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끝날지도 모르는 암투병 관찰기
4월 30일. (화)
암투병 관찰기라고 했는데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부터는 입원환자 가족도 상주 보호자 1명을 제외하면 정해진 면회시간에만 면회를 할 수 있어서 아무래도 병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은 점점 줄어들 것 같다.
오전 면회시간에 맞춰서 병원에 갔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침에 죽을 거의 한 그릇을 드셨다고 단톡방에서 좋아하셨는데 담당 의사가 듣고는 너무 무리해서 많이 드시는 건 좋지 않다고 어머니에게 설명을 했다고 한다.
구토와 그에 따른 출혈의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갔을 때는 곤하게 주무시고 계셨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수면시간도 늘어난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런 건지 모니터가 없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숫자를 눈으로 보며 상태를 알 방법이 없다.
내일부터 이 병원에서도 호스피스 보조활동인력 운영이 시작된다.
4인실 기준 1명의 인력이 상주하며 환자들의 케어를 보조하게 된다. 1일당 5,000원의 자기 부담금이 발생하지만 상주 보호자가 필요할 때 자리를 비울 수 있는 큰 여유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호스피스의 특성상 보호자가 상주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간병인을 쓰지 않고 계신 어머니가 아버지 곁을 지키고 계시지만 이 답답한 상황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매일 자원봉사자 분들이 오신다.
오늘은 머리도 감겨주고, 발에 오일마사지도 해주고 가셨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돌려드려야 할 것이다.
호스피스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이렇게 거짓말처럼 평안하다.
이제부터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숙제를 하듯 다음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언제 상황이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일 동생과 장지를 알아보러 가기로 했다.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하다 아끼는 커피컵을 깼다.
딴생각을 하다가 그런 것도 아니고 선반에 있던 물건이 떨어져 컵에 맞아 그런 건데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
아이가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러면 안되지.
자. 다시 마음을 추스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