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로 알려주는 서사과 노동의 가치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론 뮤익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극사실주의 조각으로 유명한 그는, 인물의 감정과 삶의 결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전시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거대한 조각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마지막 영상이었습니다.
그저 ‘완성된 작품’으로만 볼 때, 우리는 그 조형물들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감탄은 하겠지만, 그 안에 담긴 수천 번의 조각, 수많은 도구의 흔적,
작가가 머물렀던 시간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는 순간, 작품은 단지 시각적인 결과물이 아닌
시간과 노동, 감정이 켜켜이 쌓인 서사적 존재로 다가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며 문득 브랜드를 떠올렸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브랜드를 콘텐츠화하고, 이미지로 보여주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진짜 힘은 단지 로고나 색상, 한두 개의 키워드에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무엇을 견뎌왔는가, 어떤 시간을 통과했는가
이 모든 이야기가 보여지고, 들려지고, 공감될 때 비로소 사람들은 브랜드를 하나의 ‘결과’가 아닌 ‘여정’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작품도 브랜드도 결국 마찬가지입니다. 결과만 보여줄 때는 이미지로만 소비되지만,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유될 때 비로소 가치가 해석되고, 기억이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이제 ‘보여주는 것’에서 ‘이해시키는 것’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단지 예뻐 보이거나 멋져 보이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브랜드의 시간, 사람, 시행착오까지 콘텐츠로 남겨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브랜드를 '작품'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디파트(De;part),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