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보다
내가 있는 곳이 몇 미터 상공인지 모른다
유일하게 아는 건 한없이 높다는 거다
눈 끝에 다가온 건 바람의 물결이다
제주의 바람은 지치지 않고 나무머리를 쓰다듬는다
일렁이기도 울렁이기도 하면서
웨이브를 가득 채워 넣는다
오래된 나무문이 새벽잠을 깨운다
어느 영화의 조용한 대화가
다시 잠을 재운다
심장에서 샘이 차오른다
눈이 아려오다가 다시 또 내려앉는다
누군가가 그리운 것이다
얼굴 없고 마음 없는 그림자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 바람은 그치지 않고
내 눈앞을 지나가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