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12월 16일-19일) 상하이 여행을 마치고
3박 4일 중국 상해 여행을 마치고 떠나는 아침.
아내는 큰 물건을 하나 빠뜨린 사람처럼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며 나를 재촉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황푸강을 건너 난징시루로 향했다. 번쩍번쩍 크루즈 루이호의 루이비통을 지나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이곳을 빠뜨렸다는 것이다. 아직도 소녀 같은 감성을 간직한 아내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이른 시간,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애처롭게 부서지고 있다.
텅 빈 매장에 아내와 단둘이 마주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번 상해 여행을 정리한다.
용문등천(龍門登天).
양쯔강 하구의 작은 어촌이었던 상해는 아편전쟁 이후 영국·프랑스·미국에 개방되며 ‘동양의 파리’,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성장했고, 지금은 아예 중국의 미래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도시가 되었다. 대략 5년 전 다녀왔던 기억이 있지만, 이번에 마주한 상해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변화의 속도와 깊이를 몸으로 체감하는 여행이었다.
이번여행 출발 전, 알리페이와 고덕지도를 미리 설치해 두었지만 실제로 써본 적은 없어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한두 번의 시행착오 거치고 나니 결제에서 디디택시 호출, 길 찾기까지 모든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외국이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설명이나 마찰이 없는 이 편리함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편리하면 쓰고, 익숙해지면 따지지 않는다.’
지금의 중국은 기술을 배우는 사회가 아니라, 기술을 일상어처럼 사용하는 사회였다.
푸동공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안면인식, 고덕지도, 알리페이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를 IT 선진사회로 볼지, 통제된 사회로 볼지에 대한 논쟁은 분명 가능하다. 그러나 솔직한 체험의 결과는 이렇다. 현금이 필요 없고, 설명이 필요 없고, 불필요한 접촉이 거의 없는 사회. 적어도 나 같은 I형 인간에게는 꽤 편안한 환경이었다.
상해에서는 사람이 기술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술 속에서 사람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길이 우리가 향하고 있는 미래 사회라면,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를 긍정하는 쪽에서는 불편한 접촉을 줄이고, 필요할 때 즉시 연결되는 개별 선택권의 확대라고 말한다. 둘 다 고개가 끄덕여져서 어느 한쪽에 쉽게 서기 어렵다.
그런데 답은 의외의 곳에서 찾았다.
황푸강 유람선을 타고 오르내리며 본 상해는, 과거와 미래, 거대함과 소소함이 서로 밀어내지 않고 공존하고 있었다. 틴자이펑의 좁은 골목을 오토바이를 피해 걸으며 사람 사는 냄새를 느꼈고, 경쟁하듯 치솟은 빌딩 숲에서는 도시의 거대한 역동이 전해졌다.
금융과 자본의 속도는 빠르지만, 골목의 삶은 여전히 느리고 단단하다.
이것은 단순한 발전이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결국 '잘 만들어진 것'을 보았을 때가 아니라, '잘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결국 미래 사회는 사람과의 접촉이 사라지는 사회가 아니라, 접촉의 의미가 더 선별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만남이 AI와 시스템으로 자동화될수록,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 하나하나는 더 조심스럽고 더 진지해진다. 그래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것은 완성도 높은 시스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태도일 것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 삶은 여전히 사람의 태도에서 만들어지고, 그 태도가 반복되며 하루의 삶의 리듬을 이룬다.
무엇을 더 갖느냐, 얼마나 더 편해지느냐 보다 어떤 속도로 걷고, 어디에서 멈추며, 누구와 마주 앉는지를 선택하는 힘. 어떤 '삶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가느냐가 진정 미래사회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맞이하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