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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당동붓다 Mar 04. 2016

불량엄마 일기 #1

워킹맘의 비애 1

일전에 엄청난 이슈가 된 SBS 엄마와의 전쟁을 조금 보다가, 너무나 불편해서 중간에 꺼버렸다. 엄마가 새벽부터 아침밥을 준비하다가 새벽에 도망치듯 출근하는 부분이었는데, 이유인즉 인사를 하고 가면 시간이 오래걸리고 마음이 아파서 도망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미안함' 이 너무 싫다. 나도 엄마 초기에는 미안함으로 중무장한 엄마였지만, 그 미안함으로 인한 우울함과 무력감으로 탈출하고자 미안함을 버리기로 했다. 지금은 미안함을 버려서 나는 꽤 자유로워졌다. 미안함을 버리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겪었지만 나의 경험상, 아래와 같은 자기합리화가 아이와 나 모두의 행복에 매우 도움이 된다.

"헤어질 때 흘리는 아이의 눈물은 아이의 몫이다."

혼동아 어린이의 대가리(!)가 크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출근을 인지하고 난 후에는 어마어마하게 대성통곡을 했다. 그 모습을 보기 싫어 몰래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동아는 그에 대한 어마어마한 상실감과 배신감이 들었나보다. 집에 왔을 때도 언제 갈지 몰라 껌딱지처럼 붙어있고, 짜증도 많이 냈다. 그즈음에 나는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이 큰 도움이 됐다. 요는,아이가 받을 헤어짐의 충격은 아이의 몫이고, 엄마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몫을 엄마가 떠안으려고 하니 엄마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다는 것. 아이들은 생각보다 단단해서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울고 힘들어해도 마음을 정말로 단단히 먹고 출근파티를 했다. 우리만의 씐나씐나 춤을 추면서 뽀뽀하고 퇴근 후 다시 만나기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이 민망한 행사를 하는 것은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그리고 마지막에는 엄마는 동아를 늘 생각하고 사랑하니, 그 증표로 손바닥에 사랑을 주었다. 엄마 보고싶으면 이 사랑을 꼭 가지고 있으라고, 우리는 함께니까 말이다. 설사 아침을 안먹을지언정, 시간없다고 등을 돌리고 눈도 안마주치고 그냥 도망치듯 가진 않았다. 나와 헤어질 때 30분을 울던 동아는 이제 씐나씐나 춤을 추거나 나에게 뽀뽀를 해주며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4살 언니야가 됐다.

사람마다 육아관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겠지만, 나와 남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단 하나다.

엄마아빠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것이다.

엄마가 온종일 미안해하면 아이도 고스라니 그 부정의 에너지를 받는다.
진짜 악순환이 뭐냐면,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로 발현될 때이다.
아이와 함께 있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음식이라도 하나 더 만들어주겠다고 주방에 붙어서있는다. 아이는 나랑 놀아달라고 막 징징대면서 들러붙는다. 뭐라뭐라 하는데 자세히 들어줄 시간이 없다. 왜냐면 나는 고단백 저칼로리 유기농에 맛도 끝내주는 음식을 만들어서 내 아이를 먹여야 하니까. 남편은 지도 피곤하니 소파에 누워 소세지빵 자세로 핸드폰을 잡고 뒹굴고 있다. 그것을 보고 단전 깊숙한 곳에서 깊은 빡침이 올라오지만 나는 그 빡침을 발현할 시간조차 없다. 왜냐면 벌써 9시가 다 되가고 전업주부 엄마들은 애를 재울 시간이니까. 늦게 오는 것도 미안한데 늦게 재우기까지 하면 정말 나는 실패한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밥을 해서 먹이려는데 아이는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서 밥상을 엎어버린다. 그럼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애한테는 뭐라고하기 미안하니까) 남편한테 "너 이새끼 너는 하는게 뭐냐! 애는 나만 키우냐!!!!" 하고 소리를 지르면 싸움이 시작된다. 그치만 나는 또 애를 씻기고 재운다음에 집안정리를 해야하니까 대충 "됐어" 혹은 "나중에 하자" 로 싸움을 정리하고 뽀로로를 틀어주고 애가 정신이 나갔을 때 밥을 억지로 먹이고 목욕시키기 단계로 돌입한다. 시간 없어 죽겠는데, 애는 목욕을 안한다고 짜증을 내다가 또 막상 시작하니까 안나가겠단다. 또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지만 나는 미안한 엄마이니까 꾹 참고, 뭐라고 하든말든 그냥 데리고 나온다. 이제 자야하는데 이놈이 잠을 자지 않는다. 어찌저찌 재우다가 깜빡 잠에 들면 정신력으로 이겨내고(이것도 이겨내기 몹시 힘들다) 일어나서 설거지하고 집안 정리를 시작한다. 오늘 하루 중 내 시간은 단 일분 일초도 없었으므로, 1시간 정도는 스마트폰으로 하루의 연예뉴스와 SNS를 탐독하고 아이 사줄 옷과 장난감을 서치하고 나면(이거라도 사줘야 내가 좀 마음의 위안이 되니까) 두시다. 진짜 피곤하다,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 우울하다. 페이스북에 사진 올린 그년은 돈 많은 남편 덕에 일도 사랑도 육아도 다 잡고 너무나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사랑이 뭐라고 저 소세지빵같은 새끼 때문에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아 진짜 ㅈㄴ 피곤하다.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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