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해도 되나요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by 롱혼 원명호

< 지나간 일기를 들춰보며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


그날 강원도의 날씨는 청명하게 맑은데 매서운 바람과 함께 추웠다.


지금 90세 이신 아버님께서 재작년 12월 2일 아버님의 불편하셨던 한쪽 눈마저 잘 안 보인다는 연락을 받았다. 큰일이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랴부랴 지인들에게 소문을 들은 영등포 김안과에 예약을 청하여 가장 빠르다는 한 달 후로 검진날짜를 잡았다.


그날이었다.

오래전부터 백내장 녹내장을 가지고 계신 터라 야맹증과 함께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해 많이 불편해하시어

대학병원에서도 시력 유지 차원의 처방만을 주어 그냥 고향에서 약만 타 지내 오셨기에 그래도 좀 더 치료를 받아 드리고 싶어 어제 오후에 아버님을 모시러 고향집에 다녀왔다.


많이 연로하시고 힘이 없으신 아버님을 모시고 오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으로 객지 생활을 해온 아들과 단둘이 오랜만에 함께 있다 보니 서로 낯설어하며 두런두런 친구분 돌아가신 이야기 문상에 한 명도 안 갔더라는 이야기 손자, 손녀 칭찬 이야기 등을 서둘러 나누었다.


잠시 조용히 계시더니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 결론 삼아 넋두리 하시곤 잊은 듯 불쑥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을 내게 내미신다 가지고 있으라고 그게 뭔지 알기에 나도 나중에 할 것이기에 받아 들며 그냥 먹먹 담담했다.


이렇게 모시고 올라오며 내려가며 아버지와 둘이서 두런두런 정겨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해 여름까지 아버지 손을 많이도 붙잡고 다녔다. 지금도 시력만 불편하시지만 덕분에 나와 많이 편해져서 이번 7월 당신 90세 생일날 꼭 시내에 있는 00 사진사를 불러 친척들 포함 가족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신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와 대화 >


메마른 낙엽의 엷은 떨림이

파동을 일으킨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넌지시 던지시곤

다시 조용하셨다




늙은 신 아버지 >


바람과 구름과 비를 맞은

두 손이

내 손안에 들어와

살포시 떨리고 있다


'네가 수고가 많다'


짧고 굵은

인생의 무게가

턱 하니

내 가슴속에 들어온다


내손에 이끌리어

걷고

깊은 연륜에 이끌리어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