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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Dec 03. 2024

오늘 아침 추웠나요

생각하기 나름이다 행동하자

마음은 늘 행동하자고 하면서도 추워서,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서 드러눕는 마음은 여유롭다. 눈이 온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계속 이럴 수는 없다. 생활 루틴은 지켜야 한다. 마음 단단히 먹고 어제 잠들기 전 미리 방한모자와 마스크 장갑을 미리 챙겨놓고 새벽을 기다렸다.


새벽 5시 어둑하다. 얼핏 핸드폰을 보니 영하 3도를 알린다. 그래도 채비를 갖추고 공원 산책길을 향해 길을 나선다. 그제 내린 눈도 녹아 길은 바싹 말랐다. 출근이 바쁜 사람들의 움츠린 몸짓이 가끔 지나가고 어둠과 함께 붙어있던 정적만이 뒤를 따라온다.


보폭은 넓게, 팔은 힘차게,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마치 초등학생처럼 내가 나에게 가르치며 걷는다. 공원 산책길은 텅 비어있다. 나 홀로 걷는다. 시원한 바람이 뱃속 깊숙이 들어가 휘몰고 나온다. 이런 기분이다. 좋다.


단단히 무장한 탓인지 별로 춥지도 않다. 두어 바퀴 돌다 보니 하나둘 사람들이 보일즈음 쌩하고 달려가는 사람이 옆을 지나간다. 반바지 차림이다.


조용히 입 다물었다. 내일도 계속 나와야겠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내는 아직이다. 혼잣말로 '일어나기 싫다'만 외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방문 꼭 닫고는 거실문, 서재창문 열어젖히고 책상에 앉아 일기글을 써서 올리고는 뒤적이다 11월 마지막날 쓴 글을 다시 읽어본다.




11월 30일 )

인생 전반 휴식기 백수의 일상이 바쁘다고 엄살은 피지만 사실 천천히 가는 느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를 통찰하는 시간도 많이 갖게 되고 또 다른 이의 삶도 들여다보며 모든 것들과 관계를 재정립할 기회를 가져본다.


돌이켜 지나온 날들은 의도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며 다람쥐 쳇바퀴 삶이 싫다고 알아주지도 않는 투정을 부리며 살았다. 그렇게 부여받은 일들로 하루하루 시간은 잘 지나갔고 한 달, 일 년은 뭉쳐져 그야말로 화살처럼 날았다. 그리고 틈틈이 기약하며 남겼던 다음은 없었다. 이렇게 시간이 한번 지나가면 아껴둔 기회마저 사라지는 줄 몰랐다.  


이제야 조금 눈이 뜨인다. 쇼팬하우어가 그렇게 외치던 너의 삶을 살아라가 무슨 말인지, 남들 눈에 맞추려 하지 말라는 의미를. 인생 후반전은 새로운 업을 찾아 일을 하면서 보내겠지만 내가 중심이 되어 그곳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느린 시간을 만들어 나와 함께 가리다, 물론 계절의 흐름이야 바쁘겠지만 하루는 천천히 느긋하게 보낼 것이다. 눈을 낮추고 몸과 마음이 성찰되면 가능한 일이다.



산다는 것 >


초침이 멈춘다

계절은 덜컹거리고

부딪힌 가슴은 아프다


요지경에 눈 붙이고

인디언 영혼처럼

기다린다


길어진 그림자는

노을에 올라타

후회와 바람을 날


하얀 해가 뜨자

시간은 쉬엄쉬엄

달력은 또 찢겨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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