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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ina 임아영 Jul 24. 2024

11년간 7번 이직한 이유 (이직러가 일잘러일까)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 회사 에피소드를 원기옥처럼 모으느라 브런치에 자주 오지 못했다. (는 건 핑계고, 그냥 글을 안 썼을 뿐이다.) 


필자는 잘 지낸다. 웃음을 잃어버렸을 뿐. (???) 최근 몇 년간 에피소드가 하루하루 생성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하여, 경험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practical 한 practice를 통해 교훈을 얻고 실천하며 살고자 올해부터 다시 서서히 브런치를 스멀스멀 쓰려고 한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굽신굽신) 


스타트업 4년 차, 세 개의 스타트업을 다녔고 벌써 11년 차를 직장인으로 오롯이 성장했다. 솔직히 필자가 이렇게 오래 일할줄은 몰랐다. 

주니어때 카리나가 느꼈던 감정_회사를 장난으로 다니냐는 이야기들 들었음_누구보다도 진심이었는데.jpg

커리어 성장 과정에서 필자가 늘 잘했고 옳은 행동만 했고 행위의 모범이 되었다고 말할 순 없다. 필자가 경험한 조직과 임직원, 동료들이 늘 빌런만 있던 것도 아니다. 감사의 표현으로 까다롭고 여리지만 꽤나 주관 있는 주니어 '카리나'를 그 어떤 편견과 오해도 없이 잘 가르치고 또 성장시켜 주신 팀장님이자 선배님이자 이제는 나의 멘토님들(N안과병원 김유미 팀장/작가/화가, 비앤빛 안과의 연 팀장님, 그리고 미디컴의 매니저님들과 후배님들 등)에 대한 훈훈한 스토리와 주니어의 자세에 대해서도 썰을 천천히 풀어보려고 한다. 

11년차가 되어보니 꼬 ㄱ이렇지만은 않더라.jpg

이미 나열한 본인의 직장이 벌써 3개인데, 실제로는 2013년부터 11년 거쳐온 직장은 7개다. 근 1-2년 근속하고 직장을 계속 옮긴 셈이다. 빌런을 피하거나 커리어 성장 욕구, 또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심, 그리고 현실적으로 너무 낮은 연봉(심지어 외국계 홍보대행사에서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을 핑계로 연봉을 띄우기 위해 잦은 이직을 감행했었다. 필자도 알고 있다. 한 곳에 오래 다녀야 브랜드와 회사의 흥망성쇠, 프러덕트 주기(사이클) 등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속성 있는 프로젝트와 커리어를 통해 커리어를 한층 더 다른 차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가끔 한다. 


직장인 10년 차 중간관리자이자 리더로서는 후회하지만, 글쎄, PR 주니어 카리나는 이직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을 두고두고 바라보며 후회하기보다는 내가 내린 결정과 선택이 '현명했다'라고 나는 어떻게든 나의 길을 스스로 만들고 입증한다. 주니어임에도 불구하고 오만방자하게 1년~2년 다니고 이직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이유는 1) 빌런 피하기 2) 연봉 올리기와 같은 이유도 있었지만, 진솔하게 말하자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업무분야를 더 잘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고 싶은 의지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단순한 마음,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스페셜리스트로서 전문성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한,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보완을 하고 싶어서 그 기회를 나에게 기꺼이 주는 조직으로 이동했다. 감정적으로 이직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시 다니던 회사들에서 충분히 이직을 하기 전에 가능한 한 조직 내에서 많은 기회를 찾아보고, 또 내가 성장하고 싶은 path를 멘토/팀장님들께 논의드린 후에도 답이 없으면 그때 나는 움직였다. (혹은 정말 내가 존경하고 따랐던 멘토님께서 이직을 하시면 나도 내 살길을 찾아 떠났었다.)


이미 이직을 해볼 대로 다 해본 나여서일까. 아니면 이제 중간관리자이자 리더의 위치에서 일을 바라보고 회사 내에서 기능을 하기 때문일까. 나는 기존에 하지 않았던 대로 행동해 보기로 했다. 원래 필자는 스스로를 갖고 실험하길 좋아하는 나름 사회학도(필자가 나온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는 기본적으로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대학' 단과대에 있다.)이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어느 시점마다 다른 변수를 주고 그 변수에 대해 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혹은 성장하는지 테스트해본다. 기존과 다르게 이번에 필자는 '일잘러'의 기준이자 행동강령 중 하나를 해보기로 했다. 매우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번에 이 행동강령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다. 생각보다 우당탕탕해왔던 지난 10년이었다.welldone


다시 이직 이야기로 돌아와서. 물경력이 될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단호하게 이직을 했었는데,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커리어 성장'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성장이 없더라도 경제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다니다 보니 장기근속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꽤나 놀랐다. 자랑처럼 들리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언제든지 성장을 추구하며 마음 놓고 마음껏 이직할 수 있도록 경제적이고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해 준 전문직 어머니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것도 모르고 철없는 필자는 주니어 때 지인들에게 '왜? 빌런소굴이면 그만둬. 왜 내가 아끼는 네가 그런 사람들한테 그런 취급받아야 해? 너 훨씬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야!'라며 나름의 합당한 이유를 들어가며 이직을 권했었는데, 사실 이것도 어쩌면 잘 모르고 지레짐작에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헛똑똑이의 짖음이었을 수도 있겠다.(왈왈!)


혹시 필자처럼 이직을 자주 한 사람들 중에, 또 이직을 하고 싶지만 본인의 이력서가 너무 많은 회사들로 더럽(the love)다고 느껴지거나, 근속연수를 채우고 장기 근무가 절실한 시점인데 안타깝게도 지금 있는 조직이 본인을 물경력으로 만들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게다가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이 성장하기는커녕 젊은 꼰대, 늙은 꼰대ㅡ잠깐, 오해하지 말자. 다른 브런치 글에서 언급했듯이, 필자가 말하는 꼰대는 '1)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2) one way로 소통하는 사람 (양방향 소통이 안 되는 사람) 3) 배우지 않는 사람 4) 남녀 갈라 치기를 하면서 유교정신이 너무 강해 일하는 여성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여자, 남자'를 말한다.ㅡ들로 가득한 회사에서 하루하루 웃음을 잃어가고 있어 이직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의 조직이 성장하는 느낌을 주지 않거나, 주변 사람들이 늙고 젊음에 관계없이 모두 꼰대로 가득 찬 조직이라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해도 나의 커리어를 쌓을 수도 없고 이력서에 아무것도 적을 수 없는 암담한 상황이라면 이직을 하는 게 맞다. 혹은, 정말 장기근속(그래, 3년 이상도 장기근속으로 보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성장하는 조직으로 만들면 된다


어려운 길을 가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과연 아닐까.hahaha


내가 총대를 메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CEO를 조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경영자들은 자신의 회사이고 자신만의 리더십과 생각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정말 깨어있고 귀가 뚫려있지 않은 이상 잘 듣지도 않는다. 당장 내가 어떤 문화를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 조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챙기고 퍼포먼스를 내고 나오라는 뜻이다. 물경력이 되어가고 이력서에 어떤 프로젝트도 쓸 것이 없다? 그럼 내 직무에서 내가 스스로 주도해서 만들면 된다. 아무도 협조해주지 않는 암담하고 슬픈 상황이거나 은따를 당하고 있더라도 일은 일이다. 새로운 환경, 정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가기 위해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어떻게든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건,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아, 물론 회사를 위한 것이긴 하다(!!).  요지는 당신을 물경력으로 만든 회사를 탓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실행하고 퍼포먼스를 낼 때, 즉 당신 자신을 위하고 당신 자신의 성장과 이력서, 포트폴리오에 내세울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선택지를 넓혀 더 좋은 기회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지금의 회사를 성장하는 회사를 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당신 혼자 지금의 회사를 성장하는 문화로 바꿀 수는 없다. 성장하는 문화가 정착된 회사가 된다는 것은, 1)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2) 다른 사람의 말을 존중하고 귀담아들을 줄 알아야 하는 구성원들이 있어야 하며, 3) 한 번 언쟁이 있었다고 인사 안 하고 여자를 찍어 누르는 등의 감정적인 행동을 하는 동료는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말이 쉽지 진짜 어려운 필요조건이다.



게다가 성장하는 분위기의 조직을 만들려면 'DOer'가 많아야 한다. 즉, 실행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내가 30년 동안 꽤나 제품 팔았어"와 같은 찬란한 과거와 경력을 들먹이는 소위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꼰대'는 단 한 명이면 족한다. 그냥 그 사람은 대충 맞춰주고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 지금, right now, today! 지금 당장 실행하고 지금 상황을 T보다 더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해내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현명한 CEO는 이렇게 변화를 주도하는 직원, 실제로 '행동'을 보여준 직원에게 더 많은 자원과 권한을 부여한다면 - 그 직원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중간중간 맥락에 따라 자아가 multiple 하게 꽤나 나왔는데, 그동안 원기옥처럼 모은 고장 난 직장인의 2024년 스토리. 기대해 달라. 더불어 필자가 이제 내일모레면 40이 된다. 아 물론, 빠른 1988년생 (토끼띠)라 아직 몇 년 남긴 했지만, 필자가 요새 마흔에 대한 생각이 참 많다. 마흔이 된 선배 직업인 분들, 120세 수명 시대에 마흔이 갖는 의미에 대해 굉장히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마흔에 집착하며(ㅋㅋ)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필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나 마흔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면, 언제든 필자 계정의 메일주소로 이메일을 달라. 랜선 커피챗 신청, 환영이다.



https://litt.ly/ka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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