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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삼각자 May 02. 2024

호스피스 #4

짧게 끝날지도 모르는 암투병 관찰기

5월 2일. (목)

오늘은 강의를 나가는 날이다.

학교에 가는 길이 오늘따라 엄청 막힌다.

답답하다. 차로를 바꾸려고 하니 저 뒤에 있던 이것저것 꾸며놓은 검은색 카니발이 갑자기 속력을 내면서 달려온다.

‘그래 양카야. 니 앞에는 안 들어가마.’


1교시를 끝내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니 아버지는 새벽에 호흡이 많이 힘들어져 산소마스크를 쓰시게 됐다고 하셨다.

호흡곤란이 시작됐다는 것은 심장과 폐의 기능도 저하될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다시 수업을 태연하게 진행하고 있는 나를 보면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미뤄왔던 자동차의 정기점검을 위해 들른 서비스센터의 브랜드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라운지에서 오랜만에 푹신한 소파에 파묻혀 한 시간 정도 쉬고 일찍 병원으로 왔다.


과연 산소마스크를 쓰고 계신 아버지는 한쪽으로 기댄 자세로 대화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채 나와 눈만 마주쳤다.

나를 알아보시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다.

내가 와있는 두 시간 동안 산소포화도가 더 떨어져 간호사가 월케어유닛에 붙은 산소호흡기 레벨을 최대로 올렸다.

그다음은 산소포화도를 높여주는 주사 정도가 호스피스에서 호흡곤란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남은 조치일 텐데 정말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비로소 실감을 하게 됐다.


최대한 호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케어를 하면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가족이 모여야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1인실로 이동해 며칠 동안 함께 지낼 수 있게 최대한 시간을 드리겠으니 너무 걱정 말라는 설명을 담당의사에게 들었다.


아버지가 입원할 때부터 계시던 맞은편 아저씨는 이틀 동안 1인실로 가 계셨다가 다시 병실로 돌아오셨는데 우리 아버지는 왜 저렇게 빨리 가려고 하시는지.


이 기록은 아무래도 짧게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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