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40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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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다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대해서 자신들이 생각할 때 이상한 점이나 궁금한 점 등을 콘텐츠로 삼아 언급하면서, 한국인들은 특별히 데오드란트(땀냄새 제거나 억제하거나 암내 제거를 위해 겨드랑이에 뿌리는 제품)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왜 암내가 나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신기해하는 내용의 영상을 심심치 않게 접하곤 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궁금함을 그렇게 다양하게 올린 것을 보면, 정말로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인에게서 암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인가 봅니다. 물론 한국인들의 입장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 손잡이를 버젓이 잡고 있는 사람의 곁에서 느껴지는 그 냄새와는 무관하게 말이지요.
암내는, 액취(腋臭)라고 하여 겨드랑이에 발생하는 악취를 말합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비롯하여 여성의 경우 유두 등에 통상의 땀샘인 에크린샘 외에 아포크린샘(대한선)이라 불리는 특수한 땀샘이 분포합니다. 남성의 경우도 겨드랑이, 서혜부, 수염이 나는 부위에 아포크린샘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 땀샘에서는 지방산과 암모니아가 함유된 땀이 분비되며, 처음 배출될 때에는 여느 땀냄새와 크게 다르지 않아 악취라고 할만한 정도가 아니지만, 그 성분자체가 지방산이 유기물질인지라 곧 세균에 의한 분해가 발생하며(참고로, 2020년 모 연구에서 암내를 일으키는 세균의 정체는 ‘스타파일로코쿠스 호미니스’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며 밝혀진 바 있습니다.) 특유의 악취로 변질(?)되면서 이른바 양파가 썩어 들어가는 듯한 냄새를 내는 것입니다.
원래 사람의 체향(몸냄새)은 16번 염색체에 위치하는 유전자인 ABCC11과 관계를 가지고 있고, 이 유전자는 G타입과 A타입으로 나뉩니다. G타입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귀지가 젖은 형태로 나올 정도이고, 아포크린 땀샘이 많아 몸에서 나는 냄새가 강합니다. 반면에 A 타입의 유전자를 많이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마른 귀지와 함께 아포크린 땀샘이 적어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젖은 귀지가 나오는 유형은 대립형질(allele) 538G가, 마른 귀지가 나오는 유형은 대립형질 538A가 관여하는데 인종별로 두 유전자의 분포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흑인과 백인들은 G 타입 유전자를 지니고 있고 아시아 사람들 대부분은 A타입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아시아인들 중에서도 한국인들은 일부 예외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다수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한국인들에게 몸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입니다. (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의 샘플에서 538A의 발현은 무려 100%로 모든 국가 지역 중에서도 가장 높은 퍼센티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만, 이 논문에서는 대구지역의 아주 지엽적인 샘플을 사용했기 때문에 100%라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인들이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한국인들이 태생부터 땀 냄새를 나게 하는 타입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한 것이고,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인들끼리 지내는 만원의 지하철과 버스에서 특히나 멀쩡하게 생긴 아가씨에게서 지독한 암내가 나는 것은 그녀가 외국인의 피를 감추고 있기 때문일까요? 물론 아니죠.
이러한 예외에 대해 암내에 대한 다른 설명을 하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암내가 환경, 그중에서도 먹는 음식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인은 마늘이나 김치 냄새, 일본인은 와사비나 간장 냄새, 중국인은 묵은 기름 냄새, 인도인과 동남아인에게서는 향신료 냄새가 난다고들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부에선 북미인과 유럽인의 암내가 치즈 머스터드 냄새랑 비슷하다고도 합니다. 이 주장에 의하면 그들의 환경적인 요인, 특히 주식으로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풍기는 암내의 특성도 상당한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실제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임에도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여 식생활이 완전히 바뀐 지 수년이 지난 사람들의 경우,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는 바로 체향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설명은 환경론의 설득력을 갖습니다.
앞서 설명한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서 아프리카인이나 유럽인들이 암내가 더 심하고,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암내가 심하다는 연구통계자료는 있긴 하지만, 위에 설명한 무엇을 주로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적인 영향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하자면, 결국 문화가 그들만의 독특한 향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유추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공항을 가보게 되면 그 나라만의 독특한 향이 느껴지곤 합니다. 그것은 공항 실내보다도 그 공항을 막 벗어나 밖으로 나오게 되면 맡게 되는 향에서 느껴지는 것이기도 한데요. 특별한 방향제를 사용하는 것 때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집에서 맡아지는 향이 전혀 다른 것과 특유의 향이 집집마다 있다는 것에서도 그 의문의 실마리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독 식사를 하고 양치를 하지 않아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냄새가 풀풀 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향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인종차별의 발언으로 종종 한국인에게서 김치냄새, 특히 마늘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이 단순히 폄하를 위해 만들어낸 말은 아니라는 것이죠. 한국인들이 유럽사람들에게서 강한 치즈향이 난다고 느끼는 것이나 인도사람들에게서 카레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것이 기분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말이죠.
오늘 주제로 삼았던 암내는 맨 처음 설명했던 바와 같이 땀냄새입니다. 땀은 당연히 그 사람이 먹고 섭취한 것들을 밖으로 배출해 낸 결과물이고요. 그렇다면 당연히 입력된 내용대로 아웃풋이 나오는 게 이상할 리가 없는 것이죠. 다양한 과학적인 설명들로 한국인들이 강한 암내를 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인들에게는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집을 떠난 지 오래된 여향에서 돌아와 익숙하게 문을 열고 짐들을 풀어놓으면서 밖에서 맡지 못했던 향을 맡고서 그것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향임을 느끼는 아주 짧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 내음만으로도 사람들은 집에 돌아왔음을, 그리고 자신이 가장 편한 곳으로 회귀하였음을 확인하고 이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그것이 오감 중에서 후각이 갖는 공감각적인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향수(鄕愁)’라는 단어가 몸에 뿌려서 좋은 향을 나게 하는 화장품의 의미로 사용되는 ‘향수(香水)’라는 단어가 음이 같은 것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물론 이건 한국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각자 할 수 있는 언어로 두 가지를 찾아보게 되면, 그 두 가지의 메타포가 그 나라의 시어(詩語)에서 혼용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인은 암내가 없지 않고 심하지 않을 뿐이며 한국인만의 독특한 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한국인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코를 좀 더 킁킁거려봐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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