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囲碁十訣)>에서 인생의 나침반을 꺼내 들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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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강자보(彼强自保) : 상대가 강한 곳에서는 자신을 보강해야만 한다.
언제 공격을 해야 하고 언제 방어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전쟁이든 바둑이든 대련이든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테마의 고질적인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의 하수는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상대방의 돌을 모두 잡겠다고 달겨들거나 아예 쫄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땅만 지키겠다고 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고수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하수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언제 공격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방어해야 하는지 정도의 구분은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고수의 반열은 그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남겨두더라도 말입니다.
이 아홉 번째 가르침을 위에서 해석은 상대가 강한 ‘곳’이라고 했는데, 좀 더 범주를 넓히자면 상대가 강할 ‘때’에 대한 것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강한 곳에, 상대의 돌이 탄탄하고 모여 있는 곳에 우리 아군(돌)도 없는 한가운데 첨벙 뛰어들어 깡패처럼 그 안에서 두 눈을 내고 살겠다고 하는 놀부 심보로 바둑을 두는 하수와는 어느 누구도 수담(手談)을 나누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 바둑이 아닌 정상적인 수준의 바둑이라면, 당연히 상대의 돌이 강하고 단단한 곳은 피해 가야 할 것입니다. 굳이 그 집을 조금이라도 파오하려면 앞서 배웠던 가르침에 입각하여 완만하게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부터 들어가야 옳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상대가 이곳저곳에서 승전보를 올리며 기세를 올릴 때 같이 맞서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 템포와 흐름을 끊기 위해 조금은 참으며 쉬어갈 것인지에 대한 나 만의 호흡을 이 가르침에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넓은 바둑판에서 처음 한쪽 귀에서 싸움이 초장부터 붙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서 승리한 자는 상대의 기세를 누르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서 패배한 돌을 어떻게든 살리겠다고 곤마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옳을까요? 여기서 타이밍에 대한 결정이 형세판단의 능력과 어우러지면서 바둑의 실력이 어느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수 읽기를 통해 내가 이미 살리기 어려운 돌이라면 최대한 발을 빨리 빼고 얼른 더 큰 자리의 선수를 뽑아내는 것이 좋은 수일 수 있습니다. 더 돌을 무겁게 하여 죽어가는 돌에 곤마의 덩치만 키우게 되는 것은 이제 시작되어 아직 판세를 돌릴 수 있었던 타이밍을 놓쳐버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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