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모르는 건가? 양심을 모르는 건가?
어제도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눈살이 찌푸려졌다. 내가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장면이 누군가의 채널에서 '내가 편집한 웃긴 모음집'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었다. 조회수는 수십만, 댓글에는 "편집 진짜 잘하네요", "구독하고 갑니다" 같은 칭찬이 줄을 이었다.
편집은커녕, 그저 방송사에서 만든 영상을 토막 내어 붙여놓은 것뿐인데 말이다.
6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이 도둑질이 나는 견딜 수 없다. 쇼츠의 등장 이후 이런 일들이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렸다. 드라마의 명장면, 영화의 하이라이트, 음악방송의 무대까지. 온갖 콘텐츠가 60초짜리 조각으로 잘려나가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건 이들의 당당함이다. "홍보해드리는 건데요", "원작자에게도 도움이 되잖아요"라며 오히려 자신들이 선행을 하고 있다는 듯이 말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저작권법을 공부하고 합법적으로 하고 있습니다"라며 거짓 정보까지 퍼뜨린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혐오감이 든다. 그 혐오감은 단순히 법을 어겼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로 떼돈을 벌면서도 죄책감 하나 없는 그 뻔뻔함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 만든 콘텐츠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해서 돈을 버는 그 후안무치함 때문이다.
진짜 창작자들은 어떨까.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몇 달을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한 제작진들.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출연자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완성해낸 PD와 작가들. 그들의 노력과 창의성이 60초짜리 조각으로 잘려 나가 누군가의 용돈벌이가 되는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더 심각한 건 이런 일이 너무 쉽고 당연해졌다는 점이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작 창작은 하지 않는다. 그저 남의 콘텐츠를 가져다가 조금 편집하면 그것이 콘텐츠 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진짜 창작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물론 모든 쇼츠 크리에이터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성실한 창작자들보다 남의 것을 훔쳐서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더 주목받는 것이 현실이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들도 책임이 있다. 저작권 신고 시스템이 있다지만, 하루에도 수만 개씩 올라오는 불법 콘텐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조회수가 높은 불법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켜주는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런 문제가 해결될 리 있겠는가.
나는 묻고 싶다. 60초짜리 영상으로 받은 광고비가 그렇게 달콤한가? 그 돈이 진짜 자신의 실력으로 번 돈이라고 생각하는가? 밤에 잠들 때 양심의 가책은 없는가?
창작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끝없는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좋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그 콘텐츠로 편법을 쓰며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정말 화가 난다.
60초의 절도범들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이들을 감시하고 신고해야 한다. 진짜 창작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저작권을 지키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