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롱혼 Nov 16. 2024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세상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했다

살아오면서 그토록 찾았고 원했던 자유를 지금 만끽하고 있다. 얼마나 유지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니체는 사람들은 지금의 일에서 해방되는 것을 원하지만 일에서 해방되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자유로워져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고하라라고 말한다.


어제 비가 숨어든 오전 늦은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하필 그때부터 다시 비가 내린다. 예보를 믿고 우산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급하게 공원 벤치 처마밑으로 들어가 서 있었다. 잠시 그칠 것 같은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한없이 그 밑에 있을 수가 없어 점퍼 모자를 덮어쓰고 걸었다. 가을비를 맞으며 은행나무 가로수 밑을 걸어간다. 이것도 나름 낭만이 있다. 바스락거리며 이곳저곳 뒹굴던 은행잎들도 조용해졌다. 그동안 사람들 눈에 띄려고 예쁘게 치장을 하다 지쳤는지 아예 바닥에 널부러 잠들어 버렸다. 나도 모르게 껑충껑충 깨우지 않으려 건너뛰며 집으로 간다.

이렇게 일에서 해방된 자유스러운 시간에는 여유와 낭만이 넘친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누가 나에게 그렇게 생긴 자유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세상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이든 나무든 책이든 음악이든 그 어떤 것이든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으로, 글로, 생각으로 나눈다.


그것이 내가 인생 후반부를 당당히 살아가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며 또 힘차게 일상을 유지하며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젠 일의 높고 낮음은 의미가 없다. 더없이 고귀한 삶을 기본으로 장착하였기에 새로 찾는 일은 성숙한 삶을 나눌 기회로만 생각한다.



사는 이유들 >


빗질에 소복이 모여

푸른 시절 자랑질 하다

대롱대롱 노란 근성을

손가락 쳐들고 키득거렸는데

처량한 가을비에

졸지에 애물 되었다

아~

누구는 멀리 날아

벤치 위 다소곳

어느 책갈피 추억되어

지난여름 무척 더웠노라 말한다는데

축축한 속에서도

노랗게 물든 이유조차

앵무새 되어 떠들고 있다


- 롱혼의 tistory 11/16 일기에서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