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전 둘째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했습니다. 두 아이를 떼어 놓고 출근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이미 정신이 말짱합니다.
5분만 더 아이들 곁에 누워있을까 싶다가도 ‘출근 예행연습’에 따르면 그럴 여유 없습니다. 며칠 전부터 출근날 아침상황을 연습했거든요. 새벽에 5분 꾸물거리면 집에서 20분은 늦게 나가게 됩니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씻고 화장을 하고 아침상을 차려야 합니다. 저 혼자 움직일 수 있는 일이 끝날 때 즈음 남편이 아이들을 깨우죠. 눈 뜨자마자 밥상머리에 앉은 아이들은 입맛이 없습니다. 책 읽어주고 상황극하며 밥을 먹입니다. 첫째 어린이집 등원 준비하고 둘째를 봐주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오시면 저도 출근준비. 그리고 집을 나섭니다. 5시에 일어났는데 벌써 9시입니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시계를 보니 자칫하면 지각입니다. 종종걸음으로 지하철역에 도착했습니다. 그제야 출근이 실감납니다. 15개월을 쉬었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욕이나 먹지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몰려옵니다.
회사에 오니 책상도 의자도 컴퓨터도 책도, 사무실에서 신던 실내화도 15개월 전과 똑같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선후배 동료들에게 인사부터 다녔습니다. 반갑다, 잘 돌아왔다는 인사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내 자리가, 일이, 동료들이 반가운데 마음 한 켠에는 아이들이 아른거립니다. 4살, 어린이집에서 4시에 하원하는 첫째는 큰 걱정 없습니다. 또래보다 덩치도 크고 말도 빠른 편이어서 의사표현이 정확합니다. ‘엄마가 회사 가는 건 정말 싫어’ 라고 하지만 다시 회사에 나가겠다는 엄마의 결정에 동의했습니다.
둘째는 다릅니다. 애착육아 신봉자인 저와 남편은 아이를 가능한 많이 안고 업었습니다. 둘째는 ‘막 굴리며’ 키운다던데 우리 부부는 또래보다 작고 잔병치레가 많은 둘째를 첫째보다 더 보듬었습니다. 그래서 둘째를 돌봐줄 베이비시터 이모님을 찾을 때 가장 신경 쓴 것도 체력입니다. 아이를 안아줄 힘이 딸리면 안되니까요. 엄마가 아닌 남의 품에서 잠든 적도 한 번 없는 아이를 하루 10시간 떼어놓으니 가시방석입니다. 말이라도 통하면 좋을텐데… 아직은 그저 ‘애기’일 뿐입니다.
그나마 CCTV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첫째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며 설치한 CCTV는 우리집 효자상품입니다. 회사에서는 아이들 생각 접고 일에 집중하는게 정답이지만 수시로 떠오르는 아이들 생각은 막을 길 없습니다. 울지는 않을까, 지금은 뭐하고 있을까 궁금할 때 CCTV를 보면 안심이 되고 위안이 됩니다. (물론 베이비시터 이모님도 CCTV에 동의하셨습니다)
CCTV에 잡힌 둘째는 잘 놀고 있습니다. 아침에 제가 신발을 신으니 자기도 데려가라며 두 팔을 들고 울던 모습이 떠올라 속상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소파를 잡고 옆으로만 걷던 둘째가 오늘은 걸음마보조기를 잡고 집안 곳곳을 누비고 있습니다. 아이의 첫 걸음을 CCTV를 통해서 본 게 아쉽지만 퇴근하고 집에 가면 직접 볼 수 있겠죠. 둘째녀석, 아마 엄마아빠 앞에서 칭찬받으려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을 겁니다. 첫째도 그랬거든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첫째를 낳고 워킹맘이 됐을 때는 겁나지 않았습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아이도 잘 적응해줄까 걱정은 됐지만 무언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아 기대도 컸습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용감했었죠.
이번엔 다릅니다. 게다가 지인들은 ‘아이가 둘이 되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합니다. 친정부모님께도 시부모님께도 애 둘을 봐달라고 하기엔 너무 염치없습니다.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다던 베이비시터도 아이가 둘이라니 연락두절입니다. 복직을 결심한 순간부터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보려고 합니다.
어제 밤 첫째의 어린이집 알림장에 선생님의 쪽지가 있었습니다.
“어머니, 내일 첫 출근이시죠.
담대하고 강하게 힘내세요!! 아이들도 잘 할 겁니다.”
담대하고 강하게. 워킹맘 시즌2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