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항일투쟁열사기(抗日鬪爭烈士記) - 11

협박장을 받다. - 2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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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보낸 문제의 협박메일로 인해 발칵 뒤집힌 쪽은 정작 항의 이메일을 받은 토미타와 상담실장 오오하타였다. 토미타는 메일을 받은 즉시 그 심각한 사항에 대해 오오하타에게 보고했고 사이가 막역하던 오오하타는 동민의 이메일을 확인하고는 놀라 바로 렌코쿠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 한국 유학생에게 정말 이런 내용의 문서를 보낸 게 사실입니까?”

“네. 아무래도 확실하게 협박을 해두는 편이 나을 듯해서···”


렌코쿠는 왜 오오하타가 이렇게까지 놀라서 난리를 부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정신인 겁니까? 만약에 이 문서를 가지고 매스컴에 알리네 문제를 삼네하고 난리를 피우면 지금 무리해서 한국인을 억지로 푸시하는 우리 입장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오오하타 자신이 이제까지 치대 교수로서 제대로 개원하여 명성을 누리며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고 치과의사로의 부를 누리지도 못한 것을 학교의 권력을 통해 찾아야 보상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작은 문제로 인해, 행여 이 사건을 빌미로 자신의 발목을 잡혀 자신이 불명예스럽게 학교에서 징계라고 받게 될 경우 이제까지 기다렸던 부학장으로의 길이나 내심 노리고 있는 총장으로의 권력상승은 아예 접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짜증이 났다. 물론 일개 외국인 유학생 하나를 겁줘서 본국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고 번거롭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터였다.


“문제가 되었습니까? 내가 보낸 문서가?”

“후우. 사토 선생에게 협박을 받았다고 그 학생이 정식으로 위원회에 항의를 해왔습니다.”

“네? 아, 골치 아픈 인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도저히 말이 먹히질 않는군요. 그러면 내가 협박한 것으로 제가 처벌을 받게 되는 거 아닙니까? 행여 선생까지 처벌받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무마해 줄 수 없겠습니까? 제가 나중에 좋은 곳에서 식사대접이라도 모시겠습니다.”

“으음. 일단 알겠습니다. 일단 내친걸음이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적당히 무마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 학생과 절대 연락을 취하거나 문제가 될 만한 여지를 만들지 마세요.”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토 렌코쿠는 전화를 끊으며 자신도 모르게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고개를 굽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식은땀을 닦았다. 만만한 상대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동민의 존재 하나를 조용히 콧대를 꺾어 무릎을 꿇리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새삼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여기까지 일을 벌이고 대만에서 여학생을 건드려서 문제가 된다고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입으로 공표까지 해서 거짓소문까지 다 터트린 판에 다시 동민이 연구실로 아무런 일없이 돌아오거나 자신의 물밑공작이 드러나게 되는 날에는 정말 20년간의 교수생활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아주 잠시지만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리고 그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말도 안 되지. 그런 일은 이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고작 한국 유학생정도에 무너질 대일본 국립대 교수가 아니란 말이다.’


동민은 그런 영문조차 알지 못한 채 알지 못할 불안감에 휩싸여 알고 지내던 동경의 유명 변호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상담도 해보고 구청의 일반 변호사 법률상담에도 찾아가 보았다. 대부분 한국에서 조사했던 것과 다름없이,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이라 특별히 뭔가 해줄 조언은 없으며 굳이 국립대학과 관련된 문제로 엮여 그들과 척을 지게 될까 싶어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미국에서 국제변호사업무를 하고 있는 선배와의 내키지 않는 전화까지 하게 된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일본에 자신을 도와줄 단 한 명의 인물도 없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그의 답변은 양자택일이었다. 자신이라면 굳이 컴퓨터를 반납할 이유가 없고 반납해야 할 의무도 없는 것이 사실인데, 반납하지 않고 그쪽에서 시비를 걸어오기를 기다리던가 반납하게 된다면 그쪽에 약한 모습을 보여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이유는, 비밀유지의무위반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에도 지금까지 모르는 척하고 당해주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여기서 강하게 나가면 상대도 나름의 반격준비를 하게 될지 모른다는 전략적 차원의 해석에 의거한 조언이었다.


고민 끝에 동민은 일단 노트북 컴퓨터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전략적 차원이니 뭐니 하는 것과는 별개로 렌코쿠의 돈으로 구매하지도 않은 공식적인 연구비로 구매한 물건이었긴 했지만 이런 프로세스만으로도 일본인 전체가 더럽다고 느껴졌고 그들과 연계된 물건을 굳이 계속 갖고 사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꺼림칙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얼른 포장지 그대로 싸서 사토 렌코쿠의 얼굴에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렇게 같잖은 협박장을 받고 나서 일주일을 넘기지 않은 금요일 노트북 2대를 가지고 가서 시미즈에게 넘기며 물건의 스펙까지 적어서 내라는 치욕적인 확인까지 받고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노트북을 반납하면서 동민의 머릿속에 드는 불안감은, 시미즈에게 물건을 전달했는데 혹시라도 유치한 렌코쿠의 머리에서 물건을 받지 않았다고 꾸며대면 어쩌나 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우스운 것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노트북을 반납한 다음 주 월요일에 토미타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점이었다.


박 동민상에게


 하러스먼트(harassment) 상담원 회의 의장에게 문의하는 등의 관계로 연락이 늦어졌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매우 큰 쇼크를 받아 돌아왔습니다.」라는 문맥입니다만, 현재 정신상담이 필요한 상황인지 어떤지를 잘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만약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보건 관리 센터 정신 위생 상담」을 통해 진찰해 주길 바랍니다.


연락처는 011-706-5774, 5775입니다. 우선 전화하고 예약을 취하도록 하세요. 문학 연구과로 출입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습니다만, 지난번에 설명했던 것처럼, 그 외의 건물에 해당하는 보건 관리 센터 등에 출입하는 것은 굳이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 정신과 의사의 경우에는, 비밀유지의무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3자에게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본 사안의 일을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회계감사에 관한 점인데, 교직원이라면 수년에 한 번 정도의 비율로 감사를 받는 것은 통상적인 일입니다. 연구비를 정당하게 지출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교직원에게 있어서 그것은 중요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감사절차에 있어서 현물(現物)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 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지도 교원의 지도 범위 내라고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때야말로 너무 주위의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일 없이, 담담한 마음으로 보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자중해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본 사안은 상담원에 의한 상담자 정규 불평 상담(9월 22일, 25일)과 가해자로 여겨지는 사람으로부터의 사실 확인(10월9일)을 실시하여, 상담원 회의의 결과,


 1) 쌍방의 주장이 다른 일.

 2) 지도 교원도 포함해 제3자로부터의 청취 조사가 필요한 일.

 3) 비밀유지의무에 대한 위반이 있어 징계의 대상이 되는 일.


 이상의 사안이 확정되어 본학 하러스먼트(harassment) 방지 대책실 회의에 회부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대책실에서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재차 상담자, 가해자로 여겨지는 사람, 제3자로부터의 청취 조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따라서, 조사위원회로부터 호출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시기를 바랍니다. 박상에 대한 조사위원회로부터의 호출은, 현재의 예정으로는 다음 달이 될 것이라고 하는 점까지 알려드립니다.

이 점을, 박상에게 전달해 달라는 연락을 해러스먼트(harassment) 상담원 회의 의장으로부터 받았으므로 알려 드립니다.

                                                               이상

토미타 야스유키



“그래. 내가 뭘 바라고 너희한테 그런 항의 메일을 보냈겠냐?”


동민이 자조 섞인 한마디를 뱉으며 컴퓨터를 꺼버렸다.


사토 렌코쿠의 작전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어 갔다. 동민은 공부나 연구는 고사하고 삶 자체에 대한 의욕을 잃어갔고, 그들에 대한 전의자체를 상실해 갔다. 무엇보다 대학 내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렌코쿠의 아군이었고, 무법을 자행하고 압력을 가하고 협박을 하더라도 그리고 설사 그것으로 인해 항의를 받더라도 렌코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오늘도 중국 여학생들과 키득거리며 수업이라는 명분으로 동민의 욕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동민은 못 견디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사내용이 이상했든 모두가 짜고서 동민을 공격했든 관련자료는 그냥 폐기되고 모두의 뇌리에서 지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런 문제 없이 모두가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동민이 좌절하여 자살이라도 해준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입막음이라고 렌코쿠는 나름 기대하고 있는 터였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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