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를 신청한 이유
무지개 너머 로망
일과 육아의 빡빡함이 그저 내 숙명인가 보다 하며 사는 평범한 삶이었다. 그런 나에게 코로나로 인한 휴업이 어느날 그냥 던져졌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 속에 어디로 걸어가야 하나 발걸음을 주저하고 있다가, 번쩍이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 전 소녀시절,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나만의 책을 만들어서 간직하면 좋겠다 라고 꿈꾸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장래희망이 세계여행가라 장담했던 것처럼, 그저 그 시절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지개 너머 로망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생각이 마음 어딘가에 빛이 바란 채 '존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기록 조각들을 지금부터라도 정제하여 표현하고 싶었다. 나에게 있어서 '글을 쓴다'는 것는 답답한 기운을 내뱉어 주는 나만의 갈대숲 같은 해소처였고, 때로는 말로 표현 불가한 복잡함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편안한 위로처였다. 그리고 과거의 끄적임을 들춰보는 건 옛 친구처럼 반갑고, 그 당시의 내 마음이 잊혀지지 않아 안심된다.
따져보면 사실 나는 쓰는 시간 보다 읽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는걸 깨달았다. 스마트폰으로 늘상 타인의 텍스트를 즐겨 읽고,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서점에 가서 신간을 읽는걸 좋아한다. 영상 시청이나 유려한 언변 보다는 그저, 글을 읽고 쓰는게 익숙한 옷 처럼 느껴지는 종류의 인간이다.
모험은 지금부터
그런데 문득, 나도 이제 누군가의 글을 공감하고 소비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닌, 생산하고 제공하는 주체자가 못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아닌 지금 부터.
무엇을 써야 할까. 일단 가장 익숙한 '말', '말 수의사', '제주', '육아' 키워드로 내 별을 드러내기로 했다.
사실 '전체공개'로 나를 드러내기 직전 많이 무서웠다. 발행해서 타인에게 읽혀지고 공감받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 내면이 주위 사람에게 재단받을 것이고 어쩌면 글실수가 화살이 되어서 나를 찌를 수도 있다는 두려운 마음이 훨씬 더 컸다. 어쩌면 내가 의식하는 누군가 때문에 필터링을 잔뜩 거쳐 멋부리고 화장한 불편한 글로 변질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 드러낸다는 건, 그러니깐 소위 '관종'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국민 유튜버니 퍼스널 브랜딩이니 하는 키워드가 대세인 시대지만 그게 남들에겐 쉬울 지라도, 나에겐 정말이지 떨리는 크나큰 모험이다.
뭐 어때
'뭐 어때. 그저 나는 밤하늘 수많은 별 들 중 하나일 뿐이고, 사람은 보통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 라고 수백번 나에게 되뇌인 후 내 별은 쏘아 올려졌다.
요즘 세상엔 텍스트가 넘친다. 모르는 정보를 찾기 위해 편하게 검색을 해서 누군가의 글을 읽고 경험과 시간을 얻는다. 또는 그냥 재미있어서, 공감되어서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
그런 검색창 속에서, 내 작은 별이 생겼다. 평범하지 않다면 평범하지 않은 키워드를 따라 누군가 찾아왔다면, 이 영역만은 내가 상세히 정성스럽게 접대하여 드러내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내 공간이 누군가에겐 정보성으로, 누군가에겐 흥미와 경험의 공유로, 누군가에겐 마음의 공감으로 소비되어진다면 좋겠다.
제품 소개, 상품 판매 같은 마케팅의 번쩍임 없이, 철저히 내 시점의, 내가 가치롭게 생각하는 나의 삶 속 내가 사랑하는 어구와 표현의 글로서 고요하게 정제하며 이 공간을 다지고 싶다.
텍스트 속 나만의 별
앞으로 이 공간을 이렇게 꾸려가려 한다.
- 말이랑: 말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공유합니다.
- 제주랑: 아름다운 풍광, 아이와 함께 나누는 공간들을 소개하고 공유합니다.
- 나랑: 여자 말 수의사로서의 간직하고 싶은 순간 순간을 공유합니다.
나는 정지우 작가님을 좋아한다. 이 공간에서 많은 글을 읽고 쓰다 보면, 퇴고와 표현 능력도 조금씩 단단하게 되어서, 언젠가는 그 분처럼 자박자박 편안한 글로 타인의 마음을 만져주는 숨쉬는 글로서 남는다면 참 좋겠다. 혹시 아는가. 어떤 n잡러로 인생을 마무리 할지. '말수의사', '엄마', '선생님' 외에 '김작가' 도 추가될 런지도. 나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몽상가로서 나를 마구 퍼스널 브랜딩하는 중이다. 상상만 해도 기쁘다. 시작은 늘 설렌다.