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예술이 난해할까
예술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예술은 항상 저 먼 곳 그 어딘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 전 전시 오프닝 초대의 말에 아는 지인이 갤러리를 갈 때, 입장료와 옷차림(양복이나 정장을 입는 격식을 차려야 하는 것)에 대해 물어봤다. 예술가들이 넘치는 주변 상황에서 나에게 신선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 예술이 일반적으로는 아직도 많이 낯설겠구나'
새삼 나는 예술을 어떻게 시작하였는지 생각나게 되었다. 예술이란 나에게 그랬다. 어릴 적 미술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야외로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가지고 따라다니던 그래서 아주 당연히 받아들이게 만들었던 그것이었다. 하지만 예술을 전공으로 선택하며 즐거움은 어려움으로 바뀌게 되었다. 예술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분야에 공부를 시작한 것까지 합해 18년 이상 활동하고 박사라는 타이틀도 달아보니 이제 어렴풋하게 그 뜻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대학 강단에 서다 보니 예술의 즐거움과 가치가 일반 사람들에게 상당히 추상적 의미에서 전달되고 공감되기 힘들게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 "예술은 삶이다.". 그냥 으레 하는 말이 아니라 세상과 단절된 무언가나 고급스럽게 보기 위한 치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그 안에는 살아가며 느낀 점들, 생각한 것들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고 그 포인트들은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이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그 예술가의 삶을 공부하거나 알아보길 바란다. 아무리 위대한 예술가더라도 삶 속에서 그의 철학이 나오고 작품으로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를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예술을 이해하려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책을 겉표지만 보고 책을 봤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삶을 이해하거나 알면 작품의 이해는 훨씬 깊이 있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고흐의 작품이 피카소의 작품보다 더 다가가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고 느껴진다. 그 이유는 대게 반 고흐는 스토리 중심으로 알게 되고 피카소는 교과서에서 접하기 때문이다.
보통 이해하기 힘든 예술은 이미지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읽을지를 몰라 어려워진다. 특히 현대 예술을 앞뒤 문맥 없이 감상하거나 이해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단하고 힘든 일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굳이 비유하자면 영화의 명장면 몇 컷을 보고 영화를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물론 좋은 영화는 명장면만으로도 전달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지만...)
예술을 즐긴다는 것은 예술사를 공부하고 엄청난 지식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예술가의 삶을 알고 어떤 키워드가 그 삶의 고민이었을지만 생각하고 작품을 봐도 당신은 훨씬 더 깊은 가치의 삶으로 이끌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작품이 아닌 예술가가 만들어낸 스토리이다.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예술작품은 그저 인테리어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