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노래가 되어

친구 문상을 다녀와서

by 롱혼 원명호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 "


낮은 목소리로 떨려오는 사내들의 조용한 노랫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웠다. 그 목소리들은 어설펐지만, 함께 하던 추억만큼은 무겁고 진실했다. 그 감동은 천천히 마음을 적셨고, 마침내 우리의 눈물이 되어 계속 흘러내렸다. 노래는 멈추지 않고 홀 안 가득 울려 퍼졌으며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이었다.




카톡, 카톡.

탁자 위 핸드폰이 연실 울려댄다. 화면을 무심히 스치던 손이 멈췄다. 고교동창의 부고. 믿기 어려운 현실에 잠시 눈앞이 흐려졌다.

'아직 아닌데, 뭔 일이람'.


키가 커서 한 번도 대면이 없던 동창들도 키 큰 아이 하면 통하던 그다. 하물며 멀찍이 지내던 나도 같은 지역에 살고 또 아이의 교육 관련 상담의뢰로 몇 번 가족과 대면하면서 친해졌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그의 붙임성과 차분하며 조용한 음성 때문에 누구든 한번 만나면 그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던 친구였다.


그렇게 갑작스럽던 소식에 오후 7시 식장에 모여 함께 문상하자는 제의가 올라왔다. 마침 아내와 춘천을 놀러 갔던 터라 서둘러 오후 일정을 앞당겨 식장으로 향했다. 건국대장례식장, 넓어서 그런지 아니면 복잡해져서 그런지 지하 1층 식장은 찾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빙글빙글 오르락내리락 헤매다 같이 맴돌던 친구들을 하나둘 만나며 자연스레 뭉쳐져 들어갔다.


빈소에 차려진 친구의 사진은 급하게 마련된 듯 어설퍼 보였다. 그러나 그 사진 속 미소만큼은 여전히 따뜻했다. 시간 속에 멈춘 그 미소가 마치 우리를 위로하는 듯했다. 눈물이 고였지만, 우리는 차마 울지 못한 채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아무 말없이 그저 멍하니 한동안 깊은 한숨과 눈빛으로만 감정을 주고받았다. 슬픔은 말이 필요 없는 언어였다.




정중히 제를 마치고 옹기종기 접객실에 둘러앉아 그를 추억하며 또 그간의 서로의 소식도 나누며 슬픔으로 술잔을 기울여 한껏 떠들고 있는데 친구가 그립다며 동기들 서너 명이 다시 빈소로 들어갔다. 한참있더니 갑자기 모두 오라며 손짓을 한다. 엉겁결에 둘러선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조용필의 '친구여' 노래 가사가 전달되어 왔다. 뭐지?


긴장된 침묵 속에 누군가가 천천히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첫 음이 울려 퍼졌다. 모두 숨죽이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시간은 멈췄고, 노래는 우리를 하나로 묶는 끈이 되었다. 엇박자로 시작된 어설픈 목소리들이 차츰 음을 맞춰가자 장엄해진 노래에 스스로 감동이 되어 울컥 소리를 밀어 올렸고 홀 안의 사람들도,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음식이 놓인 탁자도, 눈물의 훔치던 손도, 그 순간만큼은 정지된 듯 모두 조용했다.


둘러싼 친구들과 앞에 앉은 그의 아내와 딸은 주체 못 할 전율에 황망하여 잊었던 가슴속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눈가에 맺힌 눈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어찌, 이토록 애절했던가.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 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 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노래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그가 남긴 추억의 조각들이 여전히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짐했다. 남아 있는 우리는 서로를 더 아껴야 한다는 것을.


친구여, 우리의 꿈과 추억 속에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 강릉고등학교 19회 심상철 친구를 기리며 - 2025, 1,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