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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준형 Aiden Jun 18. 2023

자식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들 #1

- 기본 소양이 있는 자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


철학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있다 „

#1

철학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도 너희들은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철학의 정의는 "근본적인 질문"을 정의하고 그 질문에 대한 "너만의(on your own) 관점(viewpoint)과 안목(perspective, discernment)으로 답을 해보는 것"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2

특히,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은 오히려 "철학"의 본질에 많이 다가가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왜냐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고 이것이 왜 생겨났고 왜 지금 내 앞에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되는 지 끊임없이 부모에게 질문을 하고 의문을 가진다.


#3

그런 질문에 너무 판타지적이고 동화적인 답보다는 현재 밝혀진 이론 즉, 대부분 물리학에 가까운 지식을 총동원해서 성실히 답해보려고 노력한 것이 좀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으로 했었던 것 같다.


#4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며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사고력"의 정수로 상징된다는 것이다. 엉뚱한 질문과 그 질문에 요상한 언어 유희적인 논리들로 포장된 괘변들이 난무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라는 행성(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별로 항성(태양)과 구분되는 천체)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최대 무기이기도 하였다.


#5

그렇다면 철학이라는 무기가 어떻게 인간이 확고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그 지위를 넘볼 수 없게하는 최대 무기로 탈바꿈하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질문을 하고 답을 한다는" 일종의 사고처리 과정(processing)일 뿐인데 말이다. 그건 유발하라리의 ⟪호모사피엔스라는 책을 보면 합리적으로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빠도 그걸 명확하게 답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보고 생각을 하면서 한차례 정리할 수 있었다. 

#6

아빠가 정리해본 것은 아래와 같은 논리적인 흐름으로 정리될 수 있었다. 너희들도 읽고 난 다음에 한번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

     1)인간(유인원)은 기본적으로 힘도 약하고 빠르게 달리지도 못하며 체격도 작은 동물이다. 즉 사족보행을 하는 먹이사슬의 중간층에 속한 약한 개체일 뿐이었다. 따라서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모여서 조직화할 수 밖에 없는 숙명에 처해 있었다.

     2)그래서 작은 규모(거의 동굴 정도)에 모일 수 있는 무리를 이룰 수 밖에 없었으나, 직립보행(왜 하게 되었을 지는 여러 가지 속설이 있으나 "불"과 관계가 있으며 도구를 써야 됨에 따라 손이 자유롭게 되는 체격 구조로 진화한게 아닌가)을 하게 되었으며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일대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게 된다

     3) 일종의 지적 혁명, 즉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게 되는데, 이는 손과의 관계가 많고 감각의 세밀함과 엮어져 뇌의 신경구조가 복잡도를 더해가는 진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로써 "상상"을 하게 되고 좀 더 정교한 언어체계(언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타 동물에 비해서는 다양한 의미를 담기 시작했다는 걸로 이해해주길)가 생겨나게 되었다.

     4) "상상", 즉 일종의 거짓말일 수 있지만 이런 상상과 복잡한 언어구조가 결합되면서 "우리는 어디서 왔고 왜 여기에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여기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특정 동물이나 위대한 자연의 힘이었기 때문에 그 힘을 빌어 철학적인 답을 하기 시작했다

     5)이렇게 제시된 철학적인 명제는 반박할 수 없는 권력이 부여되면서 조직화의 힘이 거대해지기 시작하였다. "태양신이 저기를 공격하라고 하였다"라는 계시는 어떠한 논리가 허락되지 않은 채 맹목적인 조직의 힘이 생겨났고 그에 따라서 오게 되는 결과물들이 나쁘지 않아 더 맹목적이게 빠져들게 하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게 되었다.

      6)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어떤 단어가 하나 떠올라야 된다. "종교"이다. Religion. 원래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과 답을 하던 철학이라고 알고 있지만 종교의 태생은 정치와 권력의 구도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대사회에서의 종교 조직과 활동구조는 그 옛날 호모사피엔스가 이 행성을 집어삼킬 때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7)한 조직의 리더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논리력과 언변과 같은 매력으로 통솔하고 관리할 수 있는 최대치는 120명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종교"라는 철학의 힘은 1만명도 우습게 조직화 가능하다. 속된 말로 "쪽수"만큼 확실한 전략이 없듯이 여기서부턴 힘의 논리가 단순하게 흘러간다.

      8)호모사피엔스의 이동경로에 따라서 서식한 대형동물(태생적으로 조직화를 이룰 수 없는 동물)은 멸종의 운명으로 사라져만 갔으며 같은 호모종인 호모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도 동일한 운명을 맞이하였다. 심지어 네안데르탈인은 체격도 훨씬 좋고 뇌의 크기도 커서 호모사피엔스보다 똑똑할 것이라는 추정이 있으나, 상상력이라는 사고와 언어의 시너지로 탄생한 "철학"의 힘이 일구어낸 조직화 앞에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7

위에 언급했던 사항을 따지고 보면 역사, 생물학, 종교학, 물리학, 언어학, 심리학 등이 철학이라는 뿌리에서 파생된 학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8

하지만 당장 서점에 가서 철학책을 사서 본다면 "사상" "XX주의"로 포장된 사고틀의 향연만 따분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 허나 그 시대의 흐름과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하면서 그 철학 패러다임을 바라본다면 엄청 재미있는 사고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9

어차피 그 시대를 지배한 사람, 리더가 대규모 조직화에 썼던 사고의 "무기"를 맛보는 것이고 그 정수들은 아직까지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10

고대의 자연~그리스/로마~중세~르네상스~대항해~제국주의~세계대전~냉전~민족주의까지 큰 역사적인 흐름이 계속 바뀌는 데에는 철학적인 패러다임도 같이 바뀌게 되기 때문에 흥미로운 역사이다. 따라서 역사와 철학, 과학은 항상 같이 연결해서 봐야되며 또 하나의 요소는 "돈"의 흐름도 같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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