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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Dec 13. 2024

2024년 대한민국 경찰이 고작 이 수준밖에 안 되나?

당신이 모르고 지나쳤던, 법률까지 엿가락으로 만드는 자들의 전횡 (2)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53


  강남구청 주차관리팀의 담당자가 거들먹거리며 가르쳐준 경찰청 교통기획과에 전화를 걸었다. 

  간단히 내용을 설명하니, 이 젊은 경찰이 허탈하게 웃으며 호탕하게 바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의 요지는, 원래 황색 실선에는 안전표지나 별도의 표지가 한시적으로 언제 주차가 가능한지를 표시해야하는데 그걸 지자체에서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속대상이 아니다. 이 말씀이신거죠?"

  "네. 정확합니다."

  "교수님이 지금 설명하신 것처럼 지자체에서 기존 황색실선에서 10년전에 황색 복선이 나오면서, 표지판을 세우지 않고 주정차 절대 금지를 하려면 선을 하나 더 긋거나 그렇지 않으면 표지를 세워야 하는데 걔들이 귀찮아서 안한 거네요. 그죠 잉?"

  "맞습니다. 그쪽에 바로 전화해서 바로 잡아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피드백 콜 부탁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제가 강남구청에 전화해보겠습니다. 전화 번호 알려주시겠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 어이없는 헤프닝은 자기가 강남구청에서 주차관리팀에서 고인물이라며 거들먹거리며 민원인을 눌러보려는 행태가 정리되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다리던 전화는 강남구청에서도, 경찰에서도 오지 않았다.


  살짝 거슬린 마음에 다시 경찰청 교통기획과에 전화를 넣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아, 그게요. 제가 다른 업무로 정신이 없어서 전화를 못 드렸네요. 강남구청쪽에서 자기네는 여태까지 그렇게 했다면서 우기는데요. 다른 사례들도 있다면서 그러네요."


  어이가 없었다.


  "이전까지 쭉 그렇게 해왔으면 잘못이 올바른 것으로 바뀌게 됩니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아, 그러게요. 그래서 제가 관련법령을 찾아보고 있는데요. 걸리는 게 있어서요."

  "걸려요? 뭐가 걸리죠? 이 명확한 사실관계에서 뭐가 더 필요하죠?"

  "관련 자료를 찾아봤더니 개정당시에 그렇지 않아도 이게 문제가 된다면서 위원회에서 자료를 만들었더라구요."

  "전화로 이렇게 말하면 뭐가 왜 걸리는지 모르겠으니까 그러면 그 문건을 나한테 첨부해서 보내주세요.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지 직접 살펴보죠."


  그런데, 그가 애매하다던 부분은 첨부된 문건에 아주 적나라하게 개정규칙이 얼마나 헛점이 있는지를 경찰청 내부의 위원회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130619 경찰위원회 상정안건(도교법 시행규칙)'이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은 네이버에 검색을 해도 경찰청 내부에서 당시 회의를 했다는 기록과 함께 검색이 문건이었는데, 해당 회의의 위원회 내용에 대한 최종 설명자료하는, 딸랑 4장짜리 한글 파일이었다.


  먼저 위원회 문건에는 다음과 같이 주요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가. 주차 금지표시가 설치된 곳에서도 보조표지를 설치하여 주차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함(안 별표 6 개별기준 제5호중 제515호란) 

나. 기존 정차․주차 금지표시에 함께 규정되어 있던 ‘황색복선’과 ‘황색단선’을 별도로 규정(안 별표 6 개별기준 제5호중 제516호란과 제516호의2란) 

다. 정차․주차 금지표시(황색단선)가 설치된 곳에서도 보조표지를 설치하여 정차 및 주차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함(안 별표 6 개별기준 제5호중 제516호란)


  법학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나.에서는 황색 복선과 황색 단선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음을 원래 개정안으로 다시 설명한다. 경찰청 내에서도 이 문건만으로 이해가 안되는 간부들이 많을까 걱정을 했는지, 교통기획과의 담당 경찰이 내게 이메일로 첨부해준 4장짜리 문건에는, 제목 그대로 '130619 위원회 설명자료(주정차 노면표시, 최종)'라고 적혀 있었다.


  그 내용에는 이 사건의 빌미가 되었던, 황색 단선을 설치하고 표지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을 경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여기서 명확하게 왜 지자체에서 그 개정 규칙의 시행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지를 아래와 같이 명확히 분석해놓고 있다.


  기존 황색단선 설치구간에 대해 주정차 규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황색복선으로 교체하거나 안전표지를 설치하여야 하나, 지자체에서는 열악한 재정여건 등을 이유로 소극적('13. 5월말 기준 개선율 9.8%)    

※ 전국적으로 주정차 규제 필요구간 26,996km 정비에 약 2,497억원 예상, 서울시 예상 정비비용은 약 752억원이나 금년 예산은 77억원에 불과 


  요컨대, 지자체에서 개정규칙에 따르려면 선을 하나 더 노면에 그려 황색 복선을 표기하거나 황색 실선의 개정된 내용에 따라 표지판을 세워야 하는데 그것을 하는데 예산이 더 든다는 이유로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국민들이 더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보도자료에 경찰청이 뿌린 내용에 보면, 왜 이와 같은 개정이 이루어졌는지 목적이 멋지게 다음과 같이 써있다.


주정차 금지구역 개선은 주정차 규제의 완화와 도로이용의 극대화 등을 통해 국민편의를 증진코자 추진된 것으로 교통소통 및 안전에 장애가 없는 경우 도로별, 요일별, 시간대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주정차를 허용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다시 환기하자면, 이 개정규칙을 만든 것은, 국회의원 아무개가 아니다. 경찰청의 교통기획과라는 곳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자기들 나름대로 위의 목적을 가지고 개정규칙을 만들어 입법부인 국회에 보내고, 법제처에 검토까지 받아서 시행한 규칙이란 말이다.


 그렇게 교통기획과 담당 경찰이 내게 보내준 자료에는 친절하게 유치원도 이해할 수 있게 그림까지 그려가며 당시 위원회의 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회의는 2013년 6월 19일에 있었다. 즉, 실제로 전국적으로 이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은 가운데 두 번째 그림이고, 제일 왼쪽 그림이 그 이전까지의 규정이다. 맨 오른쪽의 개정안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을 인정하며 경찰에서 황급히 내놓은 대안이다.


  마지막(?)으로, 이 표를 통해 다시 이 어렵지도 않은 간단하기 그지없는 개정규칙을 설명하자면, 기존 규정에서 없던 '황색 복선'이라는 것이 새로 설정되었고, 그 의미는 '절대적' 주정차 금지라고 하였다. 다시말해, 기존규정에서는 '황색 실선'이 그 의미였는데, 개정된 이후의 황색 실선이 갖는 의미는 표에서 상세히 설명하는 것처럼 안전표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굳이 이렇게 구분을 하며 개정까지 하게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황색 실선은 주정차 금지구역이지만, 위의 설명한 취지와 같이, 국민들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 요일과 시간을 정해서 한시적으로 주정차를 허용하는 것이다. 즉, 그 한시적인 허용 시간외에는 역시나 주정차를 금지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주정차 금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그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는지, 가장 오른쪽에 개정안에 안전표지로 허용할 수 있음을 덕지덕지 부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절대 주정차 금지일 경우에는 새로 등장시킨 '황색 복선'을 하면 그뿐이라는 말이다.

  기존의 규정에도 황색 단선이 절대 주정차 금지였으니 표지를 세우는 것이 돈이 들고 귀찮다고 한다면 그 곁에 황색 선을 하나만 더 그으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경찰청 교통기획과의 담당 경찰은 버젓이 내게 증거자료까지 첨부해주면서 그 자료때문에 헷갈리네 뭐네를 떠들어댔으니 어이가 없었다. 아마도 그 문건의 설명자료에, 표지가 없는 경우 황색 단선을 단속할 수 있다는 의견과 단속할 수 없다는 혼란된 의견이 있다는 설명을 말하고 싶었던가보다.


  너무도 명확하게 경찰 내부자료까지 보내주며 내 상식적인 결론에 증거를 보태주니 나는 위와 같은, 유치원애들도 이해할만큼 쉽게 설명한 이메일 답장까지 해서 보냈다.

  그랬더니 그에게 바로 전화가 와서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런 제안을 건넸다.


  "교수님. 그러면 저희도 공문을 발송하려면 절차를 거쳐야 하니,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이 부분을 명확하게 문제제기 해주시죠. 그러면 제가 담당자니까 받아서 제대로 절차 거쳐서 공문처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이라면 이걸 문건까지 작성해서 국민신문고에 하는 번거로운 일을 고작 4만원짜리 과태료 딱지때문에 할까? 싶을 수도 있겠다.

  이 매거진 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나는, 부러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닐 정도의 사회운동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부조리를 보고서도 그저 귀찮다고 고개를 돌릴 정도로 안일한 성격이 못 된다.

  그래서 바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건을 접수해주었다. 이 사안이 어떻게 경찰청 교통기획과의 본인에게 배당될 거라고 확신하냐고 불안해서 물으니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이 국민신문고 담당이라서요. 정 교수님이 걱정되시면 제 이름을 지명하셔서 문건을 작성해주세요. 저에게 올 겁니다."

  그래서 친절하게 그의 직함과 이름까지 명시하며 그의 요청으로 문건을 접수한다는 적나라한 내용까지 맨 마지막에 덧붙였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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