리는 농가 주택에 묵었다. 아름다웠던 숙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 자세하게 설명하고 감동적이었던 아씨시에서의 첫 끼에 대해서 계속 적어본다.
재빠르게 짐을 풀고 차린 점심 메뉴는 씨 없는 올리브, 모차렐라, 딸기, 참치캔이 가득 올라간 빅사이즈 샐러드와 레드 와인이었다. 마트에서 16유로라는 착한 가격으로 구매한 와인은 움브리아 지방의 토착 품종인 사그란티노로 만든 2012년 산 와인으로 산미의 밸런스가 좋아서 대낮에 둘이서 한 병을 금방 비웠다. 좋아하는 것으로만 구성된 샐러드는 바닥이 드러날 틈도 없이 재료를 리필하며 싹 비웠다.
이탈리아 마트에 가면 각 지방에서 만든 특색 있고 질 좋은 와인들이 한 면에 꽉 차있는데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와인을 고를 때는 품종이나 지역, 와이너리를 보고 고르기도 하지만 잘 모를 때는 vivino라는 와인 앱을 많이 이용한다. 와인의 평점부터 코멘트, 평균 가격까지 디테일하게 비교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