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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지막 가르침, 세고취화(勢孤取和)

<위기십결(囲碁十訣)>에서 인생의 나침반을 꺼내 들다.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62


세고취화(勢孤取和) : 형세가 고립되었을 때는 화평을 먼저 도모하라.

어느덧 ‘위기십결(囲碁十訣)’의 마지막 가르침까지 왔습니다. 그 열 가지 가르침의 마무리를 짓는 이번 가르침은 나의 형세가 빈약할 경우, 분란을 일으키려 하지 말고 적당히 타협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조직적으로 대단위의 군사를 움직여 서로의 영토를 더 차지하려는 전쟁을 치르면서 해당 지역에 내 군사가 상대적으로 얼마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군사에 의해 포위되거나 고립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전략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전투를 하자고 덤볐다가는 그나마 겨우 진영을 꾸리려던 우리 군사가 전멸해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때는 당연히 상대가 무리해서 잡으러 올 마음을 먹지 않을 정도의 묘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이미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싸움을 걸고 그래도 어쩌다 보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도박하는 심정으로 전쟁을 치르는 장수는 백전백패(百戰百敗)를 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군사를 잃고 나라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반발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내 삶을 도모하며 원래 목표했던 것보다 조금 적더라도 선수를 뽑을 수 있다면 타협하고 다른 더 큰 자리로 빨리 전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현명한 결정입니다.


‘위기십결(囲碁十訣)’의 가르침을 열 가지나 공부하였으니 그렇다면 조금 초급을 넘어선 질문을 던져볼까요? 만약 내가 그 상대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합당할까요? 내 세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히 더 많은데 상대방과 대치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하수라면 당연히 내가 불리할 것이 없으니 성급히 모두 다 잡겠다고 칼을 뽑아 듭니다. 하지만, ‘위기십결(囲碁十訣)’의 열 가지 가르침을 공부한 여러분이라면 이제 반대의 입장일 경우에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아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내가 미리 움직임을 가질 필요 없이, 상대가 무리한 욕심으로 정수가 아닌 실수를 하는 타이밍을 기다리면 됩니다. 여기서 상대가 무리한 공격을 감행해 오거나 잘못된 함정수로 꼼수를 두었음에도 정수로 응징하지 못하게 된다면 당신은 역으로 바둑을 모두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바둑은 결국 내가 불리할 때뿐만 아니라 유리할 때에도 마찬가지의 마음가짐으로 그 가르침을 실행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화평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까요? 내가 세력이 없고 고립되었다는 말의 반대말에 해당하는 행마(行馬)를 가장 먼저 생각하면 됩니다. 세력이 충분히 확보된 지역의 내 군사와의 ‘연결’을 통해 전체적인 안전부터 확보하는 것이 화평책의 첫 번째입니다. 이것은 사활에도 중요하지만,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사전작업의 1순위에 해당합니다. 내 돌이 유기적으로 긴밀히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바둑의 승부 절반은 나의 승리로 끌어올 수 있을 정도로 이 ‘돌의 연결’은 하수부터 고수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이면서도 응용하기 아주 어려운 명령입니다.

자칫 이것이 뒤로 물러서 도망가는 것처럼 보여서는 상대가 조밀한 수 읽기를 통해 잡으러 오겠다고 칼을 뽑아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 이 마지막 가르침이 상정하는 상황은 내 돌이 곤마가 되어 지금 당장 생사를 다퉈야 할 상황이 되기 전의, 선택이 가능한 상황을 이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상황은 바둑을 한 판 두는 데 있어 서너 번 이상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만약 곤마였다면 앞서 가르침에서 배운 것처럼 바로 버리고 그것보다 더 큰 자리로 선수를 뽑는 것을 고민하라고 일러주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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