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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Jun 01. 2022

분명 육아하기 편해진 세상인데,  전 왜 이렇게 힘들죠?

부모가 되고 부모가 궁금해졌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만큼 부모가 된 나도 잘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를 잘 키우라고만 할 뿐 ‘부모’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부모학 전문가’인 자람패밀리 이성아 대표를 만나게 됐고, 무작정 묻기 시작했습니다.

'요즘부모 다시보기' 시리즈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궁금한 게 많은 틈틈이(이하 아연)가 이성아 대표(이하 그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깨우친 내용을 정리합니다.



아연: 제가 유별난 걸까요?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분명 육아가 편해진 세상인데, 전 아이를 키우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그래: 어떤 점이 힘들어요?


아연: 우선 피곤해요. 아이가 없을 땐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는데 부모가 된 뒤로는 아이가 일어나면 일어나고, 아이가 자면 밀린 일을 해요. 그러다보니 잠이 늘 부족해요. 낮에도 아이는 쉬지 않고 저를 찾아요. 얼마 전 외국의 한 부부가 아이들이 부모를 얼마나 찾는지를 체크한 게 화제였는데, 12살, 8살 두 아이가 한 시간에 부모를 15번 찾았대요. 4분마다 한 번씩 찾은 셈인데, 아이들이 어리면 더 하겠죠.




내가 힘들면 힘든 거예요.

그래: 그러게요. 5분 대기조가 빈말이 아니네요. 누가 들어도 힘들 상황인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스스로 되묻고 있네요. 우리는 지금 이 정도는 힘든 게 아니라고, 힘들어하면 안 되는 거라고 내가 나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도 그랬어요.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세상 참 좋아졌다', '그 까짓게 뭐가 힘들다고 그러냐'였거든요. 억울하긴 한데 딱히 뭐라고 반박하기가 어려웠어요. 예전보다 편리해진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지나고 보니, 그 때 미처 인정하지 못했던 건 내가 힘든 것도 100% 진실이라는 거예요.


아연: 맞아요. 힘든데 힘들어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다들 이러고 사는데 나만 툴툴대는 것 같아서, 힘들어하는 내가 못마땅 해요. 세탁기도 없던 시절에 천기저귀를 손으로 빨아가며 우리 삼남매를 키우신 친정 엄마를 떠올리며 그만 툴툴대고 어서 힘내라고 나를 다그쳤어요.


그래: 작년에 간단한 어깨 수술을 했어요. 입원을 했는데 저보다 아픈 분들이 너무 많은 거죠. 그렇다고 제가 안 아픈가요? 저 정말 아팠거든요. 그리고 정말 무서웠어요. 주사 맞기 싫어서 가급적 병원도 안 가는 데 수술을 앞뒀으니 어땠겠어요.


물론 누가 '그 나이에도 주사가 무섭냐'고 하면 할 말은 없어요. 그런데 무서워요.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예요. 그럴 때 내가 할 일은 '더한 사람도 많은 데 이 정도 수술이 뭐가 무섭냐'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게 아니라 '주사도 무서워하는 내가 수술 받으려고 입원을 했네. 몸을 돌보려고 용기를 냈구나' 하고 나를 알아주는 거예요.


힘든 건 비교급이 아니에요. 그러니 우리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살아요. 호부호형 못하던 홍길동도 아닌데 왜 힘들다는 말을 못해요. 내가 힘들면 힘든 거예요.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세요. 그래야 힘이 나요.




부모라고 당연히, 잘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아연: 아무리 힘을 내려고 해도 힘이 나지 않을 땐 내가 의지가 약해서인 줄 알았는데 힘든 건 알아주지 않고 다그치기만 했기 때문이었네요.


그래: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노력해라',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해라'와 같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받아왔어요. 비교하는 방식이 익숙해지면서 내 마음을 타인과 비교해 판단하고, 타인의 마음은 내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쉽죠.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해야 하는 거고요.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누군가에게 함부로 '넌 편하겠다'라고 하는 거예요.


돌봄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활동이라는 거, 완전 동의하시죠? 육아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 동,식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에요. 그게 돌봄의 본질이거든요. 예전에 대 가족이 함께 살던 시절에도 '애 볼래? 밭 갈래?' 하면 밭 간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만큼 돌봄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힘들고 전문적인 일이란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부모든, 부모가 아니든!).


그걸 인정하면 그 일의 가치를 다르게 보게 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존중하게 되지요. 돌봄에 임하는 태도도 달라질 거예요. 부모가 되면 아이를 돌보는 일을 당연히 쉽게, 잘 할 수 있는 거라고 기본값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아요. 누군가를 돌보는 건 힘이 드는 겁니다. 당신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아연: 부모가 되고 나서야 '눈에 넣어도 안아픈 자식'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았어요. 그리고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아픈 자식'이라도 하루 세끼 챙기며 돌보는 건 힘들다는 사실도요.


그래: 사랑하는 건 사랑하는 거고, 힘든 건 힘든 거예요. 사랑한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죠. 오히려 사랑하니까 더 잘 하고 싶고, 더 많이 해주고 싶어요. 육아는 원래 힘든 거고, 그 힘든 육아를 잘 하려고 하니 더 힘든 거예요. 저는 부모들이 육아가 힘들다고 할 때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가 보여서 참 예뻐요.


'우린 그렇게 안 키웠어도 잘 컸는데... 요즘 부모들은 유별나다'라는 말은 사회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내 경험의 잣대만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위험한 태도예요. 말려들어 억울해 하기보다 참 많이 변한 세상 속에서 내가 오늘,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로 받아들여보면 어떨까요?(그래도 계속 그런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러라 그래..요)."



[요즘부모 다시보기] 다음편에서는 최선을 다하면서도, 요즘 부모들이 스스로가 좋은 부모는 아니라고 느끼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자람패밀리는 부모의 삶을 연구하며 부모의 성장과 연결을 돕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자람캠퍼스에서는 부모를 위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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