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느긋하게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글도 끄적이고 벽 보고 상상하고 빵 한 조각 입에 물고 모래먼지 그득한 책상 위를 슥-하고 만져 본다. 닦아내는 것이 아닌 만진다. 까칠까칠한 감촉이 나쁘지 않다. 부드러운 나무 위 흩어진 흙모래들이 아직 살아있음을 얘기해 주는 것 같다.
소리 없는 파리 한 마리가 여러 마리를 데리고 들어온다. 친구인지 동료인지 가족인지 내가 알리는 없다. 파리가 맞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없다. 내 머리꼭대기 천장 가까이 포물선을 왔다 갔다 그어 대는 생명들을 나의 연약한 시선으로 알아차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살충제를 사놨지만 쓸 일이 없다. 밤이 되면 감쪽같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나의 꿈을 방해하지 않는 이들이 진정한 젠틀파리라고 칭해주고 싶다. (파리가 맞다면)
카사블랑카, 이름만 들어도 신기만 곳이라 생각했다. 이름이 주는 힘이라고 할까. 모로코, 지도에서 이곳을 보기만 해도 궁금했다. <사하라 이야기>의 영향이 컸을 거다. 요즘은 사막 대신 사람들 구경만 하고 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 사막까지의 거리는 너무도 멀기 때문이다. 사막의 별을 구경하려는 나의 꿈을 꿈에서 다시 꾸기 시작했다. 못 봐도 그만이다. 아쉬운 마음은 접은 지 오래다. 못 봐서 더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이 생각이 어느 순간 나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이어폰 끼고 양손을 바지주머니에 넣은 채 차가 달리는 도로 위 성큼성큼 걷는 사람.
선글라스를 끼고 반려견 줄을 꼭 쥔 채 중앙도로에서 양옆을 살피는 사람.
라면 먹는 테이블 옆으로 물을 촥-촥 시원하게 뿌리며 청소하는 사람.
하나도 못 알아듣는 아랍어를 알아듣는 척 손 인사를 건네며 감사인사를 쾌활하게 하는 사람.
요 며칠 모로코-카사블랑카에서 한 일이 이렇게도 보잘것없지만 알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