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27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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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하기 시작한 외국인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며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라는 말인데요. 한국인에게 사용되는 주어로서의 ‘우리’는 그야말로 한국의 민족성과 특징을 아주 잘 드러내는 단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표현하는 데 있어 자신을 지칭하는 용어는 말하는 이의 자의식을 발현하는 근거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 상대방과 구분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어떤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자연스럽게 ‘내 집’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 집’이라고 하고, ‘나의 가족’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 가족’이라고 합니다. 외국인에게는 충격적인 멘트일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의 남편’이라고 하거나 ‘나의 아내’라고 하지 않고 ‘우리 남편’, ‘우리 마누라’라고 합니다. ‘정말로 남편이나 부인을 공유하는 민족인가?’라고 기함을 할 수 있는 대목인 셈이지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나라 내 조국’이 아닌,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입에 붙어버린 것도 누군가가 그렇게 가르치거나 가스라이팅(?)을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나’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라는 호칭을 사용할까요?
우리말 중에서 친족을 호칭하는 말 중에는, 동열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구별을 명확하게 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큰어머니, 작은어머니, 친어머니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런 다소 애매하게 통칭하는 호칭이 생기게 된 이유는, 아마도 우리 조상 때부터 친족집단과 동족집단에서 오래도록 공동생활을 하였다는 역사적 흐름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아주 오랜 옛날,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농경생활 형태는,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안착생활로 독립된 자기 소유의 경작형태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농경생활이 어느 정도 정착된 그즈음에도, 지금도 시골에 남아있는 농경사회의 노동특성과 마찬가지로, 공동작업의 형태가 아주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것이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처음 농경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화전농경생활의 방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공동 농경의 방식과 당시 생활의 특성을 유추해 보면, 주거의 형태도 당연히 공동의 형태를 취했을 것이고 식생활도 식료채취의 방식에서부터 조리하여 식사하는 형태에 이르기까지 집합적 생활을 영위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 말은 다시 정리하자면, 모든 농기구를 비롯한 사냥 무기에서 생활기제나 도구가 집단의 소유이었고, 의식주 자체를 모두 공유하는 공동생활이 인간관계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는 추정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의 것보다는 우리의 것이란 언어습성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형성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 것이죠. 한반도에서 친족이나 동족이 부족의 형태로 확대되어도, 그리고 삼한시대를 거쳐 삼국시대에 가서 뚜렷한 국가의 형태가 형성되어 동일 혈족으로서 친밀한 공동체 생활을 지속해 나갔기 때문에 우리 의식은 그대로 오래도록 지속한 역사적 경험을 겪었다고 역사학이나 문화인류학에서는 설명합니다.
현대화된 이후에도 시골의 농경형태를 생각해 보면, 농기구를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던가 농사에 필요한 대규모 작업들을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작업한다던가 하는 형태가 지속되었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이것은 한민족의 형태에서 외세의 침략이나 전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민족들의 유입이나 융합등이 없이 한민족의 형태로 현대까지 지속되어 온 한반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음을 상기하게 됩니다. 같은 성씨를 가진 집성촌이나 특정 가문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는 형태가 짧지 않은 시기 존속되었던 점은 물론이거니와 향촌사회의 특성상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더라도 농경사회의 노동특성과 중세 신분제의 지속형태를 감안한다면 ‘나’의 소유나 ‘나’를 지칭하기보다는 ‘우리’의 개념이 먼저 선행된 것이 아주 자연스럽지 않았겠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우리’ 개념이 기이하기 그지없는 외국인들에게 설명할 때 가장 효과적인 역사적 설명은, 한국의 독특한 공간문화를 통해 이해시키는 방법입니다. 예컨대, 방은 나 혼자서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내’ 방이란 존재하지 않고 ‘우리’ 방만이 존재하는 것이죠. ‘사랑방’이라는 형태로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님에도 자연스럽게 그 방에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 개념은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될 겁니다.
이것을 주거문화와 연관시켜 설명하게 되면 한국의 ‘마당’이라는 개념으로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인 한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마당’은 서양의 정원과는 명백하게 다른 개념입니다. 대문이 있는 대갓집은 물론이거니와 싸리울타리로 집을 둘른 작은 초가집에도 ‘마당’은 있었습니다. 그 ‘마당’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결코 ‘나’ 한 사람의 공간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그곳에서 잔치를 하고 그곳에서 혼례를 올리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특수한 공유공간이었기 때문에 그곳은 당연히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사용되는 것이었죠. ‘마당’이라는 어원을 분석할 때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면서도 항상 개인의 개념이 아닌 공동의 개념인 ‘우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한국에서 ‘우리’가 갖는 의미가 단순한 언어습관정도나 어설픈 집단주의 따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임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그 반례로, 서양에서 사용하는 침대문화가 자연스레 유지되면서 어떤 한국인도 ‘우리’ 침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침대는 ‘내’ 것이지, ‘우리’ 것으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옥의 형태에서 가족 여럿이 혹은 부부가 항상 함께 자고 먹고 생활하기 때문에 지칭했던 ‘우리 방’과는 구분되는 설명인 것이죠.
앞서 ‘어설픈’ 집단주의를 통해, ‘우리’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으로 집단주의를 대두시킬 수 있는가를 설명해 보자면, 문화인류학적으로도 그렇지만 아주 간단히 가까운 일본인들과 비교하게 되더라도 그들의 집단주의가 갖는 특성과 그 맥을 함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조차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착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언급하게 될 한국인들의 혼자서 책임지지 않으려는 의식이 발현된 것을 혼동한 것이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을 할 거야.’라는 표현대신에 ‘우리 이러이러하게 하자.’라고 하는 표현은 자신이 대표가 되어 자신의 의견을 확고하게 표방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묘한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 먹으러 갈까?’라고 말하는 것은 앞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한국인들만의 식문화에서도 드러나듯이 혼자서 무언가를 하지 않고, 혼자서 무언가를 독단적으로 결정 내리고 자신만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던 문화에서 무의식 중에 묻어 나온 것이라 분석하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한민족의 ‘우리’에 대한 의식은, 공동체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집단주의적 성향과는 분명히 구분됩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한민족들은 한반도에서 단일한 순수 혈통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과 주변 강대민족의 압력을 이겨내기 위해 강고한 우리 의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국가존폐의 생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결을 위한 유대의식이 길러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유대의식은 앞서 농경생활에 기반을 둔 공동생활에서 다시 더 끈끈하고 공고한 ‘우리 의식’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늘 설명하지만,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그 민족의 특성이나 민족성이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적 흐름을 거쳐 현대에 오면서 어떻게 변모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분석하는 것 또한 다양한 변수와 영향관계를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해석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그렇기에, 이 복잡다단한 한국인들의 독특한 특성의 퍼즐을 계속해서 맞춰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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