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만 어머님 속을 보았다

특별히 기억되는 선물은 감동을 준다

by 롱혼 원명호

< 지나간 일기를 들춰보며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


사람들의 감동은 준비된 큰 것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정성이 깃든 작은 것이나 기대하지 못했을 때 받은 특히 자신을 특별히 기억해 주는 선물에 감동을 받는다.


아내가 작년 초 2개월 정도 학교에서 방역 봉사지원을 마치며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나눠 주겠다고 밤새 부지런히 고추기름을 만들어 예쁜 작은 병에 담아 포장하는 것을 보았다. 저 선물을 받는 분들은 분명 감동받을 것 같다. 우선 생각하지도 못했고 또 직접 밤새워 만들어 정성이 많이 깃들여 있으니 말이다.


선물을 받을 때 그 정서와 의미가 함께 오는 선물이라면 얼마나 감사할까, 도대체 그런 선물은 뭐가 있을까?


그해 가을 시골집 앞마당에 감이 익어갈 무렵 아버님을 뵈러 갔다가 앞마당에 주렁주렁 열린 감을 따면서 어릴 적 추억에 빠져 들어 재미있었다. 더 많이 감을 따볼 요량으로 집 뒤쪽 장독대로 올라갔다. 정말 오랜만에 올라와본 장독대. 어릴 적에는 꽤 넓었었는데 지금은 좁디좁은 장독대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15여 년 흘렀고 지금은 새분이 들어와 살고 계시지만 어머니만큼 정성껏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장독이 대부분 없어지고 한 귀퉁이에 큰 항아리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함께 올라와 계시던 아버님께서 그 항아리를 가리키면서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담근 간장독이라 잘 보관하고 있다고 하셨다. 반가운 마음에 뚜껑을 열어보니 지독하게 진한 검은 간장이다. 어머니의 정성을 조심스레 한 병 담아왔다.


아내는 너무 오래되고 진해 못 먹는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고마운 선물을 받아왔기에 한 방울씩 넣어 먹으며 죄송함에 정겨움에 감동을 받고 있다. 이런 선물을 어디서 만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진정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어머님의 선물 >


새카만

어머님 속을 보았다


살아생전

어머님 간장


한 방울씩

내 속에 담으며


어머님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