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즐거운 소풍을 다녀왔다
"서라별 웅장한 도읍 공적을 이뤘으나
오늘날 유적은 이름만 남았네
황량한 성터 차가운 별빛 하릴없이 빛나고
반달은 여전히 옛 성곽에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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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암선생문집 중에서
천년의 신라 숨결을 호흡하고 왔다.
시대를 넘는 사람 사는 숨결은 결국 지금이란 삶에 귀결되었다. 아무리 훌륭한 부와 권세라도 현실의 삶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
부지런을 떤 이른 새벽 SRT를 타고 경주를 향했다. 마치 수학여행 가듯 흥분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내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더니 벌써 경주 도착방송이 나온다. 열차가 빠른 건지, 기대감이 커서인지 금방 왔다.
깨끗하게 잘 정비된 한 경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30여분 달려 8시 30분 경주국립박물관에 도착했다. 저 멀리 바람막이 속에 벌써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신라금관 권력과 위신'이라는 특별전 입장권을 받기 위해서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볼 것이라는 신라시대 대표 왕관 6점이 한 곳에 모여 전시하는 특별전 때문에 어른, 아이들이 모여든 것이다. 나도 그 줄에 몸을 맡기고 눈과 정신은 시대를 거슬러 간다.
첫 만남의 왕관은 화려한 금잎을 찰랑거리며 옥구슬 붙잡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허리에 찬 장식도 절대 범접할 수 없는 권위가 금빛 치장으로 눈을 부신다.
시대를 거스르듯 울려 퍼지는 낮은 저음의 소리를 따라 신라를 만나고 있다.
하늘과 이어진 특별한 존재를 알리는 나뭇가지모양의 금관. 신라시대 경제성과 세계관, 마립간의 권력과 위상의 상징을 본다.
'죽은 자를 위한 왕관인가? 산 자를 위한 왕관인가?'
출토된 왕관에 대해 아직 설왕설래하고 있다지만 신라 금관은 하늘과 땅,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다양한 상징으로 꾸며졌다고 해설한다.
마치 어제 벗어 놓은 듯한 무게감과 긴장감의 왕관과 허리띠는 고단했던 마립간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영원하다고 믿었던 권위와 명예 그리고 한순간 뒷바람에 날려 장식장 뒤로 숨어든 기세를 털며 오늘의 지금에 충실하게 나답게 살라는 외침이 들린다.
순간, 오랫동안 어둠 속 침묵으로 맴돌던 숙연한 마음이 깨어난다.
'징~'
천년을 울던 소리에 그동안 짊어져 왔던 왕관을 벗어놓고 금장 허리띠도 풀고 '너풀너풀' 이른 아침부터 경주 박물관, 미술관, 첨성대를 비롯 유적지와 '오아르' 현대 미술관까지 바쁜 산책을 마치고 오후에는 울산으로 건너가' 태화강국가정원'까지 휘돌다 밤늦게 돌아왔다.
아내와의 즐거운 수학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