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는 분야에 지원해보기
이전에 영국의 취업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사무직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엔 그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지원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평소에 자신이 관심 있어하던 브랜드나 기업의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에도 잡코리아, 사람인, 인크루트같은 취업 포털 사이트가 있고, 대기업 공채가 있는 것처럼 영국에서도 평소에 관심있었던 분야의 브랜드나 기업의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문을 직접 두드려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로 한국에 지사를 갖고 있거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어 만약에 일을 구한다면 다시 한국에 돌아갔을 때 이력을 어필할 수 있을만한 명성의 회사를 찾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의류나 명품에 큰 관심이 없어서 영국 하면 떠오르는 의류 브랜드는 요거!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명품 브랜드는 요거! 하는 것들을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다. 이런 쪽으론 정말 관심이 없었다 보니, 한국에서 웬만큼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도 잘 몰랐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했었다. 나중에 명품과 친해지는 일을 하게 되면서, 명품이 예전의 명품처럼 엄청 무서운 아이템이 아니구나를 실감하기도 했고 그 가격에 값어치 못하는 물건들도 참 많구나 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여러모로 재밌는 견해와 시선을 확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이것과 관련해선, 잡 포스팅의 후반에서 더 자세하게 풀게 될 것 같다).
어쨌든 그래서 초반에는 모르기 때문에 다 찾아봐야 했는데,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영국 토종 브랜드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일단 의류 & 리테일계가 있을 텐데, 내가 지원하려는 시기에 jobs opengins 이 있어야 지원을 하는데 그 타이밍도 한몫했을지 모르겠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게 회사도 적다 보니,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공채 같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한국에서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이 있다고 쳐도 전형이 나누어져 있어서 뽑는 형태가 조금 더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에선 모두가 공평하고 동등한 형태에서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과 한 포지션을 놓고 경력도 없는 내가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니 제대로 현타가 왔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연락이라도 오면 땡큔데.
내가 지원했던 분야를 카테고리별로 나누어서 적어본 후기를 공유해볼까 한다.
Retail Industry (리테일 산업)
1. Cath Kidston
꽃 무늬(Floral Patterns)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영국 브랜드 캐스 키드슨(Cath Kidston). 국내에서는 아가 있는 아줌마들이 외출할 때 이것저것 수납하기 좋으면서 디자인도 예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런던 여행하면 사야 할 쇼핑 목록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세일 기간엔 유독 한국인, 중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물건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의류나 신발 같은 리테일 매장에서 스톡 채우는 일을 할 자신이 없어서 이런 종류의 일은 지원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본사에서는 일하고 싶은 그런 마음...
영국 워홀로 생활한 지 1년이 지났을 때쯤. 여전히 방황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하고 있던 동생이 힘들긴 한데, 나름 보람도 있고 친구들도 잘 사귀면 괜찮다는 말에 매장직의 Sales Assistant을 확인해보려 캐스 키드슨 웹사이트에 들렀다.
단기 계약직으로 머천다이징 어드민 어시스턴트 포지션이 있어서 지원을 했었다. 자격 요건에 관련 경험으로 최소 경력 1년이 있어야 했던 것 같은데, 혹시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밑져야 본전이지라는 마음으로 2018년 3월 초에 지원을 했었다. 3월 말쯤에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2. 의류 리테일 - COS
영국산 의류 브랜드는 버버리, COS, 바버, 올 세인트, 폴스미스, 스톤 아일랜드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COS는 여의도 IFC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강남 신세계 백화점 등 국내의 여러 곳에 매장을 두고 있기도 하다. COS옷이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이라 한국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동양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영국 브랜드 중 하나인 것 같다. 나는 런던에 와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이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됐는데, 키 크고 마른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오버핏 느낌의 루즈하면서도 세련된 컨셉을 가지고 있어서 (키 작은) 나랑은 잘 맞지 않는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전반적으로 비비드한 컬러보단, 화이트 & 블랙 등 무채색의 컬러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컬러 선택에 있어서도 부담스럽지 않아 많은 동양인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한국에 많은 매장을 두고 있는 만큼, 현지 본사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면 한국에 가서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있고 그 강점이 크게 작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COS 웹사이트에 들어가 채용정보를 찾아봤었다.
2018.04.22
Intern Business Controller/Analyst (FT 9-month project)
10일 정도 후에 서류 통과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류 지원할 때부터 "아... 이건 내가 봐도 아닌데..."라는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었지만, 단기 프로젝트와 인턴이라는 사실에 지원했었다. 그 당시에 마땅히 내가 지원할 만한 포지션이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2018.08.09
Online Retoucher position
틈틈이 들어가서 보던 채용공고. 4개월 후에 Online Retoucher라는 포지션에 지원했었다. 역시나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지금 돌아와서 보니 무슨 일을 직무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 당시엔 Job Description을 봤었을 땐, 그래도 한 두 개 정도 공통분모가 있다고 판단하여 지원했던 것 같다.
3. 기타 리테일
가방이나 의류 리테일 쪽 말고도 영국 리테일 브랜드로 유명한 분야는 향수, bath 카테고리가 있을 것 같다. 영국 황실 향수로 유명한 펜할리곤스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LUSH까지. LUSH 매장에는 현지인들이나 유럽 친구들이 많이 지원하는 편이라서 매장에서 일한다고 해도 영어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 더 인기가 좋은 곳이다.
그다음으로 내가 정말 관심 있던 분야는 문구류와 미술용품 샵이었다(stationery shops).
1. Paperchase (2019.07.04)
평소에 문구 용품에 관심이 있어서 처음으로 이 브랜드를 알게 됐을 때, 매장직이어도 좋으니 면접의 기회라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었다. 간절함의 강도가 어중간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동네에 있는 매장에 둘러서 CV도 직접 내고 웹사이트에서 사무직 공고에도 여러 번 지원을 했었는데 면접 근처에 가까이 가지도 못해 아쉬운 카테고리이다. 'Paperchase'에서 일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매장에서 파는 Art materials를 50% 할인받아서 살 수 있다는 혜택 때문이었다!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Paperchase'는 1968년에 두 명의 미술학도에 의해서 탄생했다. 이후 다양한 주인들을 거치다가 1985년에 W H Smith에서 많은 투자를 받으면서 자리를 잡아가게 됐다. 질 좋은 펜이 한국에선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데 비해 해외에서는 유독 비싼데, 펜 사는 게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이 강해서 그런지, 이런 문구 & 펜시 샵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매일같이 새롭게 들어오는 다양한 카드들을 보면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흥분되고 기대가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일하면서 내가 만든 카드를 직접 여기다 유통하고 싶은 야망에 찬 생각도 가졌었더랬다(잊고 있었는데 쓰다 보니 생각난 영국 워홀 초반의 내 마음가짐).
지원한 지 이틀 만에 면접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왜 서류에서 합격하지 못했는지 일일이 말해주고 싶지만 지원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된다는 자동응답기 같은 형식적인 이메일을 받아봤다.
2. CASS ART
생각나면 지나가다 매장에 들어가서 일하는 직원한테 물어보고, 틈이 날 때마다 문을 두드렸던 곳인데 이곳 또한 연이 닿지 않아서 너무 아쉬웠다. CASS ART는 한국의 호미화방처럼 미술용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런던에 매장이 몇 개 없어, 지원하고 싶어도 맘대로 아무 때나 지원할 수가 없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미술 용품에 대한 질문에 영어로 답해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비유럽피안이 영어로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라는 의구심 때문인지, 뭔지는 알 수 없다(이것과 관련된 포스팅도 나중에 자세한 후기로 전하겠다).
잊고 있던 영화에 대한 열망을 잠시 불러일으킬까 말까 하던 영화 산업에 대한 잡 어플라이, 영화관(movie theatre)이 있겠다. 영화 산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흥미롭고 큰 경험이 될 것 같아 구직을 가장 강하게 열망하던 분야였다. 그렇기에 이 분야는 꼭 사무직이 아니어도 영화관이든, 현장이든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아 몇 번이고 도전하고 또 도전했었다. CGV에서 알바를 했던 경험을 강하게 어필해서 그런지 면접의 문까진 두드릴 수 있었다. 결국 일할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말이다. 실제로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고, 매표소보단 매장에 집중이 되어 있어 보이는 것을 생각하니 거리도 먼데 갑자기 또 하기 싫어지는 그런 아이러니한 마음을 갖기도 했었다. 영화에 대한 내 열정은 그만큼 높지는 않았음을 다시 실감하게 됐던 순간이다(변덕스러운 마음을 어쩌면 좋을꼬).
한국의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처럼 영국에도 내로라하는 국내 브랜드의 영화관이 여러 개 있다. Cruzon, Odeon, Cineworld이 대표적인 대형 플렉스 영화관이다. 내가 느꼈던 각 영화관들의 느낌은 Cruzon은 지점마다 다 고급화되어 있고 예술 영화들을 다른 곳보다 많이 취급하는 곳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느낌이 강했다. Odeon이 가장 대중적인 곳으로 평범한 느낌이었고, Cineworld는 그보다 약간 아래에 있는 벨류의 영화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관은 앞서 얘기했듯이 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주로 잡 어플라이를 했었는데, Cineworld에서 면접까지 가보고 역시나 일할 기회는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