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동생부부에게
드라마를 보다보면 꼭 이런 장면이 나와.
"이렇게 살려고 내가 당신하고 결혼한 줄 알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밥을 굶겼어, 한눈을 팔았어?"
"밥 먹으려고 결혼한 거 아니잖아!"
따지고 보면 양쪽 다 틀린 말은 아니야. 누구 잘못이라기보다는 서로의 기대치가 달라서 부부 싸움을 하게 되는 거지.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손도 한 번 잡아보지 않은 사람이랑 부모가 정해줬다는 이유로 결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어. 우리 엄마아빠만 해도 선본 다음날 결혼식장을 알아보러 다녔다고 하셨지. 그 시절 결혼 상대의 조건은 밥을 굶기지 않을 남자, 내 아이를 잘 키워줄 여자였으니 그렇게 결혼해도 큰 불만없이 살 수 있었어.
요즘은 어디 그런가? 평생 사랑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존중해 줄 '인생의 동반자'를 찾지.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봤어? 주인공인 멜빈 유달이 캐럴 코넬리에게 프러포즈하며 이렇게 읇조리잖아.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난 이 대사가 딱 우리 세대가 바라는 결혼을 반영한 것 같았어. 결혼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길 바라지. 뭘 그렇게 많이 바라느냐고? 꼭 그렇진 않아. 생각해 봐. 결혼을 하지 않아도 각자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세상이야. 사랑? 연애만 해도 충분하지. '결혼은 해야 하는 것'이라는 과거의 명제에 '왜?'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어. 더 이상 결혼은 통과의례가 아니야.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다면 안정이나 사랑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것을 바라는 게 당연해.
존스 홉킨스대 사회학과 앤드류 셜린 교수는 결혼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3단계로 변했다고 주장했어. 가족 부양이 목적이던 '제도적 결혼'에서 출발해 '우애적 결혼'을 거쳐 오늘날에는 '자기 표현적 결혼'까지 왔다는 거야. 그만큼 결혼은 진화하고 있어.
결혼이 진화한다는 건 달리 말해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해. 여기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잖아. 요즘 부부들은 결혼에 대한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큰 거야. 몇몇 전문가들은 기대치를 낮추면 행복하다고 조언하기도 해. 맞는 말이야. 하지만 노력도 하기 전에 기대치부터 낮추는 건 좀 우울하지 않아? 그것보다는 "결혼하니 정말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부부들의 비결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안정과 사랑을 넘어 결혼을 통해 성장한 부부들에게서 배워보자는 거야. 자세히 살펴보니 이들 부부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거든. 결혼이 진화한 만큼 부부도 진화했다는 거야.
과거 우리 부모 세대가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으로 역할을 구분한 전통적인 부부였다면 우리 세대는 남자와 여자, 엄마와 아빠의 구분없이 일과 가정, 삶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세대야. 결혼생활에서도 마찬가지지.
그래서 점점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벌이만 맞벌이일 뿐 살림이나 육아에서는 외살림, 외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 상황을 미국의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는 '과도기적 부부'라고 칭했지. 이제 우리는 과도기적 부부에서 정말 평등한 부부로 진화해야 하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어떤 후배가 "우리 부부는 평등하게 살기로 했어요. 그래서 뭐든 똑같이 나눠요"라고 하더라. 오해아닌 오해였어. 똑같이 나누는 것과 평등한 것은 다른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것 같아. 사실 나도 그랬으니까. 처음엔 똑같이 나누는 게 평등한 거라고 생각했어.
남편하고 연애할 때의 일이야. 평등한 연인이 되겠다고 밥값, 커피값 등 데이트 비용을 반반 부담한 적이 있었어.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서 한 달에 10만 원씩 넣어놨지. 그리고 그 돈으로 데이트를 했어. 그런데 어느 날 이게 평등한 건가 싶더라. 그때 나는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었고 남편은 여전히 공부 중이었거든. 나는 월급을 받으니 한 달에 10만 원이 큰 돈이 아니지만 남편은 공부 중이었으니까 10만 원이 부담스러웠을 거야. 그 상황에서 나도 10만 원, 남편도 10만 원을 데이트 비용으로 내는 건 오히려 불평등한 게 아닐까? 10만 원이 액수는 같아도 남편과 나에게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불공평한 거지. 그날 데이트 통장을 없앴어.
사내 커플인 후배 부부가 있어. 같이 출근해서 같이 퇴근하지. 근무 시간은 비슷하지만 여자 후배의 부서는 업무가 급박하게 돌아갈 때가 많아. 스트레스가 많지. 그래서 남자 후배는 퇴근 직후 집안일을 가급적 본인이 한다고 해. 요리를 하는 동안 아내를 쉬게 하려는 거야. 요리가 끝나면 같이 저녁을 먹고 여자 후배가 설거지를 한대. 그동안 남자 후배는 간단한 집안일을 하지. 비중을 따지면 남자 후배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하지만 두 사람의 체력, 스트레스까지 감안하면 이 상태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어.
맞아. 서로가 수긍할 수 있는 선을 맞추는 것이 평등한 거야. 혹실드도 "부부는 각자 가정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부부는 서로에게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가"에 따라 부부 감정의 근본적인 문제가 달라진다고 했어.
부부 사이의 평등은 '객관적인 평등'이 아니야.
두 사람이 만족하는 '주관적 평등'이 진짜 평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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