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예측하는 두 시간 후의 태양
[2025년 8월 26일 먀 AI 뉴스레터로 발행한 글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스피노자가 한 말로 알려진 명언인데요. 만약 태양 폭발로 인해 지구가 멸망한다면, 우리는 NASA(나사)와 IBM 덕분에 사과나무를 심을 시간을 한 시간 더 벌게 되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알아볼까요?
태양 읽어주는 AI 모델, Surya
인류 최초 달 착륙을 성공시킨 탓인지, 나사라고 하면 자연스레 달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 나사가 이번에는 달이 아닌 해를 연구했는데요. 바로 '태양 전문 슈퍼컴퓨터'라고 볼 수 있는 AI 모델, Surya입니다. Surya는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을 의미합니다.
끊임없이 에너지를 뿜어내는 태양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강력한 폭발 현상인 태양 플레어(solar flare)나,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에서 질량 방출(CME)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요. 그렇다면 지구는 안전할까요? 이런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 GPS가 흔들리고, 인터넷이 끊기며, 심지어 위성이나 전력망이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런 사건을 1시간 전 정도밖에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Surya는 무려 2시간 전에 경고를 줄 수 있는 모델입니다!
Surya의 가장 큰 특징은, 기초(Foundation)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하나의 목적에 맞춰진 AI가 아닌, 여러 문제에 두루 활용될 수 있는 범용 기반 모델이지요. 태양 연구 분야에서 처음으로 ‘만능 도구’가 생겼습니다.
Surya는 나사의 태양 동역학 관측위성(SDO, Solar Dynamics Observatory) 이 지난 15년 동안 모은 데이터를 학습했습니다. SDO는 나사가 2010년에 발사한 위성으로, 이름 그대로 태양의 동역학, 즉 태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측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요. 발사 이후 지금까지 12초마다 태양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태양의 CCTV와 같은 개념이지요. SDO에는 여러 정밀 장비가 탑재되어 있어서, 태양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합니다. 주요 장비와 수집하는 데이터를 알아볼까요?
AIA (Atmospheric Imaging Assembly) : 대기 영상 장치 혹은 태양 대기 영상 장치 태양 대기를 여러 파장에서 촬영 극자외선/자외선(EUV/UV) 영상으로 온도와 구조 분석
HMI (Helioseismic and Magnetic Imager) : 태양진동 및 자기장 영상기 태양 표면의 진동과 자기장 측정 흑점, 자기장 꼬임, 플레어 발생 조건 분석
EVE (Extreme Ultraviolet Variability Experiment) : 극자외선 변동 실험 장치 태양에서 방출되는 극자외선(EUV)의 세기와 변화를 측정 지구 대기 상층부 변동, 통신 및 GPS 교란 연구에 사용
SDO 데이터는 단순한 컬러 이미지가 아닙니다. 자외선과 극자외선 등 다양한 파장대에서 태양을 찍어, 약 5,500℃에 달하는 표면 온도부터 최대 200만℃에 달하는 대기 최상층 코로나까지 측정하지요. 예시를 볼까요?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무려 257 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데요. Surya는 이렇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태양의 움직임, 자기장의 변화, 플레어의 발생 패턴을 학습했습니다. 태양에 관해서는 아주 척척박사겠지요?
Surya는 단순히 과거 데이터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면서 스스로 학습했습니다. 연구자들은 Surya가 스스로 태양의 시공간적 패턴을 이해하도록, 예측 기반 학습 방식을 적용했는데요. 훈련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입력: Surya에게 연속된 태양 영상(예: A 시점과 B 시점)을 보여줍니다.
과제: '한 시간 뒤인 C 시점의 태양은 어떤 모습일까?'를 예측하게 합니다.
검증: 실제 SDO 위성이 촬영한 C 시점 영상을 정답과 비교하며 오차를 줄이도록 학습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Surya는 태양의 물리적 진화를 익혔습니다. 태양은 특이하게도 적도는 약 25일 주기로 빠르게, 극지방은 약 35일 주기로 느리게 회전하는데요. 연구자가 이런 규칙을 직접 주입해야 했던 기존 모델과 달리, Surya는 복잡한 현상조차 스스로 데이터를 통해 알아냈습니다. 회전 패턴을 스스로 발견했지요. AI가 단순히 이미지를 흉내 낸 게 아니라, 자기장 구조나 회전 패턴 등, 실제 태양의 물리적 원리를 ‘이해’했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태양 영상은 해상도가 워낙 높아서 그대로 학습시키면 GPU 메모리와 계산 자원이 몹시 드는데요. Surya는 마치 사진에서 잡티를 제거하고 선명한 부분만 남기듯, 입력된 데이터를 주파수별로 나눈 뒤, 자기장 꼬임이나 플레어 전조 신호 등 중요한 패턴은 통과시키고, 불필요한 잡음은 걸러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메모리 사용량을 약 5% 줄일 수 있었고, 데이터의 잡음을 줄여 태양의 중요한 물리적 신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지요.
Surya가 기존 모델을 어떻게, 또 얼마나 능가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태양 플레어를 한 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던 기존 모델과 달리, Surya는 두 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나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정확도가 16%가량 개선되었다고 하는데요. 몇 가지 수치를 살펴볼까요?
비교 대상 모델은 AlexNet과 ResNet50으로, 각각 이미지 분류, 그리고 영상 인식에 많이 쓰이는 모델입니다. 평가 점수는 모두 점수가 높을수록 좋은데요.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평가 지표
TSS (True Skill Statistic): 예측이 얼마나 정밀하고 균형 잡혔는지 평가
HSS (Heidke Skill Score): 우연히 맞힌 경우와 비교해, 예측의 개선 정도 평가
F1 Score: 정밀도와 재현율의 조화 평균으로, 전형적인 분류 성능 지표
Surya는 모든 지표에서 기존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태양 폭발이 자주 일어나는 위험 지역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작업 또한 개선되었는데요. Surya는 기존 모델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로 활동 영역을 분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Surya가 원본 SDO 영상(윗줄)을 보고, 활동 영역을 자동으로 분리(가운데 줄)했는데, 그 결과가 실제 정답(아랫줄)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비교하는 그림입니다. 활동 영역은 플레어와 같은 폭발이 시작되는 발화 지점인데요. 이런 위험 지역을 잘 잡아내야 우주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활용할 수 있겠지요?
이 외에도 Surya는 지구 전리층을 교란하는 극자외선 스펙트럼을 나사 기존 모델보다 2.3배 정밀하게 예측하고, 태양풍 속도 예측의 오차 범위를 줄이는 등 '태양 전문 슈퍼컴퓨터'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구를 10m 단위로 분석하는 AI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는 태양의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AI가 등장했습니다. 연구자들은 Surya가 단순히 태양 예측을 넘어, 다른 천체들의 작동 원리까지 밝혀낼 새로운 길을 열어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데요.
IBM의 AI 연구원 후안 베르나베-모레노(Juan Bernabe-Moreno)는 태양을 하나의 실험실로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Surya는 힌두교에서 태양 신을 뜻하며, 고대 문헌에서는 '모든 신들의 눈(Eye of the gods)'으로도 불렸는데요.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실험실이자, 모든 것을 비추는 신을 상징하는 Surya는 이제 태양을 이해하는 새로운 눈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논문 <Surya: Foundation Model for Heliophy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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