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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05. 2024

한국인들은 왜 외국인에 그렇게 집착하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35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792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를 살펴보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들이 가장 많이 보는 광고의 모델이 어떤 스타일과 어떤 외모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외국에 나갔을 때, 특히 영미권의 해외국가에서 한국인, 아니 동양인을 모델로 보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런웨이에 서는 모델들 중에서도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딱 정해진, 동양인들 눈에는 그다지 예쁘다고 보기 어려운 디즈니의 포카혼타스나 뮬란의 얼굴을 가진 모델들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요.

  그런데, 왜~! 도대체 왜 한국의 광고에서는 그토록 수많은 외국인 모델들이 등장하는 걸까요? 심지어 한국음식을 먹고 있는 외국인 모델의 스틸 사진을 보는 것이 이제는 어색해지지 않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인가 싶어 흠칫 놀라곤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동양인 특히, 한국인에게만 최적화되어야 하는 상품들, 예컨대 화장품이나 한복, 특히 동네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미용실의 모델에 도대체 왜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모델이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걸까요?


  한국 사회를 통째로 일반화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 글을 시작하면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광고계는 지금의 사람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어필하는 것이 목적이니만큼 현재 한국인들의 외국인 선호도가 그저 늘씬 쭉쭉 빵빵한 이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포장하기에는 이미 그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어 외국인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선호, 혹은 집착에 대한 심리적 저변에는 외국인 특히 백인이 황인종이 한국인보다 외모가 신체적인 면에서 훨씬 이상적인 미(美)에 가깝다는 편견에 가까운 고정관념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감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저 외모나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미디어에서 보이는 외국인에 사랑의 정도에는 아주 기이하기 이를 데 없는 묘한 최면 같은 오래된 고정관념이 깔려 있습니다. 


  즉, ‘외국인이 하는 거라면 분명히 좋은 걸 거야’ ‘외국인이 하는 말이니까 믿을만할 거야’ ‘이 반지를 끼면 저 광고사진 속 금발 모델처럼 예뻐 보일 거야’ 등등의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아주 깊숙이 그것도 오랫동안 깔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인이 서양인들을 직접 만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지 않았습니다. 코가 크고 눈이 파란 백인들을 만났던 한국인들은 그야말로 새로운 인종과의 만남에 놀라 자빠질 정도로 충격을 받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력이 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인들은 자신들과 다른 외모에 대한 외국인들에게 친화(?)하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인의 외국인 사랑은 자신들과 다른 이국적인 외모에 끌린다는 말도 안 되는 어설픈 가설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가설에 의하면 이후에 만나게 되는 흑인들에게도 그리고 백인들 중에서도 러시아 쪽이나 유럽 쪽의 백인들에게도 똑같이 끌려야 정상이겠지요.


  그런데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한국인들의 외국인 사랑은 유독 백인, 그것도 영미권의 선호도와 궤를 비슷하게 가져갑니다. 어쩌다가 그런 삐뚤어진 외국인 사랑의 고정관념이 사로잡혔을까요?

  그것은 우리보다 먼저 서구의 흑선(黑船)에 압도되어 문호를 개방했던 일본의 선호도가 한국의 외국인 선호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압도적인 서구열강의 힘에 바로 문호를 개방(?)하고 서구화의 속도를 높였습니다. 그것이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야욕을 갖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분석하는 역사학자들의 견해가 다수인 것은 그만큼 설득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이들은 물론, 그들에게 설득 내지는 이끌려 서양문물을 배우고 익히기 시작하면서 일본인들에게는 자신들의 것보다 서구의 것이 모두 우월하다는 의식을 자연스레(?) 갖게 됩니다.


  원래는 과학기술에 대한 것의 동경과 감탄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것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복장이나 그들의 외모에까지 확장되면서 그들의 것과 그들 자체는 모두 자신들보다 우월한 것이라는 황당하지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전개되어 고착화됩니다.


  그런데, 끝까지 파란 눈의 외국인들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며 버티며 쇄국으로 일관했던 한국이 어떻게 그런 일본과 같은 서양인 선호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을까요? 한국이 서양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즈음의 상황은 일본의 식민지 시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즉, 일본인들이 창씨개명부터 완벽한 한반도의 일본화를 구축하면서 한국은 일본의 정신개조의 가면을 억지로 쓰게 됩니다. 그들의 말을 사용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서양식 옷을 신식옷이라며 입게 됩니다. 그들이 쓰는 서양식 화장품을 쓰고, 비가 오면 그들이 사용하는 서양식 우산이라는 것을 쓰고, 햇볕을 피하기 위해 유럽도 아닌데 챙이 큰 모자를 쓰고 베일을 가리기까지 한 것이죠.

  그런데 그러던 일본이 전쟁에 패하고 물러나면서 한국과 일본은 각기 입장은 다르지만 미국의 원조를 받게 됩니다. 이것은 또 다른 형태로 미국의 시각을 문화 식민화하는 형태로 발전시키게 됩니다. 다시 말해, 미군들이 보는 잡지에서 미군들이 선호하고 열광하는 스타일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지요. 


  거기에 더해, 한반도에서 6.25라는 전쟁을 맞게 되면서 결국 U.N연합군의 적극적인 원조와 지원을 받으며 한국인들은 자신들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원해 준 백인들에게 우호적인 인상을 갖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일본의 식민지 때를 채 벗기기도 전에 미군정이 들어서고, 그 와중에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인을 아내로 둔 대통령은 일본도 하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정하는 파격적인 친미경향의 행보를 서슴지 않게 됩니다. 그것은 그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이전까지 한국인들에게 깔려 있던 미국인, 더 넓게는 서양 백인에 대한 우호적인 고정관념을 좀 더 구체화하고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은 자연스럽게 현대 미디어의 발달과 맞물리면서 확장됩니다. <미녀들의 수다>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이 일본의 원조 프로그램을 베낀 것이라고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에 설명한 일본과 한국의 동일한 선호의식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프로그램 베끼기인 셈인데요. 일본의 예능 PD가 발견하고 탄생시킨 것이긴 하지만, 이것 역시 위의 역사적인 설명을 배경으로 하자면, 아주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선호를 반영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그즈음의 선호경향, 즉,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 그저 신기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친숙해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요. 이 역시 일본의 예능에서 기어들어온 흐름이긴 한데요, 어느 사이엔가 서양인뿐만 아니라 흑인이나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도 확장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미적 기준을 찾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예능을 살릴 수 있는 재미있는 감초역할일 뿐 ‘멋진’ 혹은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그것은 일본에서 역시 영향을 받은 하프선호도와도 연결되는데요. 단순히 서양인이 아닌 아버지나 어머니가 외국인인 하프(혼혈)들의 묘한 이국적 아름다움에 선호를 보이는 경향을 말합니다. 일본에서는 공중파의 아나운서나 예능 프로의 감초가 아닌 진중함을 요하는 쪽에도 그 영향을 발휘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니엘 헤니나 제시카 고메즈의 모델출신에서부터 전소미, 강남, 낸시, 버논 등 아이돌 쪽에서 보이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문화인류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도 자신과 다르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사람에게 신기한 것이 아닙니다만, 한국인의 서양인 사랑에 대한 이면에는 역사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복잡다단한 이유들이 녹아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본다면 한국인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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