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민국 경찰이 고작 이 수준밖에 안 되나?
당신이 모르고 지나쳤던, 법률까지 엿가락으로 만드는 자들의 전횡 (1)
어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이 꾸민 수사팀에 의해 긴급체포되었다는 보도가 속보로 타전되었다.
그것이 검찰이 하는 짓처럼 자기네가 먼저 주요 피의자를 포섭해서 적당히 자기네 입맛대로 포장하겠다는 것처럼 경찰의 수장들이 검찰에 끌려가 행여 더 비참한 꼴을 당하기 전에 선수를 치기 위한 것인지, 정말로 자정의 의미로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정확히는 아니지만 대강 안다는 뜻이다.)
나라가 콩가루를 산발하며 무너져 내리고 있는 이 즈음, 대한민국 경찰이 왜 권력의 눈치만 보며 지들 밥그릇이 축나지 않을까 제 주머니만 생각하고 좌고우면 하는지에 대한 실상을 보게 되는 사건이 터졌다.
지난달 초의 일이었다.
주말까지 환자가 몰려 진료에 힘들어하던 침대를 함께 쓰는 분의 퇴근 시간에 맞춰 픽업을 갔다가 가족끼리 간단하게 늦은 점심이라도 먹자는 얘기가 나와 아이들을 불러 식사를 하러 논현동 쪽으로 향했다.
차를 세워야 하는데, 식당가에는 강남의 오래된 구포골목에 시장까지 끼고 있어서인지 여간 복잡하게 주차가 난립해 있었다. 조금 짜증이 날뻔했지만, 도로노면을 보니 황색으로 하나의 단선이 그려져 있어, 토요일 오후 3시니 한시적 주차가 허용되는 표지가 있겠거니 싶어 주변을 살폈다.
엉? 그런데 주차 안내 표지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차들처럼 길을 막을 수는 없어 대형 공사장의 쓰레기를 쌓아두는 한편에 조심스럽게 차를 세웠다. 그리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나왔더니, 웬걸 떡하니 주차위반이라며 과태료 스티커가 차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자아, 이제부터 당신이 무심코 스쳐 지났을 도로교통법에서 2011년 개정된 주정차금지 시행규칙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대개 법령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발의하여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에 있어 관련 기관에서 만들어 입법부에 승인을 올리고 그것을 법제처의 검토를 받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설명하려는 사건에는, 2011년에 개정되어 3년간의 유예(알림) 기간을 거쳐 2014년 5월부터 시행된 주정차 금지에 관한 시행규칙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 뭐 대단히 어렵거나 복잡한 것도 아니다.
당시 주정차 관련 시행규칙의 변경에 대해 설명한 그림자료는 아래 설명이 전부이다.
2011년 위와 같은 개정된 시행규칙이 선포되어 3년의 유예기간까지 거쳐 2014년에 시행되어 10여 년을 넘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확정된 내용이다.
여기서 주요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황색 복선'이다.
새로운 개정령이 나오기 전까지 '황색 복선'이라는 것은 없었다. 개정 전까지는 황색 실선이 '주정차 절대 금지'의 기능으로 유일했으나 개정하면서 황색 복선이 그 기능을 대체한 것이다. 다시 말해, 황색실선의 기존 기능이 변경되면서 위의 설명과 같이 요일과 시간 내에 탄력적으로 주정차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주말이라 직원이 없다고 해서, 강남구청의 주차관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 부분을 항의했다.
"황색실선이 그려진 곳에는 반드시 표지가 함께 설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표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후 주변 300미터 길을 모두 둘러봐도 그런 표지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아, 이게 주변 가게에서 신고를 해서 단속이 됐네요. 저희는 표지가 없어도 황색 실선은 황색 복선과 똑같이 주정차 금지라고 봅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바로 핵심을 찔러 물었다.
"그러면 기존의 황색 실선만 두고 유지하면 되지 굳이 10년 전에 황색복선을 만든 이유가 뭔가요?"
그러자 그는 당황해하면서도 뻔뻔한 말을 내뱉었다.
"저는 교수님처럼 법을 전문으로 공부하고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여기서 1,2년 일한 것도 아니고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건 내가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데요?"
"아니, 그러니까, 저희는 그 시행규칙을 관할하는 경찰청 교통기획과에서 정식 공문이 내려오지 않는 이상은 과태료를 취소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쪽은 판단능력이 없나요?"
"저희 상위 부서가 그쪽이니까 그쪽에 항의하시죠."
복지부동하는 지자체 공무원이라는 자들이 궁지에 몰리면 늘 입에 달고 회피하는 업무분장을 언급하며, 그는 상위 부서인 경찰청 교통기획과에 직접 문제를 제기해서 공문을 내려보내면 시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확인사살을 들어갔다.
"경찰청 교통기획과에서 이 부분에 대해 황색 실선이 있을 경우, 한시적 안내 표지가 없으면 무조건 주정차 금지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이 내려가면 인정하고 시정하겠다는 거죠?"
그랬더니 이 작자가 다시 잔머리를 굴리며 말을 바꾸었다.
"아니요. 그런 공문이 있으면 우리도 내부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어차피 화를 내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바로 경찰청 교통기획과의 연락처를 묻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54
우리 사회를 좀 먹는, 이 무지몽매한 자들을 어떻게 참교육시키는지에 대한 이 글을 연재하면서 설명하는 것은 별도로, 여기서 한 가지 질문....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대부분 운전을 하고 주차를 할 텐데, 이런 경우를 직접 대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당연한 상황을 저 위의 뻔뻔한 강남구청 주차관리팀 담당자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묻고 싶다.
개정 전 황색 단선의 의미가 '주정차 절대 금지'였다가,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황색 복선이 새롭게 등장하여 '절대 주정차 금지'표시라고 규정하면서, 이전에 사용했던 황색단선의 의미를, 표지와 함께 사용하여 탄력적으로 요일과 시간을 표시하여 주차를 인정하겠다고 하였다.
황색 단선만 그려져 있는데 한시적 주정차 허용 표지가 없다면 황색 단선이 무조건 주정차 금지라는 저 위의 뻔뻔한 자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혹여 나만의 착각에 빠져 우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에 여러분의 의견을 조심스레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